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대비 정년정책 준비 부족, 노령층 지원하다 되려 청년층 취업 막을수도

통계청, 한국도 2024년께 초고령화 사회 진입 한국과 일본의 정년제도, 일본은 상향식, 한국은 하향식 결정 사회적 합의 없는 한국 대비 일본은 탄탄한 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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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지난 2021년 법적 정년을 넘긴 65~69세 노인 2명 중 1명이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일본 총무성은 65세 이상 고령자는 3,627만명(전체의 29.1%)이며 이 중 909만 명이 노동하고 있어 고령인 노동자 취업률 25.1%의 수치를 발표했다. 이는 19년째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16.8%, 2018년 17.4%, 2019년 17.7%, 2020년 17.9%, 2021년 18.1%, 2022년 18.2%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증감을 반영했을 때 1년에 약 1%p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2040년에는 일본 고령화비율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 정년은 60세로 동일하나 규범 수준은 달라

지난 24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낸 한-일 정년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의 법적 정년은 60세로 동일하다. 일본은 2012년부터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했으며, 최근에는 70세까지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의 99%는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길 희망하는 노동자를 재고용한다. 중소기업도 고령인력 활용에 대기업보다 적극적이다. 한국 노동자의 경우 2022년 5월 통계청 기준상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49.3세이다. 법적 정년과 10년 이상 차이가 있고 중소기업은 정년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아 규범 수준이 매우 낮다.

일본과 한국의 제도 도입 과정은 속도·노사합의수준·자율성·정부 정책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은 노동정책 심의회에서 노사공(정) 삼자 합의를 거쳐 약 30년 동안 단계적으로 실시되었다. 일례로 60세 정년제는 1970년대부터 도입했으며, 1990년대 초 대부분의 기업이 도입한 뒤에 1998년에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시행 시기나 임금 고령자 직무개발 등의 영역도 노사의 자율성이 높다.

반면 한국의 정년제도는 2013년 국회 통과 이후 3년 만에 시행되었다. 법조문에 따르면 노사 간 정치적 교환을 인정하지만 실제 합의 수준이 낮으면서 공공부문처럼 일방적 지침이나 제도가 강제된 사업장일수록 구성원 수용성이 떨어지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일본은 상향식으로 결정된 데 반해 한국은 빠른 고령화에 선제 대응이라는 목적으로 하향식으로 정년제도가 결정된 탓에, 현장의 반발이 심한 것이다.

일본의 정년제도는 연금, 삭감 임금 보조제도 등 사회안전망과 연계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년제도는 연금과 연계되지 않아 정년 60세가 지속될 경우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와 근로기간이 괴리되어 최소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일본의 법과 정책이 사회적 행위 조율을 돕는 내재적, 최종적 기능을 하지만 한국은 행위자들에게 외재적, 구속적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규율로도 기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노인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크게 증가시킨다. 젊은 층의 조세부담은 당연히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보장 체계도 덩달아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국민연금 역시 고갈 위험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리나라의 정년퇴직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인 부양의 부담이 날로 커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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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청년층 고용률 저하로 이어질 수도

일각에서는 연금으로 인한 소득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정년을 65세까지 늘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년 연장은 고령층의 노동생산기간을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 노동가능인구 감소가 가팔라지는 2024년 이후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뒷받침되고 있고, 고령 가구의 소득 및 소비 하락을 막는 장점과,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대법원판결에서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의 범위가 공공부문이나 일부 대기업 등으로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과 정년 연장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 제도적 정년 연장의 실효성이 보장되는 것이냐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청년 일자리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정책포럼은 지난 2020년 조사에서 제도적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 고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규모가 큰 100인 이상의 사업체의 경우 청년 고용 감소는 뚜렷했으며, 정년 연장의 폭이 컸던 사업장에서 청년 고용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정책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정년을 늘리기 전 일본이 했던 대로 고령층 인구의 사회적 안전망을 최대한 촘촘히 깔아주며 부양에 들어갈 재정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덧붙여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회사에서 자유롭게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줌과 동시에 국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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