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했던 ‘입체주소 체계’ 본격 도입,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 발전 기틀 마련 효과

올해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 추진, 116억원 규모 예산 투입 2021년 도로명주소법 개정 이후 방치됐던 ‘입체주소 체계’ 본격 도입 예정 일상생활 편의성 개선부터 자율주행·드론 배송 등 첨단산업 발전 기반 마련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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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소 부여 예시/사진=주소정보누리집

정부가 국민 생활 편의 제고를 위해 입체주소 체계를 도입하고, 주소정보 기반 산업을 육성하는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을 구축한다.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자를 선정하고,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은 전국 245개(행정시 포함) 자치단체와 1,000여 명의 지방공무원이 도로명주소 부여·관리에 사용하는 ‘주소정보관리시스템’을 개편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2011년 구축 이후 12년 만의 전면 개편으로, 2025년까지 3년 동안 3단계에 걸쳐 326억원을 투입해 2026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유명무실했던 ‘입체주소 체계’ 본격 구현

정부는 1단계 사업을 통해 그간 자치단체 도로명주소 담당자가 수기로 처리해 왔던 주소 업무를 전산화해 지능형 업무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도로명주소법 개정에 따라 새롭게 도입한 입체주소 체계를 시스템에 구현, 지금까지 지상도로와 건물 출입구에만 부여해 왔던 도로명주소를 건물 내부 동·층·호, 지하상가, 입체도로(고가·지하 등 공중 또는 지하에 설치된 도로 및 통로) 등 사물, 공간 등에 확대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개발한다.

지난 2021년 6월 시행된 도로명주소법 개정안은 입체도로에 도로명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입체주소 부여 사업은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실제로 이뤄진 관련 정비는 지난 12월 들어 담터지하차도(서울시-경기도), 봉오고가교(인천시-경기도) 등 5개 입체도로에 도로명이 부여된 것이 전부다. 이번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을 통해 유명무실했던 입체주소 체계가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1단계 사업을 통해 노후화해 성능이 미흡하고 장애가 자주 발생하는 주소 관련 자치단체 전산장비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구축, 다양한 주소정보 관리·분석 및 대국민 서비스 확대를 위한 고성능의 기반 시설을 갖춘다. 상기 사업을 위해 올해 투입되는 예산은 116억원 규모이며, 개편 작업은 12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향후 2·3단계 사업에서는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주소 관리 업무 혁신 ▲주소정보 제공 및 활용체계 개편 ▲현장 행정 시스템 개선 ▲자치단체 데이터 통합·이관 등 지난해 정보화전략계획 수립(ISP) 당시 확정한 연도별 목표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는 국민 생활 및 민간 활용 분야가 폭넓은 주소정보 특수성을 고려해 민간 기업,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전담팀(TF)을 구성, 정책 방향과 세부 구축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일상생활 편의 개선·4차산업 핵심 기술 기반 마련 효과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의 골자는 2차원 평면 개념인 현행 도로명주소를 3차원 입체주소로 전환하고, 건물에만 부여하던 주소를 지하, 시설물, 공간 등으로 확대해 부여하는 것이다.

주소체계가 3차원으로 고도화되어 고가도로, 지하도로 등 입체도로에 도로명이 부여되면 도로명판, 기초번호판, 사물주소판 등의 주소정보 시설이 설치돼 차량 운행 중 자신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버스정류장, 육교 승강기, 가로등, 신호등과 같은 사물에 부여되는 시설물 주소를 활용하면 도보 이동 중에도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보다 편리하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으며, 안전사고 발생 시 한층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한 도로 위에서 일정 시간 개방하여 운영되는 푸드트럭이나 도로 아래 위치한 지하상가, 공중에 떠 있는 다리 등에도 주소를 붙일 수 있어 인공지능, 음성인식, 빅데이터, 디지털트윈 등 4차산업 핵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사진=pexels

드론·자율주행 등 첨단산업 분야 발전 끌어올 듯

이에 더해 입체주소 체계는 첨단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된다. 3차원으로 고도화된 주소 체계는 IoT(사물인터넷), 실내 내비게이션, 드론 배송, 자율주행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 발전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드론 배송의 경우 인구가 밀집한 도심은 물론 도서·산간 지역의 배송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등 해외 대비 제도적 한계와 주소정보 등 인프라 부재로 관련 산업 성장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활물류법상 배송 수단이 화물차, 이륜차로 제한되어 있으며, 드론활용법상 일몰 이후에는 드론 비행이 금지된다. 복잡한 도심 환경 및 드론 이착륙 인프라 부족 역시 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행 주소 체계로는 드론이 찾아갈 주소지를 지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인력을 활용한 배달 시에는 기존 도로명주소만으로도 정확한 배달이 가능하지만, 드론을 활용할 경우에는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주소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후 입체주소 체계가 도입되면 드론 배송의 편의성 및 정확성이 향상되어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입체주소 체계는 자율주행 사업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존 주소 체계에서 실내 주차장은 건물의 일부분으로 취급되었으며, 별도 주소와 전자 지도가 없었다. 차량이 이동할 정확한 위치를 지정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입체주소 체계가 도입될 경우 건물에만 부여하던 주소를 주차면 등 세부 시설물에도 부여할 수 있으며, 보다 세밀한 위치 정보 파악이 가능해진다.

실제 세종시는 2021년 자율주행 체계 확립을 위한 과제로 ‘사물주소 구축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세종시는 실내 자율주행 주차를 위해 주차 칸마다 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통해 주소 체계를 세분화하고, 주차장 내에는 30m마다 ‘비컨 송신기’를 설치하여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 로봇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입체정보 체계가 운행·주차 등 자율주행 주요 서비스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처럼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은 단순히 일상생활 속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첨단 사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전개될 경우, 내년부터는 주소정보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정체되어 있던 국내 첨단 사업이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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