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욕 난무…전 연령이 즐기는 OTT 이대로 괜찮나

OTT 콘텐츠 속 음주-흡연-비속어 남발 심각 영화 ‘남산의 부장들’ 114분 중 30분 이상 음주 및 흡연 “방송법 규제 안 받는 OTT,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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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2’의 한 장면/사진=티빙

“야 현규야. X질래? 너 미쳤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의 한 출연자가 한 말이다. 이 말은 편집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OTT 콘텐츠 속 음주 및 흡연, 비속어의 남발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OTT 콘텐츠가 방송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15세 이상 관람가 콘텐츠에서도 음주-흡연 ‘버젓이’

28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KHEPI)은 절주·금연응원단과 함께 국내외 OTT 콘텐츠(드라마 11편·영화 24편)를 점검한 결과, 대부분 콘텐츠에서 흡연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송출됐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의 음주 및 흡연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했으며, 음주나 흡연을 하는 장면의 노출 빈도 역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KHEPI는 티빙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과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예로 들었다. 19세 이상 관람가인 <술꾼 도시 여자들>에서는 성인인 교사가 학생들에게 음주나 흡연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했으며, 15세 이상 관람가인 <남산의 부장들>은 전체 러닝타임 114분 중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주와 흡연 장면이 나왔다.

최근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역시 매일 반복되는 음주로 비판을 받았다. 10인의 남녀가 한 공간에서 3주를 보내며 벌어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만 꾸며지는 만큼, 제작진의 개입이 없다. 출연자들은 거의 매일 밤새 술을 마시며 대화를 주고받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침실로 향한다. <환승연애2>는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 난무하는 비속어…시청자에게 전해지는 불쾌함

<환승연애2>는 출연자들의 리얼한 일상을 다루는 과정에서 편집 없이 송출된 비속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14일 공개된 18회 방송분에서는 한 여성 출연자가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남성에게 “야 현규야. X질래? 너 미쳤네?”라고 말했다. 상대방 남성은 어색하게 굳었고 그의 놀람 뒤 불쾌함은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생방송이 아닌 이상 편집과정에서 충분히 덜어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OTT 서비스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OTT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정보통신망법」은 「방송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그간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종종 포장돼 왔다.

‘수리남’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 음주-흡연 장면, 청소년 물론 성인에게도 부정적 영향

미디어에서 필요 이상으로 반복되는 음주·흡연 장면과 비속어의 남발은 이를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들 행위가 부정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흐려지게 만든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KHEPI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TV나 OTT통해 음주 장면을 시청한 뒤 음주 욕구가 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에 20%(TV 23%, OTT 17.9%)가 넘는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의 경우, 모든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강인구(하정우 분)와 전요환(황정민 분)은 쉬지 않고 담배와 시가를 피운다. 해당 드라마의 리뷰 가운데선 “하정우가 담배 피는 거 보니까 끊었던 담배가 생각난다”는 리뷰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보였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영화 등 콘텐츠 속 흡연 장면 노출에 대한 점검 결과를 별도로 공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대중매체에서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장면을 내보낼 수 없다. 태국 역시 방송에서 음주와 흡연 장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조현장 KHEPI 원장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OTT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금주 및 금연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정부, OTT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방침

계속되는 지적의 목소리에 정부는 연내 OTT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모두 아우르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계획 중이다. 현재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분산된 규정을 하나의 법제로 통합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이루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OTT 업계는 “규제가 강화되면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음주와 흡연, 비속어의 남발을 규제하는 것이 경쟁에서 밀릴 우려로 이어진다는 것은 그동안 그런 행위들을 너무 가볍고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즐거운 자리에 술이 없을 수도 있고, 혼자 고뇌하는 장면에서 꼭 담배 연기가 곁들여질 필요도 없다. 술, 담배, 비속어의 남발이 아니어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와 제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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