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 한-일 외교의 뇌관되나?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양일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논란 잠재우지 못해 국민 여론의 85%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어류 안 사먹겠다는 비중도 높아 일부 국힘 관계자, 과학적 수치를 넘어 국민을 설득하는 태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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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후쿠시마’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한국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지난 2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내 이해가 깊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24일까지 이어진 이틀간의 현장 점검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연합에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85.4%로 압도적인 비율을 나타냈다.

출처=환경운동연합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높아

방류 반대 목소리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동경에서는 지난 16일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한 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생성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시위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원자로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와 같은 물질은 여과하기 어렵고, 오염수에는 루테늄·코발트·스트론튬·플루토늄 등 동위원소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회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7개월 후 제주도 해안에 닿고, 몇 년 뒤에는 미국 서해안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일본 경제산업성 및 비정구기구(NGO)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도 일본인 43%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했으며, 90% 이상이 오염수 해양 방류가 태평양 연안의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6일 일본 동경,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항의하는 집회/사진=신화통신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파견, 국민 감정 다스리는 데는 실패

원전 현장을 살펴본 국내 시찰단은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전후 방류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된 비중 값 변화분, 핵종을 분석하는 화학분석 현장을 양일간 살펴본 후 귀국했다. 시찰단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 비중이 고작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전 오염수 처리를 위해 일본 정부가 지상 처분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려 78.3%가 동의한 반면 해양 방류에 동의하는 비중은 8.5%에 그쳤다.

증가하는 불만 여론에도 불구하고 원전 시찰단과 해외 석학들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답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서 앨리슨 교수는 “만약 그 물을 마셨다고 계산해 보면 자연적인 수준의 80% 수준밖에 방사선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며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2021년 초 월성원전 지하 삼중수소 유출 논란 때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이른바 ‘바나나·멸치론’을 주장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당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삼중수소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자연 상태에서 방사능 칼륨을 함유한 식품인) 바나나 6개, 멸치 1g에 해당하는 양”이라는 설명과 함께 안전성을 주장했고,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해서도 “방류기준에 딱 맞는 물 1리터를 먹는다면 그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고 말했다.

기준치의 70배가 넘는다는 반박과 불편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관계자들은 몸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등의 방사선의 양을 고려했을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간 ‘후쿠시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과학은 과학, 국정은 국정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번 후쿠시마 논란이 과거 광우병 논란과 유사하게 흘러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완전무결하게 무해한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봤을 때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 같은 대규모 자연 재앙을 일으키는 사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수준의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선동’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12년이나 되는 데다 삼중수소의 인체 부작용이 플루토늄, 세슘보다 높은 만큼 단순히 숫자만 보고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생태계에서 장시간 삼중수소에 노출된 어종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 대일 외교에 대한 동력 등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국민 건강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0%가 아님에도 일본과의 외교 정상화에만 몰두하는 것 같은 모습이 현재 정권의 외교 정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한 빅데이터 여론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후쿠시마’ 연관 키워드에 ‘오염수’, ‘방류’, ‘국민’, ‘윤석열’ 등의 키워드가 바로 가까이 등장하면서 국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와 윤 대통령을 엮어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고(이상 하늘색 키워드), 키워드 간 거리가 멀리 떨어진 붉은색 키워드 그룹으로 ‘민주당’, ‘방사능’, ‘반대’, ‘검증’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거리가 멀어 다른 그룹으로 배정된 키워드들에서 윤 대통령의 후쿠시마 원전 대응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우파에서 주장하는 ‘선동’ 관련 키워드는 녹색 키워드에 작게 등장하는 데 그쳤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사대로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만큼, 단순한 숫자에 입각한 과학보다 국민 여론을 끌어안을 수 있는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일부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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