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이 퍼지는 ‘전화 공포증’, 콜포비아와 ‘책임감’의 상관관계?

pabii research
전화 통화 부담감↑, 걱정 앞서는 MZ세대들
"시각 커뮤니케이션 제한된 전화 통화, 콜포비아의 근원"
실수 가능성 줄이는 콜포비아, 일각선 "무책임함의 표상" 주장도
출처=알바천국

MZ세대 열 명 중 세 명이 전화 통화 시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콜포비아’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층에서도 전화 통화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지만,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특히 콜포비아 증상이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선 콜포비아와 ‘책임감’을 연결 짓기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부담이 큰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이들이 콜포비아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콜포비아 증상을 MZ세대 특유의 무책임함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MZ세대 35.6% ‘콜포비아’

31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 1,4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35.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29.9%) 대비 5.7%p 늘어난 결과다.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는 ‘문자, 메시지 앱 등 텍스트 소통’이 70.7%로 1위였다. 이는 지난해 61.4%보다 훨씬 오른 수치다. 특히 같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남성(20.9%)보다 여성(45.7%)에게서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았다. 텍스트 위주의 소통 방식에 대한 선호도 역시 여성(75.9%)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집계됐다.

MZ세대가 생각하는 전화 통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60.0%, 복수 응답)’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는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55.9%) △문자, 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이 훨씬 익숙해서(51.6%)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29.5%)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침묵이 불안해서(24.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콜포비아 증상을 겪는 MZ세대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전화를 받기 전 느끼는 높은 긴장감과 불안(64.0%, 복수 응답)’으로 집계됐다.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1.2%) △전화 통화 시 앞으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7.8%) △전화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변화(22.0%) 등도 언급됐다.

콜포비아 증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묻자 ‘지원, 면접 등 구직 관련 전화를 할 때(72.8%, 복수 응답)’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직장 상사, 거래처 등 업무상 전화를 할 때(60.4%) △제품, 서비스 등 문의 전화를 할 때(44.5%) △예약 접수, 취소 전화를 할 때(39.2%) △배달 주문 접수, 취소 전화를 할 때(34.3%) 등 응답도 나왔다. 콜포비아 증상을 겪는 MZ세대 10명 중 9명(90.4%)은 콜포비아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기(39.2%)’를 꼽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서는 △전화 통화를 최소화하고 이메일, 문자 위주로 소통(28.8%) △전화 통화를 하기 전 미리 대본 작성(28.4%) 등이 차례로 나타났다.

활발해진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문자가 더 편해요”

콜포비아는 전화가 오면 불안감을 느끼고 통화하는 행위 자체를 편하게 느끼지 못해 전화하는 것을 피하는 증상을 뜻하는 말이다. 심한 경우엔 전화벨이 울리는 것만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개 낯선 사람으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사람들은 지인이나 가족과의 전화를 불편해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포비아와 관련해 심리학자들은 “통화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의사소통의 90%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일어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데, 전화는 100%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불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콜포비아가 이전부터 만연했던 건 아니다. 과거엔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애초 텍스트 메신저가 발달하지 않은 이전 세대에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전화 통화가 거의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장년층으로 넘어가 보면 콜포비아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현저히 적어진다. 이는 중장년층이 수직적인 상명하복 조직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엔 디지털의 발달로 ‘텍스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일어났다. 현시대에 우리는 텍스트로 상대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텍스트를 통한 소통이 더 편하다는 이들도 많다. 결국 텍스트 기반 소통에 익숙해진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전화 통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이 콜포비아 증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일각선 ‘MZ 근성론’ 나오기도

일각에선 콜포비아에 대한 다른 시각을 내보이기도 한다. 일종의 ‘무책임함’이 콜포비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자 등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즉 실수할 가능성, 책임져야 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단 의미다. 실제 문자는 조금 늦게 봐도 용인되는 경우가 많고, 잠시 다른 용무로 인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도 크게 질책받지 않는다. 그러나 전화는 일단 받고 보면 무조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고, 회피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웬만해선 자리를 피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필요한 전화라면 회피하지 않고 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어떻게든 회피하려고만 하니 콜포비아도 심해지는 것”이라며 근성론을 제시하는 누리꾼들도 일부 나타났다.

그러나 콜포비아 증상의 발현을 무작정 MZ세대의 무책임함으로 돌려선 안 된다. 애초 콜포비아는 세대를 구분 짓는 현상이 아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콜포비아는 성격적인 영향이 크다”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거나 전화로 큰 실수를 하거나 비난을 받았을 때 콜포비아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말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안 좋게 들리는 건 아닌지, 전화를 거는 시간이 부적절한 건 아닌지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콜포비아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경우도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익숙지 않아 덜할 뿐, 전화 통화에 부담감을 가진 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콜포비아 증상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MZ세대 근성론’에 꿰맞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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