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구직문화] ② 직장이 없다? 급여 높고 일 안 하는 직장이 없다

직장 재수, 삼수하는 구직자들 대부분 업무 역량 부족이 주원인 업무 역량 대신 자격증에 초점 맞춘 구직 활동부터 정리해야 정신력 해이, 황금만능주의 쏠림 현상도 큰 문제 대학 교육의 질 개선 등으로 생산성 높이지 않으면 청년 실업문제 심화, 기업 해외 이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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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인근 스타트업이 모인 지역에서 교육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P씨는 학생 상담 관리 인력을 반년째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엑셀 자료 정리, 전화 연락, 일정 조정이 주 업무인 만큼 급여를 낮췄으나, 업무 이해도가 낮은 인력들의 지원서만 받다가 결국 실제 상담 업무를 추가하고 급여를 인상했다. 그러자 두 달간 업무를 이해한 지원자가 1명도 없어 지난달부터는 헤드헌터를 통해 10년 이상의 경력직 위주로 면접을 보는 중이다. 이에 P씨는 단순 관리 인력에게 배정했던 급여의 3배를 쓰게 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케터 직군을 채용 중인 W씨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단순한 블로그 바이럴 마케터를 채용하려 했으나 업무 이해도가 낮은 인력들을 피하려다 보니 결국 경력이 매우 탄탄하게 쌓인 전문 마케터 1명을 채용하는데 기존 예산의 2~3배를 쓰게 됐다. 역량이 부족한 지원자들이 회사가 제시했던 급여를 두고 매우 낮다며 화를 낸 사례도 소개했다. IT업계에서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진 바이럴 마케팅 직군에 월 3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탓에 결국 월 5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전문 마케터 1명을 고용하면서 마케팅의 범위를 크게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직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급여 높고 일 안 해도 되는 직장이 없는 것

Z세대 구직 전문 커뮤니티 중 한 곳인 모 포털 사이트 내의 카페에서는 대기업 구직에 재수, 삼수를 하는 청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기업들에 선택을 못 받은 것이 ‘운이 나빴던 것’이기 때문에 재수, 삼수를 해서 대기업을 들어가거나 공기업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청년들이 최소 100만 명은 된다는 것이 인사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중 일부를 인턴으로 채용했던 강남 일대 한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 L씨는 “사회조사분석사 2급을 땄다고 그래서 간단한 카이스퀘어 검정이 필요한 자료를 줬는데, 어떻게 카이스퀘어 검정을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한 채 오전 내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봤다”며 “업무 역량이 저렇게 부족한데 바라는 연봉은 인턴 연봉의 2배도 넘는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이어 “자격증을 어떻게 땄는지 눈에 뻔히 보이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들이 이력서 정보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인사팀에서도 학벌, 학점, 영어 시험 성적, 자격증 등을 이용해 1차 선별이 이뤄지지만, 결국에는 업무 역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건 퇴사의 압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기업 내 상황 설명을 하며, Z세대 구직자들이 취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고방식 만연, 노력해서 커리어 개발하겠다는 지원자 극소수

L씨는 “단순히 시간을 돈으로 바꾸겠다는 지원자를 피하고 각각의 구직자가 원하는 커리어에 따라 맞춤형으로 업무가 배분될 수 있도록 내부 조율에 시간을 쓰고 있다”면서도 “다만 어떤 커리어를 밟고 싶은지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식사 시간, 휴게 시간 등에 흔히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코인 투자로 큰돈을 벌어 회사를 그만둔 이야기, 자신이 투자한 코인의 가격이 내리고 있어서 괴롭다는 이야기뿐,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보를 찾아다니는 경우나, 새로운 지식을 쌓고 업무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경우는 십수 명의 Z세대 직원 중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 인사팀 퇴직 후 기업가치 1조원, 6천억원으로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 2곳을 거친 한 인사팀장은 “어차피 40대에도 회사에 가치가 있는 인재는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Z세대들이 주력 인력이 되는 5년, 10년 후에는 “멀쩡한 인력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업무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직원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은 현재 40대가 된 70년대, 80년대 초반 출생자들도 다르지 않았으나, Z세대의 업무 태도는 이보다 더욱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원인은 코인 투자? Z세대의 정신상태?

외부에서는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폭등과 코인 투자의 활성화 등을 꼽고 있으나, 실제로는 Z세대의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는 강한 표현을 썼다. 또 업무를 대충해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점, 인력 부족 및 노동법 탓에 해고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IT업계 개발직군의 경우 경기가 크게 악화돼 채용 자체가 줄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내일부터 출근할 곳이 널려있다”는 뻣뻣한 태도로 급여 인상과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고 밝혔다. 일부 실력 있는 개발자들도 심사 통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고액 연봉으로 채용되고 난 이후에는 업무 태만이 지나쳐 결국 해고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으나, 실업급여를 받고 난 다음에 다시 쉽게 채용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시장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가 드문 만큼 재취직이 매우 쉬워 이른바 ‘고액 연봉 체리피킹(Cherry-picking)’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W씨는 “정부가 AI 개발 등에 대규모로 자금을 투입한다고 수출이 늘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Z세대의 사고 구조를 개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렇게 인력들의 수준이 떨어지면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인력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하고 정신력 해이 개선에 초점을 맞춘 초·중·고교 교육, 노동법의 해고 관련 규정 개선 등이 전반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인구 감소와 더불어 생산성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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