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호영이 쏘아 올린 국힘 당대표 요건, ‘불가능의 삼각 정리’

주호영 “당원 눈에 차는 주자 없다” 발언에 논란 수도권 경쟁력, MZ세대 소구력, 안정적 공천 전략 셋 다 만족시키기는 불가능 총선 이끌 지적 역량 갖춘 당대표가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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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기준 만족하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있나?

국민의힘 버전 ‘불가능의 삼각 정리’가 등장했다. 바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시한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로서 갖춰야 할 조건 세 가지다. 그는 지난 3일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수도권 의원 수가 전국의 절반이 넘는 만큼,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으며,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 (차기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당권 주자들을 거론하며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당 내에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하는 후보가 없음을 주 원내대표가 인정한 셈이기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그 어느 당 내의 친윤 주자도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공통된 견해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의원의 경우 영남 출신이 아니지만 MZ세대에 대한 소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발한 김기현 의원과 조경태 의원은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추세임에도, 지역 기반이 영남이라는 한계가 있다. 자신은 역량과 MZ세대 호소력을 다 갖췄다고 주장하는 안철수 의원의 경우, 유력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반이 취약해 공천 잡음 없는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다른 유력 주자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경우 수도권이 기반이지만, MZ세대에게 호소력 있는 인물은 아니다.

비윤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또한 안철수 의원과 사정은 비슷하다. MZ세대에 대한 소구력과 수도권 경쟁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내 우군이 워낙 적고 반발 세력이 많기에 차기 총선 공천을 성공적으로 지휘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것이 당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MZ 세대 소구력 ▲수도권 경쟁력 ▲잡음 없는 공천이라는 이 세 가지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의 조건은 동시에 만족하기 굉장히 어려운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 있는 셈이다.

왜 다 갖춘 당권 주자는 없을까?

왜 선거 필승 전략이 ‘불가능의 삼각정리’가 돼 버렸을까?

첫째, 수도권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지역구 당선자가 많지 않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확보한 수도권 의석수는 서울 49석 중 8석, 경기 59석 중 7석, 인천 13석 중 보수 성향 무소속을 합쳐서 2석으로 전체 수도권 의석수의 14% 가량에 그쳤다. 수도권을 잘 이해하는 수도권 지역구 출신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국민의힘에는 부족한 셈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지역구 의석 84석 중 56석(66.7%)을 영남 지역구에서 얻었다. 문제는 영남 지역구 출신 의원들 중에서, 수도권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후보군이 많지 않다. 김기현 의원, 조경태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에 관심이 없는 하태경 의원보다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다. 이른바 국민의힘 ‘텃밭’ 출신 의원 중에서는 당내 주요보직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이나 주호영 의원이 그나마 수도권을 비롯한 유권자 층에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둘째,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군 중 본인의 생물학적 연령이 젊거나, 젊은 세대와 소통 가능한 인재가 드물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55.1세였다. 당권주자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김기현, 조경태, 윤상현의 평균 연령은 그보다 더 많아 무려 59세다. 나이가 많더라도 청년 유권자들과 소통이 수월한 정치인도 물론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난이도나 확률 문제로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들과 비교했을 때 한계를 보일 수 있다. 당권 주자 중 하나인 A 의원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시민 B씨는 “의원님께서 매우 친절하고 열려 있는 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분이 50대의 중장년층에 해당한다는 세대차이는 매우 크게 느끼고 있다. 오래 전부터 알아 온 분이지만 가끔 말이 잘 안 통할 때도 많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국민의힘 내 세력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과거 황교안 전 대표의 총선 공천을 두고 잡음이 많았던 것은 황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특히 발표된 지 하루만에 철회됐던 비례대표 공천이 대표적이다. 2016년 있었던 ‘옥새런’ 사건 역시 김무성 전 대표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더 강해서 서로 간의 충돌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제는 수도권 경쟁력과 MZ세대에 대한 적당한 소구력을 보유한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당 장악력이다. 그들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대권주자이지만, 안철수 의원은 원래 국민의힘 출신이 아닌 일종의 ‘영입 인사’이고,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분당하는 과정에서 당의 정치인들과는 많이 소원해졌으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빚으면서 당내에서 노골적인 비토가 나오는 상황이다. 즉 안철수 유승민 둘 다 국민의힘 내의 당내 기반이 굉장히 약하다. 정치인의 세력 기반과 수월한 공천 간의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 다 갖춘 인물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언급된 세 가지를 다 만족하는 정치인은 국민의힘 내에 현 시점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귀속적 지위나 환경적 조건을 통한 평가보다는, 실질적인 지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 당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 또한 당 대표가 총선을 진두지휘한다고 할지라도 다음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다. 당 대표 개인의 인기나 이념 성향은 사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핵심은 당 공천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과 전략을 갖춘 사람이 당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버전 ‘불가능의 삼각 정리’는 결국 실제 당 대표로서의 역량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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