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중남미 이어 2분기부터 영·미 시장도 계정 공유에 과금한다

미국·영국에서 계정 공유에 추가 요금 부과 결정 설립 초기에는 계정 공유 지지했지만 구독자 이탈 이어지자 입장 바꿔 다음 실적 발표 때까지 수익성 예측은 전문가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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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Netflix)가 결국 미국과 영국에서도 계정 공유 단속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간 계정 공유 단속을 정확히 언제,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구체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던 탓에 ‘허풍’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있었던 정책이다. 단속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가입자 이탈 조짐이 보이자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억’ 가입자가 계정 공유 중?

지난해 상반기,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잃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가 구독자 이탈의 주원인으로 분석하고 계정 공유 차단을 위한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었다. 넷플릭스는 “공유 계정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이용자가 약 1억 명에 이른다”며 “하나의 계정에 여러 개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건 맞지만, 사람들이 해당 정책을 ‘오해’한 탓에 지금처럼 광범위한 계정 공유가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독자들의 계정 공유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점에서 시작한 만큼, 한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 계정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확산시켰고, 넷플릭스 성장의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넷플릭스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우리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것이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구독자들의 반란

지난해 3월부터 넷플릭스는 일부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에게 월 2~3달러가량을 추가로 청구하는 정책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그간 계정을 공유하던 중남미 지역 가입자들은 추가 비용 부담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계정 공유 취소가 잇따랐다. 각종 불만과 계정 공유 취소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수익성 강화 목적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확대해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중남미 가입자들은 불만 표현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에 계정 공유 단속 사실이 알려지자 SNS를 통해 구독을 취소하겠다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확한 해지 구독자 수는 비공개 상황이지만, 넷플릭스는 정책을 도입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아르헨티나의 추가 과금을 중단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영국에서 단속 시작

넷플릭스는 2023년 1분기부터 미국과 영국에도 하위 계정 대상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이용자들까지 사전에 구독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책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2분기로 시행이 연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공지에서 미국, 영국 사용자들 중 하위 계정을 만든 고객에게 프로필을 ‘단독 계정’으로 이전하거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과 같이 ‘추가 사용료’를 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반발에 대안을 찾겠다며 시행을 늦췄지만 결국 중남미와 같은 구조가 된 것이다.

추가 사용료는 미국 월 7.99달러, 영국은 월 4.99파운드(약 6.2달러)다. 인원수에도 제한을 뒀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한 명, 프리미엄 요금제는 최대 두 명까지 추가할 수 있으며,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Standard with Ads)와 베이직 요금제는 추가가 불가능하다.

가입자 확대를 위한 도전

미국에서는 최저 요금제, 즉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의 월 구독료가 6.99달러다. 추가 사용료가 7.99달러인 만큼, 약간의 광고만 감수하면 단독 계정을 만드는 쪽이 더 저렴하다. 단, 영국의 경우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 역시 4.99파운드로, 추가 사용료와 동일하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칼을 빼든 목적은 하위 계정 이용자를 신규 가입자로 전환시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반발이 심해지자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목표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찾는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이탈하는 구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지는 못한 모습이다. 해당 정책에 반발해 구독 중단을 결정한 이용자 수가 예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루마 인사이트(Aluma Insights)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 지역 응답자의 13%가 ‘넷플릭스가 하위 계정에 월 3달러를 추가로 청구하면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제시한 추가 요금은 그 두 배를 상회하는 만큼 그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넷플릭스를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는 현재 위기에 봉착해 있다. 1억 명에 달하는 ‘무료 시청자’를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지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반발과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 OTT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의 사례처럼 넷플릭스가 ‘백기 투항’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대거 이탈한 중남미 시장에서 경쟁사인 아마존 프라임과 디즈니+가 이들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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