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널리틱스 (Google Analytics)를 쓰다가

pabii research

밥 먹고 사는 타이틀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달고 난 이래 줄곧 온라인 유저 데이터를 보고 살아온 탓에 “중독”증상이 좀 있는 것 같다. 처음 이 웹페이지를 만들고 난 다음에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예쁘게 꾸미는 테마 구하는게 아니라, 데이터 추적하는 구글 애널리틱스 (Google Analytics)를 설치하고, 필자의 IP 주소를 블랙리스트 시켜서 숫자 합산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필자는 이 페이지에 하루종일 접속해있으니 클린 데이터를 모으는데 방해가 된다ㅋ)

모르시는 분께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구글이 웹사이트 방문자들을 추적해서 그 페이지에 몇 명이나 왔고, 몇 페이지나 봤으며, 어디서 왔다가, 얼마나 있었는지, 처음 온 사람인지, 전에 왔던 사람인지 등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이게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간단하게만 정리해보자.

 

1. 어느 글이 흥하는지 알 수 있다

블로그로 “돈 안 들이고” 마케팅 할 수 있다는 글들 보면 하루에 한 개씩 꾸준히 좋은 글을 양산해내야지 검색 엔진 (구X, 네X버, 다X 등등)이 잡아내준다고 한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고, 실제로는 좋은 글 하나에 유입량이 폭증하면 쉽게 노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블로그 홍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에 하나 이상의 “매우 허접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주제를 R 코딩 위주로 잡으면 노출량이 많을까? 아니면 좀 더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코딩 없는 글이 더 좋을까? 일단 몇 개 써보니까 R 코딩 들어가면 Bounce rate (바로 튕겨나가는 비율)이 엄청 높아지더라. 그래서 맘을 바꾸고 코딩 없는 글을 좀 써봤는데, Bounce rate은 내려가는 대신, 찾아오는 사람들 숫자는 또 줄어들었다.

그렇게 글 하나하나마다 매일매일 몇 명이 읽었고, 평균 몇 초를 소비했고, 또 몇 명이 바로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상세한 추적이 가능하다.

위의 스샷을 보면 수요일, 토요일 강의에 대한 선호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수요일이 4.5%의 페이지 뷰, 토요일은 2.4%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재 올라와 있는 블로그 글 20개 중 “5가지 XX해라“, “5가지 XX하지마라” 같은 류의 글이 제일 많이 읽히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글이 그 뒤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정성 들여 쓴 K-means visualization (K개 중심점으로 데이터를 그룹화하는 방법), 신경망 모델 (딥러닝의 기본 모델)에 대한 R 코드를 넣은 글은 상위 20위권 밖에 있다. 코드가 예쁘게 들어가라고 워드프레스 유료 플러그인도 구매하고, 코드도 직접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더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글은 인기도가 하위권이다. 글을 잘 쓰는게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피드백(Feedback)을 보고나면, 글을 어떻게 써야될지에 대한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오간다.

필자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블로그는 R 코드를 설명해주는 글이 더 많아야할 블로그이지 않나? 고민이 많다.

 

2. 어떤 마케팅 채널이 더 흥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블로그는 광고 달아서 돈 버는 사업 모델이 아니라, 어쨌건 방문자들이 강의를 듣도록 유도해서 강의에서 돈을 버는 사업 모델로 시작했다. 다른 블로그들처럼 검색 엔진이 날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만 쓰고 있을 수가 없어서, 유명 광고 채널 몇 군데에 계정을 틀고 광고를 띄워봤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 맛 좀 봤다고 단가를 얼마정도를 제시해야 상위 노출이 되는지 감이 있으니까, 교육 회사들이 큰 돈을 지르는 걸 알고 그에 맞춰서 세게 질렀는데,

위에 보시다시피 우리나라 최대 검색엔진에서 키워드 광고에 3번째로 노출되어 있다. 참고로 키워드 광고는 특정 단어를 입력했을 때, 그 단어를 검색한 사람이 찾을 법한 내용 중 (1개 클릭당) 광고비를 많이 쓰는 광고를 상위권에 노출시키는 모델이다.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키워드에 필자의 광고가 노출되도록 XXXXXXX원의 클릭당 광고비를 책정했다. (7개의 X에는 앞에도 뒤에도 0이 섞여 있을 수 있다ㅋ)

아뭏튼, 얼마나 세게 질렀는데, 3위 노출이라니… 2개 회사나 필자보다 큰 돈을 질렀다는 뜻이다. 이 사람들 도대체 얼마를 지른거야…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필자가 벤치마킹을 했던 고가 정책의 경쟁사보다도 더 높은 위치에 키워드 광고를 배치시켰는데, 필자보다 훨씬 더 높은 광고금을 쏟아 붓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10주 3시간짜리 강의에 170만원씩되는 고가 정책을 하는 회사가 있길래, 경쟁이 없어서 지대(Rent)를 세게 받고 있나보다 생각했더만, 막상 발을 담궈보니 필자의 판단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된 사건이었다.

근데 광고로 유입되는 숫자가 그렇게 많을까?

아래 스샷은 구글 애널리틱스에서 유입분석을 한 화면인데, 3번 Referral이 광고 유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참고로 1번은 직접 검색한 사람이어서 눌러보면 어떤 키워드로 찾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예,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등), 2번은 직접 유입이라고해서, 어떤 페이지를 보고 갔는지만 보여준다. 4번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유입된 경우로, 페XX북, 인X타X램 등등을 생각하면 된다. 아래에 보니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들어온 경우에 Bounce rate도 제일 높고, 반대로 머문 시간도 제일 길다. 진짜 관심 많은 사람과,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 두 그룹이 모두 소셜 네트워크로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분리해낼 수 있을까…..

자 그러면 3번 Referral을 눌러보면 어떤 화면이 나올까?

구글, 페이스북이 상위권에 있고, N사 유입은 전체의 3%도 안 된다. 심지어 일반 IT관련 커뮤니티에서 유입된 숫자보다 더 적다.

아마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주제 자체가 N사 검색하는 유저에게는 흔하지 않은 주제일수도 있겠다 싶다.

아뭏튼, 광고비를 얼마나 많이 질렀는데…씁쓸하다. 앞으로 계속 광고비 태워야할까?

아래를 보라.

심지어 결제하는 사람들 구성까지도 N사 유입이 최저다. 이대로만 간다면 G사에 광고비의 절반 이상을 태워야될 것 같다.

 

3. 실시간 모니터링

오늘 글을 쓰기로 맘 먹은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싶어서였다.

주말이고 새벽이라 방문자 숫자가 거의 없는데 1명만 딱 https://pabii.co.kr에 들어와 있더라. 그 때 Real-Time Report를 보면 아래의 화면이 뜬다.

서울에 살고 있는 유저고, 데스크탑으로 접속을 했다. 그리고 Top Referrals에 보면 어느 채널을 통해서 들어왔는지 알 수 있고, 가장 결정적으로 Top Active Pages에서 어느 페이지를 확인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토요일 수업 페이지를 보고 있네?

이 유저는 결국 결제를 안 하고 페이지를 떠났다. 왜?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른 경쟁사에서 제공하는 수업이 더 좋아서? 필자가 별로 좋은 강사가 아닌 것 같아서? 아니면 그냥 실수로 눌러서 읽어봤다가 관심이 없어져서? 이유는 모른다.

어차피 필자야 학원 운영자도 아니고, 그냥 재능 기부라는 마음 가짐으로 블로그와 강의를 운영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을 안 쓰지만, 아마 직접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쇼핑몰 같은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면 저런 시점에 떠나는 유저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뭐가 맘에 안 드세요?

불행히도 구글 애널리틱스는 추적 서비스만 제공할 뿐, 고객과 대화를 이어주지는 않는다.

 

4. 유저 행동론

찾아왔던 유저가 다른 페이지로 떠나고 나면, 한번 들어왔던 로그가 남아서 계속해서 추적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계속 상품을 배너나 텍스트 광고로 노출시키는 걸 리타게팅 광고라고 하는데, 쇼핑몰 같은데야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내용이 약간씩 다를 수 있으니 머신러닝을 이용해 최적화된 상품을 보여줘야겠지만, 필자의 웹페이지같은 단순 상품은 머신러닝이 들어갈 것도 없이 그냥 여러번 노출시키기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그럼 리타게팅을 하는게 좋을지 말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서 전체 방문자 중 약 20% 정도가 필자의 웹페이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페이지 뷰(Page View)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 이 중에서 강의 계획서 페이지를 본 사람들에게만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해보면 어떨까? 강의 계획서 페이지를 본 사람들 중 비일회성 방문자가 몇 번째 재방문 이후에 강의 신청을 하고, 또 재방문을 하지 않게 되는지 비율을 보면, 지속적인 노출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언젠가는 이정도로 웹사이트가 잘 돌아가는 날이 오겠지….

재방문자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매출액이 낮은 경우와, 재방문자가 거의 없으면서 매출액이 안 나오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언뜻보면 후자쪽인 경우에 리타게팅 광고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결론은 반대다. 재방문자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는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서 매출액이 안 나오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구매 결정이 늦어진다는 건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이 때 대부분의 경우 가장 큰 변수는 “가격”이다.) 재방문자가 거의 없는 경우면 리타게팅 광고를 할게 아니라, 상품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쇼 윈도우에 진열된 옷을 길거리에서 보고 지나가기만 며칠 째 반복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 며칠동안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가던 길에 걸려있어서 본 건지 어느 쪽인지 구별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 때 일종의 “눈썰미”가 있는 매장 직원이라면, 그 잠재 고객이 고개를 슬쩍 돌려서 그 옷을 보고 갔는지,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쇼 윈도우 앞에서 그 옷을 봤었는지를 보고 관심사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애널리틱스는 그런 정보를 제공해준다. 내 쇼핑몰 페이지에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 또 얼마나 자주 찾아왔는지 등등, 오프라인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관심의 정도를 온라인에서도 추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물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 처럼, 그렇게 DB에 찍어놓은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GA가 진정한 가치를 얻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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