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상위 2%, 과장들의 정책 오디션 ‘TED 워크숍’

경기도의 계속되는 새로운 시도 비무장지대에 묻힌 생수를 팔면 어떨까? 당장의 혁신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제도 개선을 기대

pabii research
사진=경기도청

경기도는 지난 12~13일 이틀간 경기도 과장급 및 공공기관 경영본부장급 2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일 개최된 도 최초로 경기도지사와 부지사 3명, 정책·정무·행정·기회경기수석, 실·국장, 공공기관장, 도정자문위원 등이 모여 정책토론을 벌인 ‘기회경기 워크숍’에 이은 정책발굴의 장이다. 기회경기 워크숍과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과장급 간부가 한자리에 모인 정책토론회 성격의 행사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연 지사는 12일 모두발언을 통해 “대학 총장을 하면서 청년의 바다에 빠져보자는 생각으로 짧게라도 얘기한 청년들까지 1년에 8천 명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쭈뼛쭈뼛하다가 회가 거듭될수록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편하게 얘기하고 자기 의사를 발표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데서 창의력도 나오고, 삶의 보람도 나오고, 삶의 기쁨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계속되는 혁신 노력

경기도 고위 관리자들이 모인 이번 워크숍은 미국 비영리재단인 TED가 개최하는 컨퍼런스에서 18분 이내로 진행되는 TED 토크 강연회 방식을 차용했다. 경기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논의해 조직 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 열정, 꿈을 주제로 과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참석자들이 현장에서 이를 평가하고 논의하는 정책오디션 형식의 ‘기회경기 정책 챌린지’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과장급 및 공공기관 경영본부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자유주제로 도정 아이디어를 접수해 3천여 명의 도민 온라인 투표와 도 실국장 및 도정자문위원 사전 심사를 거쳐 총 42건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해 12일과 13일 양일에 나눠 발표됐다. 그중 총 20건의 우수작을 선정하였고 각 기관 예산의 일정액을 설정해 기획부터 집행까지 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TF, 혹은 기관별 ‘지맘대로위원회’에 전권을 주자는 의견, 비무장지대(DMZ)에 지하수 25억 톤 매장이 추정되는 점에 착안, 연천·파주 등 접경지역에 생수 공장을 설치해 남북 공동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공동브랜드를 만들자는 정책 제안 등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정책 제안 발표 후 2부에는 경기도 대표 정책발굴을 위한 ‘기회경기 시그니처 정책 자유토론’과 분임 별 발표를 진행했으며 참석자들은 ‘우리 동네 다회용 컵 활성화 방안’, ‘취약계층 반려동물 건강관리 플랫폼 구축’, ‘2025년 도청 앞마당에서 세계도서관대회 개최’ 등의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제안했다.

김동연 지사는 마무리 인사에서 “오늘 행사는 여러분들이 마음 편하게 서로 친목 도모하고 스킨십하고 한 팀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 그리고 편하게 자기 의사를 개진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일할 때도 그렇게 하자.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오늘 한 것처럼 씩씩하게 자기 의견 개진하고 소신껏 일하고 자기중심 잡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의 과장급 이상 상위직 비율은 1.8%에 불과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은 경기도 과장급 이상의 고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것으로, 최상위 직급은 1.8%에 불과하다. 워크숍에서 제시된 아이디어 중 상당수가 특별히 혁신적이지 않고 공무원 사회 상위 2%에 도달한 이들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공무원 자질을 배양하는 데 근무경력 대부분을 할애했을 것을 고려하면, 해당 워크숍에서 생산된 아이디어는 ‘혁신적’이기보다는 ‘고루’할 가능성이 크다. ‘ 비무장지대에 매장된 25억 톤의 생수 제조와 판매’ 아이디어는 우리나라가 생수 공급이 어려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용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은 아이디어로 여겨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만한 창의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환경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TED 형식의 워크숍 개최로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김 도지사는 작년 12월 ‘기회경기 혁신포럼-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시즌1’을 진행하는 등 공무원 사회의 혁신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오고 있다. 당시 김 지사와 함께 강의를 들었던 도청 직원들 대부분은 유익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직원들이 업무 시간을 할애해 강의를 챙겨 듣긴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하루 2시간을 업무 외 시간으로 할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 조직 변화를 위한 김 지사의 열정은 높이 살만하지만, 공무원 조직이 반드시 변화를 열망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지사 개인의 노력으로 조직사회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다. 조직에 중대한 변화를 도모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임기제 도지사가 구성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교육에 투자한다 해도 공무원들은 여전한 관료주의와 관성 때문에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나아가 선출직 공직자와 임명직 공직자의 입장이 다르다. 선출직 리더십에 주기적으로 변화가 생기는 구조상 정책과 행동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공무원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김 지사의 노력이 차기 표심을 끌어내려는 정치적인 욕심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 경기도 시민은 “이런 워크숍처럼 공격적인 행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도정에 더 관심을 갖고, 도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에 힘쓰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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