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유커는 옛말” 씀씀이 줄이는 중국인들, 노동절에도 ‘저가 여행’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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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동절 황금연휴 '소비 성적표' 발표
국내 여행객 3억 명 육박, 관광지출 31조원↑
코로나19 이전 수준 못미쳐, 지갑 사정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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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이어진 중국의 노동절 황금연휴(5월 1~5일) 기간의 소비 성적표가 나왔다. 국내 여행객은 3억 명에 달했고, 전체 관광 지출도 3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1인당 지출액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광지로 인파가 몰려 중국인들의 지갑 사정이 여전히 팍팍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절 황금연휴, 짠물 소비 경향 여전

7일 중국 문화여유부는 이번 노동절 연휴에 국내 관광객이 2억9,50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보다 28.2% 증가한 수치다. 국내 관광 수입도 1,668억9,000만 위안(약 31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2019년 대비 13.5% 각각 증가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노동절 연휴의 눈부신 데이터는 문화·관광 소비가 효과적으로 분출돼 휴일 경제가 지속적으로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 지표를 뜯어보면 ‘짠물 소비’ 경향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쓴 돈은 1인당 565.73위안(약 1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540.35위안)보다 4.7% 늘었지만 2019년(603.44위안)보다는 6.2% 줄었다.

일본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대거 몰린 점도 중국인들의 팍팍한 지갑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길상항공에 따르면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일본 노선 승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증가했다. 연휴 직전까지 씨트립, 퉁청여유 등 여행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해외 목적지도 일본이 차지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는 등 34년 만에 최대 엔저를 기록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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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슈퍼엔저에 방일 한국 관광객 최다 기록

슈퍼엔저로 일본 방문객 수가 폭증하는 가운데, 이 중 한국인 관광객들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을 찾은 여행객은 308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11.6% 증가했다. 부활절과 벚꽃 시즌에 힘입어 2019년 7월에 세운 종전 월간 최다 기록인 300만 명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의 3월 일본 관광객 수는 2019년 3월 대비 13% 증가한 66만3,10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대만이 20% 증가한 48만4,400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3위를 차지한 중국은 35% 감소한 45만2,400명을 기록했다.

관광객 숫자의 증가에 따라 외국인 여행객 지출액도 증가했다. 같은 날 발표된 일본관광청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1~3월 분기 해외여행객의 지출액은 1조7,500억 엔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1인당 지출액은 20만8,760엔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1.6% 급증했다. 가장 많은 지출이 이뤄진 부문은 명품 구매 비용이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의 명품 구매 비용이 낮아지면서 명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지난 분기 지역별 매출 분석에 따르면 다른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숙박업으로 같은 기간 5,619억 엔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에는 전체의 28.6%에서 올해 32.1%로 증가한 반면, 쇼핑은 35.9%에서 29.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중국인 관광객들을 비롯한 ‘폭발적인 구매’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으로 관광객 지출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 폭증, 엔저 때문만은 아니다?

다만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에는 기록적인 엔저만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를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은 2019년 58.4%보다 낮은 45%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낮은 원인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만족했지만, 재방문 시 새롭게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주를 이뤘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과거 화장품이나 유명 연예인 상품을 구매하려는 쇼핑의 목적이 컸다면 최근에는 먹을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음식의 인기는 K-팝과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의 노출로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2~3월에 자국민의 외국 단체여행 허용 대상 국가 총 60개국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잇달아 제외한 영향도 크다. 올해 초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로 ‘비자 제한’ 공방이 일면서 보복성 조치가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거 유커가 단체 여행을 즐겼던 건 한국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쇼핑 위주의 관광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중국인의 한국 비자 발급이 간편해졌고 직구가 워낙 발달해 굳이 단체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이팝 등 한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며 한국을 찾는 이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는데 한류가 한국에 방문하는 계기가 될 순 있어도 관광의 만족감을 극대화해 줄 콘텐츠로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 외국인들 사이서 인기인 사찰 음식이나 성수동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고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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