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 축소 통해 전격 도입될까

윤석열發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PK지역 민주당이 환호성 비례대표 축소 통해 중대선거구제 타협할 것이라는 분석 농촌 지역 반발 예상되지만, 정치 신인 및 다당제 촉진 기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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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거대 양당 독점 현상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소선거구제에 대한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신년맞이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추진 의사를 드러내면서 관심 여론이 더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당별, 지역별, 정치인 개개인별 이해득실이 천차만별이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적인 동조 여론은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비례대표 축소 등의 타협안을 제시해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영남 지역 여당 현역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윤석열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에 민주당이 호응하는 상황

최근 부울경(PK) 지역 민주당 정가는 소위 ‘난리났다’는 게 정설이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 이후, 의석수의 대폭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3선 중진에 해당하는 하태경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민주당이 많게는 절반을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PK 민주당은 숫자가 많지는 않아도 일종의 정통성을 보유한 집단이기 때문에, 당내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에 대해 찬성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구상대로 중대선거구가 도입되면, 가장 불리해지는 건 국민의힘의 텃밭에 해당하는 영남이나 농촌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다. 정개특위 간사이자, 강원도를 지역구로 하는 이양수 의원이 “내년 있을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지역별로 유권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이유다. 영남인 대구광역시 수성구를 지역구로 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워낙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며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뜻이기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탐탁치 않게 여기는 기류가 만연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윤 대통령의 구상이지만, 여당 의원들보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호응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 국민의힘의 전직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이 비례대표 대폭 축소를 통해 실질적인 지역구 의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영남 지역의 소위 ‘윤핵관’ 현역 의원들은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표와 실제 당선자들 간의 비례성이 대폭 향상되기에, 소선거구제 특유의 불비례성이 해소돼 비례대표제 병립의 필요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 헌법에서 비례대표제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완전 폐지는 힘들지만 의석 수를 대폭 축소하고 그 축소된 부분을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반발이 심한 지역에 일부 추가한다면 기존 현역의원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농촌은 손해보지만, 표의 비례성 증대라는 장점 가진 중대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현역 의원들보다는 경합지나 험지에서 도전하는 원외 정치인들에게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확실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부산 지역 원외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편 소식을 가장 반긴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농촌 지역의 경우 선거구가 확대되면 의원들이 관할하는 지역의 크기가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의원들의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나 관리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을 직접 챙기는 의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확실한 것은 표와 의석수의 등가성이나 비례성이 많이 떨어지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득표와 의석수 간의 일치도인 비례성은 중대선거구제가 보장한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의 소수 정당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중대선거구제가 마련할 것이라는 점이다. 양당제 보완의 수단이 된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득표에 따른 의석을 보장하는만큼 양당 정치 폐단을 줄이고 다당제를 지향하는 쪽으로 얘기했다”며 선거구제 개편에 힘을 실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떤 것이 한국 정치 현실에 옳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다당제의 경우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2016년 국민의당 실험이 그다지 실패만은 아니었듯이, 한국 정치 또한 제도 변경을 통한 대격변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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