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전기·가스요금 인상, 고강도 자구책에도 인상 어쩔 수 없어

산업부, “전기요금 ㎾h당 8원, 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 불가피” 팔면 팔수록 적자인 한전의 역마진 구조, 국제 에너지 대란에 직격탄 맞았다 추가 인상 필요하지만 확답 안 한 정부, 한전 자구책 통할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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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에서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올해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는 등의 정책을 함께 펼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올해 3~4분기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늘어나는 한전 적자폭에 16일부터 전기세 8원 인상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여건이 계속 악화될 경우 안정적인 전력 구매 및 가스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심지어 공기업의 설비투자, 공사발주 축소 등에 따라 에너지산업 생태계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21~2022년 2년간 38조5,000억원의 누적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 역시 올해 1분기 미수금이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에서 3조원 늘어났다.

이 장관은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국제 에너지 가격과 국내 도입 가격 간 최대 6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며 “간부 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서울 소재 핵심 자산 매각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요금 인상 이유를 밝혔다.

이번 요금 결정은 국민의힘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자구안과 정승일 사장의 사퇴가 발표된 직후 이뤄졌다. 지난 12일 정 사장은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열린 ‘비상 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에서 한전 부동산 자산 매각과 임직원 임금 반납 등의 내용을 담은 25조7,000억원의 자구안을 발표하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산업부 발표에 따라 16일부터 전기요금은 ㎾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인상된다. 즉 4인 가구 한 달 전력 사용량을 332㎾h라고 가정했을 때, 올해 초보다 월 전기요금이 약 3,000원가량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가스요금 역시 4인 가구 한 달 사용량(3,861MJ) 기준 약 4,400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 인상에 정부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

한편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관련 지원 대책도 발표했다. 먼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사용량(313㎾h)까지의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취약계층 대상 전기요금 동결은 약 700억원의 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약계층은 ▲장애인 ▲국가(상이 1∼3급)·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3자녀 이상 대가족·출산 가구 등이다.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기존 생계·의료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 계층에서 주거·교육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 계층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1분기와 마찬가지로 인상분에 대해 3년에 걸쳐 분할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달의 경우 ㎾h당 2.7원, 내년 4월 ㎾h당 2.7원, 2025년 4월 ㎾h당 2.6원이 각각 반영된다.

일반 소비자 가구를 위해서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확대 적용해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에너지 캐시백은 과거 2개년 대비 사용량을 3% 이상 줄이고 동일지역 참여자 평균 절감률 이상을 달성하는 경우 절감량의 ㎾h당 30원의 캐시백을 지급하는 제도다. 오는 하반기부터는 직전 2개년 동월 평균 전력 사용량 대비 5% 이상 절감할 경우 추가로 30원에서 70원까지 ‘차등캐시백’을 지급해 절감한 전기 사용량에 대해 ㎾h당 최대 100원까지 전기요금에서 차감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따라서 월 332㎾h 사용 고객이 지난 2년 동안의 평균보다 사용량을 10% 줄인다면 2,720원의 캐시백을 받아 약 1만1,560원의 요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외에도 에너지 취약부문의 하계 냉방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6∼9월분 요금에 대해 전기요금 분납제도 대상도 확대한다. 그간 일부 주택용 고객만 분납이 가능했으나, 한시적으로 소상공인과 뿌리 기업까지 확대하며, 당월요금의 50%를 납부 후 최대 6개월 범위에서 요금분납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자발적인 전력 소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서 요금 예측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전은 서비스 플랫폼인 ‘한전:ON’에 가입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원격검침이 가능한 지능형전력량계(AMI)가 설치된 모든 고객에게 파워플래너를 통해 실시간 전기 사용량, 월간 예상 요금, 소비패턴 분석 등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요금분납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동절기 가스 소비 효율 향상을 위해 에너지 캐시백 제도도 확대 시행해 지난해 사용량 대비 7% 이상 절감할 경우 장려금을 지급한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가스공사는 앞으로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장관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3년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과 관련하여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적자 30조 한전과 미수금 9조 가스공사, 추가 요금 인상 필요하나 모두에게 부담

이미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막대한 누적 적자 탓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지속적으로 언급했으나,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물가 불안으로 요금 인상안을 미뤄왔다. 에너지 요금뿐만 아니라 교통,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잇따르고 있어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한전의 최대 규모 적자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에 결국 요금을 인상하게 됐다.

앞서 한전은 이미 올해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인상액(㎾h당 19.3원)의 68% 수준으로, 지나친 인상폭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2026년까지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현재 한전은 지난 3월 기준 전기 1㎾h당 173.3원에 사서 139.3원에 판매하고 있어, 팔면 팔수록 적자 폭이 늘어나는 역마진 구조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전력 판매 수익은 2조6,000억원 증가하겠지만, 2년간 쌓인 적자액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다”며 “어차피 3~4분기에 또 전기료 추가 인상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예단하지 않겠다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일축했다.

가스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6년까지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상해야 하는 금액은 MJ당 10.4원으로 이는 지난해 연간 인상액(5.47원)의 1.9배 수준이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말 2.6원씩 네 분기에 나눠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지만, 1분기에 터진 난방비 폭탄 이슈로 인해 1.09원 인상하며 속앓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 역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적극적인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인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 기여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면서 “어느 정도 가격을 현실화해 에너지 효율 향상 쪽으로 정책을 설정해야지 요금동결인 속도 조절을 통한 방법은 정부, 에너지 공기업,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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