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좋은 학교라고 설명 안 해도 되는 대학원을 가야 취직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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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SIAI 학생들 중에 ‘지식’이 아니라 ‘직장’, 특히 ‘한국 직장’을 찾는 경우에 항상 하는 말이

(좋은 학교라고) 설명 안 해도 되면 좋겠다

라는 표현이다.

 

관련해서 몇 가지 공유해볼까 한다.

 

1.내가 석사 가던 시절

S대 출신에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에 국내 토종이 외국계IB의 IBD팀을 자기실력으로만 뚫고 들어간, 학교에서 ‘전설’이라는 소리듣는다는걸 후배들 입으로 전해 들으면서 한층 우쭐해지셨던 부모님이

내가 석사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던 학교와 전공을 간다니까 몹시 불만이 많으셨다.

거기 학교 맞냐? 왜 그런 대학 가냐?

같은 표현이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표정에서 나왔다.

당시 내가 오퍼 받은 대학 옵션이 미국 Mid-west 지역의 공대로 매우 유명한 학교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의 통계학 석사 2개,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했던 학교의 경제학 석사 프로그램이었는데,

미국 학교들 석사 프로그램은 취직 전용으로 운영해서 내가 박사 가는데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며 교육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써야된다는 주의를 들은 반면,

선택했던 런던의 그 학교는 살아남기만 하면 내가 원했던 Finance 박사 가는 문을 열어줄 수 있는 확실한 도구가 된다는 설명을 듣고 골랐었다.

사실 한국인들이 미국 식민지 상태라 잘 몰라서 그렇지 그 학교는 유럽에서 경제학 및 유관 전공으로 대학원 가는 사람들 사이에 비교 불가능한 No.1 명문대였더라.

 

당시 Finance 박사 과정 사정을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요즘 한국의 의대처럼, 어디든지 되면 무조건 감사하면서 가야된다고 그랬었고,

미국 초 명문대 Finance 박사 과정들은 고교 시절에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 미국 명문대 수학/물리학/통계학 같은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된다고들 그랬다.

국내 학위만으로 Top 50, Top100위권 학교라도 문을 뚫으면 기적이 일어났다고들 그랬었던 시절이라,

대부분은 해외 대학 석사로 ‘학벌 세탁’을 하고, 석사 프로그램에서 추천서 1~2장을 받아서 박사를 지원하는게 상식이었었다.

순수하게 투입되는 학생 숫자 대 문을 뚫는 비율로만 따지면 S대 공대 수석, 차석이 Stanford 박사가는 것보다 난이도가 높으니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한국 대학 대학원은 어디건 가는게 무조건 시간만 버리는 자살 행위고, 하버드 못 가는 이상 굳이 이름값 찾기보다 내 실력을 쌓아 줄 좋은 교육, 박사 추천서 잘 나올 곳을 찾아야 한다는거였다.

 

돌이켜보면 한국 교육 수준이 절망적으로 낮고, 미국 명문대들 입장에서는 미국 명문대에서 제대로 교육 받은 애들, 타국 출신이라고 해도 러시아, 인도, 중국 천재들 두고 굳이 토종 한국인으로 도박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뼈저리게 후회하는게 있다면, 석사 학교를 A대신 B학교를 골랐어야된다는거보다, 학부를 S대를 자퇴하고 미국의 어느 주립대학에라도 편입했었어야 한다는거다.

나중에 박사 들어가서도 교수님들이 가끔 ‘너 근데 학부는 어디서 했냐? 학부도 영국에서 했냐?’라고 묻다가 S대라고 하면 ‘거긴 어느 듣보잡 대학이냐?’는 표정을 지으셨는데, 나중에 직장 면접보러 학교니 기업이니 찾아 다닐 때는 더 크게 발목을 잡더라.

 

2.한국 명문대 대학원으로 학벌 세탁하면 취직하기 좋다?

아마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한국 명문대 대학원으로 학벌 세탁이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A → B → C로 이어진 명제에서 A → B가 깨졌으니 당연히 국내 명문대 대학원(A)으로 취직 잘 된다(C)는 명제가 성립될 리가 없다.

학벌이 좋으면 취직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는데, 대학원으로 학벌이 세탁 안 되기 때문에,

당신이 대학원을 어디를 갔건 상관없이 국내 기업 인사 담당관은 당신의 학부를 학벌로 보고 인사 채용을 진행할 것이다.

 

위에 뼈아픈 경험담을 쓴대로, 글로벌 시장을 나가니 한국에서 학부를 나온게 평생 내 발목을 잡고 살았다.

해외나 국내나 상관없이, 학부를 어디 나왔냐가 황당하리만큼 중요하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데, 집이 가난해서 주립대로 갔던 천재와

집이 잘 살아서, 한국으로치면 ‘과외’, ‘쪽집게’ 같은 도움 좀 받아서,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갔던 적당한 인재가

같은 대학원을 간 경우에는 주립대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성과를 보이지 않는 이상 아이비리그를 이길 수 없다.

학문을 해서 교수직을 찾건, 포닥을 찾건, 연구직을 찾건 상관없이, 학부 어디 나왔냐가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

직장으로 가면 더 심하다. 대학원을 어디에서 했느냐로 그 ‘사회’에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학부 어디 나왔느냐가 역시 또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하버드를 나온 적당한 인재가 교수를 하고 있으면서 학회지를 이끄는 ‘얼굴’이 될 수 있는 확률과,

주립대학 or 타국 최고 명문대학(동경대, 칭화대,….서울대?)를 나온 슈퍼 천재가 교수를 하고 있으면서 학회지를 이끄는 ‘얼굴’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각각 X% vs 0%다. 아마 X는 ‘정치’ 잘 하는 하버드 인재일수록 0보다 큰 값이 될 것이다.

 

한국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면, 학부 교육 과정이 깐깐하게 운영되다보니 ‘편입’을 잘 하면 학벌 세탁이 가능하고,

로스쿨 같은 일부 특수전문대학원들도 교육도 깐깐한데다 여러 미국적인 사정 탓에 다른 학부 + 명문 로스쿨로 ‘학벌 세탁’이 된다.

한국에서 로스쿨은 ‘세탁’ 효과가 있지만 학사 편입은 그 효과가 없는 이유는 편입 시험이나 학부 과정이 널럴하니까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분야 전문가와 거리가 멀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큰 틀에서 미국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부 학벌은 그만큼 중요하고, 대학원 학벌은 당신의 학벌을 세탁해주지 않는다.

 

3.한국 대학원 현실

국내 대학원을 가보면 알겠지만, 미국으로 박사 보내야 되는 몇몇 전공을 제외하면 영미권 탑스쿨 방식의 교육을 하는 곳들은 없다.

SKY, SKP 중 극소수의 몇몇 전공을 제외하면 국내 나머지 대학원들이 영미권 탑스쿨식 교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들 학벌 세탁하러 왔고, 취직 안 되어서 왔는데, 기껏해야 석→박 학위 따서 공공기관 취직하려는 애들의 모임인걸 교수들도 뻔히 아는데,

제대로 교육하면 그 다음날 자퇴신청서 들고 학장실에 싸인 받으러 줄을 서는걸 뻔히 아는데?

 

우리 SIAI들어온 모 미국 대학 학부 + 모 유럽 대학 석사했던 한 학생이 S대 DS대학원을 갔다가 50명 중 3명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줄줄이 자퇴서를 내는 바람에 교육 수준을 학부 1~2학년으로 낮춰 운영하길래 그 3명 중 한 명이었던 자기가 자퇴했다는 이야기,

DS대학원이 여느 평범한 공대 대학원처럼 코드 복붙해서 프로젝트나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번 했다.

K대, Y대 같은 대학의 대학원 다니다가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그만두고 SIAI로 오는 이야기도 이미 수십번은 더 했던 것 같다.

 

가끔 술 한 잔 걸치고 속내를 털어놓는걸 들어보면, 자기는 지식을 좀 얻어서 회사에서 못 했던 걸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을 갔는데,

학벌 세탁하려고 온 애들이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쉬운 과목만 듣고 학점만 대충 채워서 졸업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니,

같이 공부하고 있으면 ‘나도 학벌 세탁하러 온 줄 아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는 이야기가 많다.

 

사실 너네도 알고 있었지 않나?

근데 왜 갔냐?

 

4.그래도 ‘자교’애들 좀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수준 낮출 필요는 없어

타 대학 교수하는 지인들이 특강 하나 해 달라고 요청 왔을 때, 거절할 핑계를 못 찾아서 오랜만에 인사나 할 요량으로 찾아가면,

대학원 강의일 때는 SKY, SKP 같은 명문대일 수록 꼭 나오는 표현이 있다.

‘자교’애들이 절반을 넘으니까 그렇게까지 수준 낮출 필요는 없어

좀 표현을 바꾸면,

학부가 SKY, SKP 출신인 애들이 많으니까 강의 수준을 굳이 낮출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노골적인 표현을 보고 있는 비SKY, SKP 출신들 가슴에 큰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저런 표현을 들을 때 마다 꼭 답변해주는 표현이 어쩌면 더 가슴에 큰 상처가 될 것 같은데,

어차피 제 말 알아들을 멀쩡한 애들이면 한국에서 대학원 안 갔겠죠

라고 답변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다듬어주려는 전략이 아니라, 진짜로 이렇게 생각한다.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고?

위의 3번에서 말한대로, 너네도 국내 대학원들 상태가 어떤지 다 알고 있었지 않냐?

알면서도 국내 대학원 갔으면 그런 비난을 감수해야지?

 

5.세상에서 가장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할 서비스 1번이 ‘교육’

‘기부 입학제’라는 표현을 알 것이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이 반노골적으로 ‘기부 입학제’를 하고 있다.

돈을 내더라도 자식을 유명 명문대에 보내서 네트워크를 쌓고 고급 교육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부모들의 피를 빨아먹는거다.

이게 나쁜 걸까? 난 원래는 한국식 평등, 공평주의자였는데, 요샌 이렇게라도 보낼 수 있으면 명문대 보내라는 주의자가 됐다.

 

내가 부잣집 자식이었으면 아마 나도 군 복학하던 학부 2학년 2학기에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를 해서라도 미국에 최소 주립대학으로라도 학벌세탁을 했을 것이다.

교육 수준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졸업 후에 내가 Global brain으로 살려고 했을 때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걸 군 생활 중 미국 명문대 나온 카투사들이 미군 장교들한테 받는 대접을 보고 이미 실감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나는 부잣집 자식이 아니었고, 정보가 너무 없었고, 겁쟁이였다.

 

내가 석사 갔던 학교를 학부 선배랑 동기가 학부 교환학생으로 다녀와서 완전히 다른 시야의 인재가 된 걸 봤지만,

그 때도 역시 나는 태무심하게 뭔가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가겠다고 면접 100번을 떨어져 가면서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던 그 ‘학벌’이라는 무게를

석사 유학을 나가서야 온몸으로 느끼게 됐었다.

이렇게 돈을 써야 이런 엄청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 학벌이 있어야 시장에서 대접을 받는데,

나는 너무 돈 아끼는거만 생각하는 짠돌이였고,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보고 살았구나…

 

미국에서 자식 교육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부모라면 자식을 절대로 공교육에 보내지 않는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직장에서 야근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하지.

 

어쨌든 대학만 좋은데 가면 같은 출발선상이니까 다를게 없지 않냐고?

 

수능만 잘치면 된다며 성문종합영어라는 책 한번도 안 읽은, 영어 말하기/쓰기가 전혀 안 되는 ‘제주도 흑돼지’와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프랑스 6년, 뉴질랜드 6년 살다온 ‘뉴질랜드 청정돼지’가

먹방 찍어도 될만큼 잘 먹는다며 ‘돼지’라고 놀림이나 듣던 대학 4년 동안이야 같은 ‘돼지’지만, 졸업할 때쯤이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글로벌 경쟁력 넘치는 인재를 뽑고 싶은 직장에서 흑돼지를 고를까? 청정돼지를 고를까?

 

6.좋은 학교라고 설명 안 해도 되는 대학원을 가야 취직하기 쉽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좋은 학교라고) 설명 안 해도 되면 좋겠다

아마 학부라면 좋은 학교라도 설명 안 해도 되는 곳을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대학원을 고르는 시점은 이미 학부가 결정난 시점이다.

해외는 몰라도 국내에서 편입은 당신의 학벌을 세탁해주지 않는다.

굳이 국내 유명 대학교의 대학원을 가봐야 학벌 세탁하러 갔다고 비아냥이나 들을 뿐이다.

 

내가 SIAI라는 대학원을 만들었던 배경에는, 석사 갈 학교를 고르던 당시 내 감정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국내에선 어느 대학이건 대학원을 가는건 무의미한 짓이고, 해외로 나가기는 해야겠는데, 하버드는 못 가고,

그럼 실력 쌓아주는 곳을 가야지, 사실 하버드 못 가는 것도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인거잖아…

 

어릴 때부터 이미 청정돼지보다 엄청나게 뒤쳐진 인생을 살았는데, 그 청정돼지가 부모님 덕분에 자기 인생에 투입됐던 그 돈을 안 쓰고 청정돼지를 따라잡는건 기적이다.

내가 좀 잘났어도 걔도 잘난건 매한가지인데, 그 부모님 ‘돈’ 지원을 나 혼자 능력으로 어떻게 따라잡나?

내가 그 정도 슈퍼맨은 아니잖아?

 

한국에서, 미국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학부가 ‘학벌’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학벌을 쌓을 수 있을만큼

  • 본인의 역량이 되고, (그런 입학 시험을 뚫을 수 있고)
  • 집안이 받쳐준다는 뜻을 담고 있고, (재정적인 지원이 되는 탄탄한 집안 + 입학 시험을 뚫을 수 있는 교육 환경)
  • 그 사회의 핵심 네트워크를 갖게 되었다는 뜻 (동문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이 위의 3가지를 갖춰주는 곳이 아니면 그 대학원으로 당신이 ‘학벌세탁’을 할 수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로스쿨이 그런 효과가 있으니까 학벌세탁 효과가 생기는거지.

국내 AI/Data Science 대학원은 위의 3가지 중 그 어느 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어차피 제 말 알아들을 멀쩡한 애들이면 한국에서 대학원 안 갔겠죠”라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거고.

 

취직하기 쉽도록 만들어주는 대학원은 ‘좋은 학교라고 설명 안 해도 되는’ 대학에서 (정부 지원금 더 받으려고) 운영하는 대학원이 아니라

위의 3가지를 갖춰줄 수 있는 대학원이다.

당신들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특수전문대학원이 아니면 국내에 그런 대학원은 없다.

 

가끔 상담을 요청 받으면 하는 말이다.

늦게라도 정신 차렸다면, 더 늦기 전에 돈 써라. (좋은) 교육에 돈 아끼는게 제일 바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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