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에 충당금 미적립까지” 중징계 받은 한국투자저축은행, 쌓여가는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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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금융감독원, 한국투자저축은행에 기관경고·과태료 처분
미적립한 충당금만 42억7,500억원, 지난해 사실상 적자였나
파두 사태·모회사 배당 논란 등 끊이지 않는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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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한국투자저축은행(이하 한투저축은행)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한투저축은행 측이 15억원에 달하는 고객 자금을 횡령하고, 대손충당금을 규정보다 적게 적립한 것에 대한 제재다. 감춰져 있던 한투저축은행의 손실이 모습을 드러내며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업계는 한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쌓여가는 ‘구설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미적립 적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투저축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2,400만원 규모의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임원 1명에게는 ‘주의적 경고’, 2명에게는 ‘주의’ 의견이 전달됐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제재 단계는 △인가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로 나뉘며, 이 중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직원 A씨는 지난해 4월∼12월 차주가 사업 자금 인출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자금집행요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고객 돈 15억4,1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과정에서 대출 15건을 ‘요주의’ 대신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 42억7,500만원을 미적립했으며, 준법감시인·위험관리책임자에 대한 보수 지급·평가 기준을 정립하지 않아 ‘금융사 지배구조법’도 위반했다.

대규모 충당금 미적립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투저축은행이 사실상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적자 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8일 발표된 저축은행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한투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0억원으로 전년(800억원) 대비 자그마치 95.0% 급감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흑자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난해 실적에 금융당국이 지적한 미적립 충당금 42억7,500만원을 더해 계산할 경우, 한투저축은행은 순식간에 적자 전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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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업계 헤집는 대손충당금

지난해 적자 위기를 넘기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던 한투저축은행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미적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대손충당금으로 인한 업권의 영업손실이 기존 집계된 규모 대비 확대되며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실제 최근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PF발(發) 대규모 대손충당금 누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토지담보대출 규모는 약 15조원 수준이다. 토지담보대출은 시공과 인허가가 이뤄지기 전 자금을 조달하는 PF 대출 ‘브릿지론’과 유사한 성격을 띠지만,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률이 낮은 편이다.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른 일반 기업대출에 대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은 △정상 0.85% △주의필요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다.

하지만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에 대한 대규모 부실 우려를 제기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에 PF 수준의 토지담보대출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지시했다. PF 대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은 △정상 2% △주의필요 10% △고정 3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 100%로 이보다 높다. 업계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주문 이후 충당금을 약 50% 늘려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로 인한 실적 악화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는 총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9년 만에 최초다. 지난해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3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업계 실적 전반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구설수 휘말린 한국투자금융지주

한편 일각에서는 한투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운영 기조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온다. 최근 들어 빗발치는 한투저축은행 관련 구설수가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022년 말, 한투저축은행 위탁매매팀에서 PF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수개월에 걸쳐 8억원에 달하는 PF 대출 송금액을 횡령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금융지주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뻥튀기 상장’ 논란을 야기한 국내 팹리스 업체 파두의 상장 주관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파두는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그침에도 불구, 조(兆) 단위 상장을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소위 ‘파두 사태’의 파장은 증권 시장 전반으로 확산했고, 이와 관련해 주주 소송 등 각종 분쟁이 발생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파두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역시 비판의 중심축에 섰다. 배당액 감소로 주주들의 불만이 누적되는 가운데,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대표가 ‘나 홀로’ 대규모 배당 수익을 챙겼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실제 지난해 김 대표가 받은 배당금은 무려 265억원에 달한다. 이는 일부 증권사들이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실적 악화 등을 고려해 최대 주주나 특수관계인을 배당에서 제외하거나, 차등 배당을 실시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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