S대 공학 박사가 본 수학 & 통계학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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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S대 기계과 학,석,박 출신이신 분이 파비클래스 수학 & 통계학 수업을 듣고, 4개월간 복습 끝에 보내주신 후기 자료의 일부입니다. 왜 수학 & 통계학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한 경험자료는 이미 많이 공유했습니다만, 공학도가 수학을 어떻게 활용한다는걸 깨달아가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좋은 사례라는 생각에 공유드립니다. 꼭 공학도가 아니라더라도, 수학 & 통계학 같은 기초적인 도구를 응용 학문을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는지, 즉 사고의 구조를 어떻게 잡고 접근해야하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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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시절을 되돌이켜보면 대표님께서 블로그에서 여러 번 지적하셨듯, 공대에서 연구에 수학과 통계학을 사용할 경우 제대로 된 이해와 활용 시 유의사항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막 가져다 쓰고, 학생들끼리는 물론 교수님과도 도메인 지식이 아닌 수학 자체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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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스템 모델링에 필요한 계산 기법과 몇 가지 필요한 Formulation 테크닉 등만 알면 어떻게든 계산 결과를 뽑고 프로젝트 보고서 및 논문을 쓸 수는 있으니, 계산의 근간이 되는 수학에 대한 이해 없이 연구 대상 Case에 대한 결과를 낼 수 ‘있어 보이는’ 방법을 그냥 가져다 쓰기 바빴지요.

전에 블로그에 써 주셨던 대로, 공대 연구실들은 사실상 약간의 수학과 코딩+학과별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컨설팅 프로젝트 하기 바빴던 곳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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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작년 봄 즈음 우연히 파비블로그를 발견하고 글을 읽으며 평소에 저 자신에게 느끼던 ‘뭔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왜 들었는지 알 수 있었고, 꼭 데이터 사이언스를 떠나서 학위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수학은 반드시 다시 부딪혀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파비클래스 수학 & 통계학 강의가 ‘어떤 부분을 가장 우선적으로 복습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주는’ 강의라고 생각되어, 여유가 있는 추석 즈음에 수강했습니다.

수학 & 통계학 강의의 주제들 자체는 내생성과 도구변수를 제외하고는 수업을 듣거나 용어 정도는 들어보았던 것이지만, 각 주제의 계산법이 어떤 Needs와 idea로부터 그렇게 도출되었는지 (회귀분석의 직교방정식을 벡터공간 관점에서 해석, 데이터 용량 축소에서 공분산행렬이 쓰이는 이유 등), 그리고 어떤 점을 주의하지 않으면 ‘사실은 잘못된’ 결과를 내게 되는지 (이표본 모평균 비교 시 표본 수, skewed class에서의 t검정, One-Hot encoding과 Rank 이슈, 실무에서의 샘플링에 대한 고민 등) 등등을 고민하고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의를 통해 정말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집에 있던 미적분학/ 일반통계학/ 공업수학/ Convex Optimization 책은 물론, 선형대수학(Friedberg)/ 수리통계학(전명식)/ 계량경제학(한치록)/ ISLR 책들을 사서 짬짬이 Line by Line으로 읽기 시작했고, 지난 몇 달 동안 연습문제 풀이까지는 못 했지만 개념들을 나름 반복해서 읽으면서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여러 번 무릎을 탁 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등호제약 시 Lagrangian 식이 그렇게 생긴 이유가 극점에서 목적함수와 제약의 gradient가 나란해야 하기 때문이라던지,
Convex Optimization에서 소개만 되는 Ridge와 Lasso를 그 당시에는 시험에 나오니 형태만 보고 지나쳤다면 이번에 ISLR을 읽으며 탄생 배경과 둘 간의 차이의 의미를 알게 된다던지 등..)

이전에는 시험 및 연구 계산에 필요한 식만 대충 외웠다면, 이제는 ‘한 대주제 안에서의 수학적 Story를 파악하고 각각의 테크닉이 어떤 Needs에 의해 고안되었는지, 어떤 경우에 유효하지 않은지, 그러니 무작정 사용하기 전 어떤 점들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자’ 라는 자각은 있는 상태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 수학 & 통계학 강의를 통해 얻은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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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하는 이야기지만, 수학 & 통계학이라는게 일종의 언어다. 수학과의 별명은 문과대학 외계어문학부 외계어문학과 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언어가 너무 심하게 어려워서 잘 쓰는 사람이 아마존 밀림 속 인구보다 더 적은게 문제지.

말을 귀담아 듣고, 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들 간에 불화가 생기거나, 설명서를 이해 못해서 기계를 망치거나, 심지어는 잘못된 결과물을 얻기도 한다. 수학 & 통계학도 마찬가지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면, 사소한 문제들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나겠지만,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결과물의 격차는 증가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영어라는 언어가 아니라, 수학이라는 언어를 못해서 영원히 지식 후진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해의 방식, 지식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위의 공학 박사처럼 대충 지나쳤던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쓸 수 있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공학도들이 저런 생각을 한번도 하질 않고 박사학위까지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살고, 틀렸다고 고쳐야된다고 지적해주면, 몰라도 일하는데는 지장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면에서 저 위의 국내대학 공학 박사 출신인 분은 틀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야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들한테 박살나는 경험이라도 겪었지, 저 분은 국내의 척박한 토양에서, 지도교수도 모르는 걸 스스로 찾아내신 분이니까.

이 분께 MS 석사도 아니고, MBA in AI BigData 학생들 대상으로 기초 수학&통계학 강의하는 수업을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냥 수학 문제 푸는거야 가르치겠지만, 그렇게 수학을 이야기 풀어내듯이 가르치는건 못하겠어요

다시 박사 첫 해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처음부터 제대로 쌓고 싶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공대는 그냥 안 되는거 같아요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아서, 그래도 박사 학위가 있는데, 이 정도 강의를 못 하겠다는게 좀 부끄럽고 그렇네요

S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대 사정이 비슷하더라. 미국, 유럽의 공대처럼 수학을 논리학처럼 가르치는게 아니라, 단순 계산 위주로 가르쳐놨으니 지적 능력이 계산기 수준에 고정되어 버린거다.

계산을 계산기 수준이 아니라 과학 연구에 응용하는게 영미권, 유럽 대륙에서는 일반적인 대학 교육 방식인데, 우리나라는 공대 들어가면 공학 계산기만 열심히 두들기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명문대학 AI대학원에서 “딥러닝”, “인공지능” 같은 키워드 주제로 강의하시는 분이 우리학교에서는 MBA 학생들 대상으로한 기초 수학 강의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수학을 어렵게 가르쳐서? 쉽고 재밌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가르쳐야 되는데, 그걸 못하는, 계산기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학도들이 요즘 열광하고 좋아하는 Elon Musk의 학부 전공은 물리학과 경제학이다. 스탠포드 재료공학 박사 과정에 2일 다니고 자퇴했다는걸 보면 알겠지만, 공학이라는 지식의 밑바탕에는 모두 수학 & 통계학을 응용해서 쓰는 학문적 훈련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지식만 있으면 공학의 많은 업무들을 대학 교육 없이도 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 공학은 더더욱 그렇더라. 대학교육의 깊이가, 수학을 제대로 쓰지 않게 되는 순간 학부 시절에 배우는거 없는 경영학과 수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학과 경제학은 한국식 이과/문과 양쪽에서 가장 수학 & 통계학을 많이 빌려쓰는 전공이기도 하다. 학문이라는게, 수학 &통계학 같은 도구만 잘 갖추면 겁날게 뭐가 있으랴?

그나마 요즘보니 S대에 계산과학 연계전공이라는 학부 전공이 생겼더라. 공대가 너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자연대 교수님들이 늦게나마 나서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나서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뒷 이야기 글 추가 

 

2021년 8월 30일 개강 대학원 과정

  • MSc in Artificial Intelligence (상세설명) – 공식 석사 과정 – 향후 MSc AI로 표기
  • MSc in Data Science (상세설명) – 예비 석사 과정 – 향후 MSc DS로 표기
  • MBA in AI BigData (상세설명) – 비전공자 석사 과정 – 향후 MBA로 표기
  • DBA in AI BigData (상세설명) – 비전공자 박사 과정 – 향후 DBA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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