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RDG 입법례 관한 보고서’ 발간, “독일 입법례 참조해 리걸테크 시장 발전 뒷받침해야”

ICT 기술 활용해 의뢰인과 법조인 연결 도와주는 기술·서비스, 리걸테크 국내의 법률서비스 다변화에 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리걸테크 시장의 변화 긍정 수용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한 ‘독일’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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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전반이 고도로 디지털화되는 현실에서 법률서비스 또한 리걸테크를 활용한 서비스로 변혁을 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리걸테크를 통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인 입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지난 4일 「리걸테크 관련 독일의 법률서비스법(RDG) 입법례」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독일의 입법례를 소개와 함께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시사점 등에 관해 제언했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단계

리걸테크(Legal-Tech)는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를 뜻한다. 초기에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소송 당사자와 변호사에게 판례를 분석하고, 소송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CT 강국임에도 리걸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재 스타트업 및 법률서비스 산업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는 변호사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로앤굿’, ‘로시컴’ 등이 있다.

주요 대형 로펌들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며 리걸테크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법률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법률서비스 다변화에 관한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12개의 범주별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리걸테크 기업들/사진=국회도서관

리걸테크 선도하는 독일

독일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리걸테크 산업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정부가 리걸테크 회사를 종합해 안내하는 사이트 ‘Legaltech In Deutschland’가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무려 190개 이상의 리걸테크 회사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들 기업에 대한 특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변호사 업무 지원부터 법률 문서 작성 프로세스까지 다양한 범주의 법률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법률 제정 등 제도적인 장치도 일찍 마련됐다. 독일의 「법률서비스법」(RDG)은 재판 외 영역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특히 무자격 법률서비스로부터 서비스 수요자와 법률행위 및 법질서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독일의 법률시장에는 「변호사법」(BRAO)에 따른 ‘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 외에도 행정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비변호사의 재판 외 법률서비스’가 합법적으로 공존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리걸테크를 통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법조인은 「법률서비스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서비스등록부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이들의 서비스 제공 분야의 이론적·실무적 전문성을 증명하고, 전문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특히 관할관청은 이러한 등록요건을 관리 감독함으로써 법률서비스 수요자들을 보호하고, 법제도 내에서 재판 외 법률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로톡’ 사태 등 갈 길 먼 국내 리걸테크 산업

독일이 리걸테크를 통해 법률서비스 시장에 도래한 법현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리걸테크 기업들과 협회의 밥그릇 싸움으로 혁신의 싹이 트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로톡’ 사태다.

로톡은 일반 소비자가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와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리걸테크 플랫폼이다. 지난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로톡을 비롯한 법률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광고 규정을 개정하고, 해당 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 대상에 올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5년과 2017년, 변협의 고소로 촉발된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변협 사이의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변협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으나,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또 지난해 로톡 가입을 이유로 변협으로부터 견책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일부 변호사들도 재차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첨예한 갈등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리걸테크의 발전은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법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등 경제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이 같은 효과를 일찍이 인식한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장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독일의 입법례를 참조해 리걸테크 시장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문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변호사 제도의 취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 개편 등 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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