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원상복구’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인상했던 4년간 해외투자 40% 빠져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법인세 인하로 해외투자 30% 끌어들인 바 있어 정치적 논란 이전에 경기 회복과 경제 발전부터 고민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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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개월간 ‘법인세’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 <출처=㈜파비 DB>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인상됐다. 당시에도 대기업들과 외국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영업이익을 타국으로 돌리는 ‘절세’를 부추기는 안이라는 비난이 높았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악명이 높던 스위스는 기업의 최저세율이 11.48%(지방세와 연방세 합계)다. 최근 들어 신규로 조세피난처로 대두된 곳은 아일랜드로, 최고세율은 12.5%인데 글로벌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지원을 해줘서 전체적으로 스위스보다 낮다는 것이 글로벌 세무 관련 변호사의 해설이다. 해외투자를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아일랜드 법인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고 한다.

‘부자감세’ 논쟁에 발길 돌리는 외국인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4년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설비투자는 연평균 51억7,800만 달러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83억6,000만 달러가 들어온 것에 비하면 31억8,200만 달러가 감소했다. 조사대상인 OECD 산하의 17개 선진국 중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가장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하는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진 나라가 가장 많이 외국인 투자를 잃은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농업 중심 국가인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제외하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가장 높다. 유럽처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주변에 일본, 중국 등의 초강대국들에 해외투자가 먼저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판국에 거꾸로 법인세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법인세 인하로 대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더 쌓을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장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높은 법인세가 해외투자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는 한 국민의힘 당직자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법인세 낮추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만 쌓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정책에 어려움을 겪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 침체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던 중이었으나 2009년~2011년간 외국인의 국내 설비투자는 130%나 증가했다. 당시는 환율 변동 폭이 심해, 국내에서 투자 수익을 크게 얻더라도 달러화로 환전할 경우에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을 만큼 위험 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법인세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대기업들의 배만 불린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당장 이자 부담으로 쓰러지는 회사가 생기는 판국인 만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사내 유보금을 쌓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비축분을 쌓아두는 것이라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인 2017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다. 스페인과 프랑스도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28%→25%, 33.3%→31%로 법인세율을 낮췄다. 프랑스는 올해 25%로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개월간 ‘법인세’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 <출처=㈜파비 DB>

손님 맞아야 할 판국에 자식 내쫓는 법인세

상속세 이중과세 논쟁과 더불어,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과도한 법인세에 대한 논쟁이 오랫동안 기업들의 불만 사항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조세피난처인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심지어는 유럽의 아일랜드, 스위스 등으로 법인을 이전하고 상속세 및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로 법인세가 인상되고 난 이듬해인 2019년 1분기에만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ODI)가 2018년 1분기 대비 44.9% 급증한 141억1,000만 달러였다. 상속세를 고민할만한 중소기업도 아니고, LG·SK·롯데 등의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국제 세무 전문가들은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거꾸로 한국 기업들의 ‘탈(脫) 한국 러시’를 조장하고 있다며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기업 생존을 위해 돕지 않으면 ‘탈(脫)한국 러시’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법인세 인하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법인세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뀌었으니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부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외국인 설비투자가 각각 130%, 145% 상승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차라리 쓸데없는 정부 프로젝트로 한계 기업들 먹여 살리는 걸 그만하고 그만큼 법인세 절감해주는 편이 시장 건전화에 더 큰 도움이 된다”며 지난 정부 내내 ‘한국판 뉴딜’ 등으로 기술력 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IT프로젝트들이 ‘인공지능’의 허울을 둘러싸고 기술개발에 큰 예산을 쓰는 것처럼 과장됐던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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