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도매유통시장에 칼 빼 든다 “유통 담합 저지할 것”

농식품부,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 추진 가격 블라인드 경매 확대, 옴부즈만 배치할 것 출하 농업인의 권익 증진 및 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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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경매장에서 경매가 진행 중이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 농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민원도우미(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고 각 지자체에 도매시장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 땀방울 무시하는 도매시장법인의 경매제 갑질

17일, 농식품부는 농업인의 권익증진과 농산물 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농산물 도매유통은 공영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85년 가락시장이 개장한 뒤부터 경매제를 중심으로 거래방식이 제도화되어 매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번번이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인구구조 및 농산물 소비 경향 등 소비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공영 도매시장이지만, 오히려 대형 도매시장법인들의 안정적인 돈벌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농수산물 가격 불안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 농산물 유통구조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점은 ‘품질과 무관한’ 가격 변동이다. 지난 2020년 9월 3일 가락시장 양배추(8kg)의 경매가는 7,020원이었지만, 다음날에는 131% 급등한 16,251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튿날 8,723원으로 46% 폭락했다. 문제는 가락시장의 변화가 전국에 있는 모든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가격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당시 이니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본부장은 “소비자들은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품질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물량으로 결정된다”며 물량이 조금만 늘거나 줄어도 가격이 요동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부가 ‘특상’이라고 평가해 가져갔지만, 당일 물량이 많으면 품질은 ‘중’이 되고, 물량이 적으면 ‘중’이 ‘특상’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중’의 과실을 ‘특상’으로 판매한 농부들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물량이 적은 날에는 ‘특상’값도 본래 값이 아닌 전날 ‘중’값 정도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자식처럼 키워 ‘특상’을 만들었지만, 값에는 반영 안 된다. 출하자는 애초에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깜깜이 출하 방식이 현행 경매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가락시장을 제외한 동화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등 6개 도매시장법인에 따라 출하자가 내놓은 농산물의 값이 큰 차이가 나는 점, 대부분의 경매가 10초 내외로 끝난다는 점 등이 농산물 경매제의 불투명성을 확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도매유통 개혁, 제자리걸음인 이유

이처럼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법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 이를 개혁하기 위해 새로운 유통 주체 도입을 시도해왔지만, 기존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대로 개혁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가락도매시장의 경우 도매법인은 압도적으로 많은 농산물을 취급해 안정적인 경영기반과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대주주인 모기업에도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도매시장법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근거는 법률의 보장된 탓도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운영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도매시장의 주요 유통 주체인 ‘중도매인’은 농산물을 구매할 때 특별한 이유 없이 도매시장법인 이외의 장소에서는 구매가 불가하다. 유통환경 자체가 경직된 것이다. 이외에도 도매시장법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지정제’를 통해 도매법인은 안정적 경영의 영속성을 누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가락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수입은 전년동기(1~9월) 대비 115.6%로 약 15.6% 증가했다. 즉, 도매시장법인은 외부적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미미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 없이 자가혁신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과 농민들이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인구구조 및 농산물 소비 경향 등 소비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도매유통 구조개선: 공공성 강화, 농업인 권익증진부터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도매유통 구조개선에 대한 농업인과 소비자들의 요구 및 전문가·유통 주체 의견수렴 등을 토대로 ▲출하 농업인의 권익증진 ▲도매법인의 공공성 강화 ▲시장도매인제 평가·개선 ▲도매시장 기능혁신 등의 4대 분야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농식품부는 도매시장에서 거래 불만이나 분쟁이 발생할 때 조정 역할을 하는 도매시장 민원도우미(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한다. 또 지자체에는 도매시장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의무화했다.

농산물 판매 원표 정정 최소화를 위해 실태점검에 대한 개선계획도 수립하고, 귀책사유 주체별 판매 원표 정정 분류체계를 마련해 평가에 반영하는 등 불필요한 판매 원표 정정에 대한 제재 강화 및 관리체계 구축에도 나설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내 중도매인들이 타 도매시장법인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금정산조직을 시범 도입하며, 농산물 경매 시 응찰자 정보를 비공개해 최고가격으로만 낙찰하는 ‘정보 가림(블라인드) 경매’를 확대, 의무화할 계획을 밝혔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농산물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전담경매사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며, 정기적인 경락가격 및 가격진폭 실태조사와 개선조치를 마련하도록 이를 도매시장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올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전자송품장을 시범 도입해 전국 도매시장별·품목별 출하 예정 물량을 확인하고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며,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 역량이 부족한 법인은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체계 안정화를 강조했다.

시장도매인제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하며, 거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장도매인이 출하자로부터 매수하는 가격도 공개하도록 방침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시대, 정보화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국단위 온라인거래소를 설립해 상물분리와 비대면 도매유통 체계를 활성화하며 시대 흐름에 발 맞추겠다고 전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민·관·학·연의 협치로 농산물 도매유통 구조를 개선해 출하 농업인의 권익을 증진하고 도매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해 상생과 혁신의 농산물 도매유통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매법인들의 농수산물 유통 담합은 농민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는 악습이며 정부가 나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번 농식품부의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그간의 농산물 유통 담합의 폐해를 개선하여 농민, 도소매업계,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농산물 유통과 소비를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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