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핀란드의 나토 가입 vs. 사우디의 석유 감산

사우디와 OPEC+는 석유 감산, NATO는 핀란드 받아들여 러시아 vs 미국 대리전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중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한국, 지금은 버티기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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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러시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 일부와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리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NATO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의 NATO 가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낼 경우 NATO 가입을 즉각 승인하겠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반면 그간 미국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감산을 발표한 탓에 석유 가격이 급등하며, 미국 및 동맹국들의 물가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시키게 됐다. 에너지 자원 부족이 없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침체는 호재다.

출처=Economist Intelligence Unit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戰에서 전 세계로 확장 중

지난달 러시아가 일 50만 배럴의 석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산(産) 원유를 수입하지 않은 지 1년인 넘은 탓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석유 감산에 동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됐다. OPEC+ 전체적으로 1일 175만 배럴이 감산될 경우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023년 4월 5일 기준 두바이산 석유 가격은 배럴당 84.89달러다.

영국의 시사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기존 러시아 동맹국들과 더불어 중국과 남아프리카 지역이 러시아의 대(對)서방 탈압박에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그간 중립을 지켜온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손해가 되는 정책인 줄 알면서도 석유 감산을 선택한 것이다.

외교가 소식통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인 사우디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제쳐놓고 국왕과만 소통을 이어가려고 했던 것이 양국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주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한국에 19시간 기습 방문을 통해 20여 개의 MOU를 체결하며 한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가기도 했다.

군사 전쟁에서 에너지 전쟁으로 변질

지난해 2월 전쟁 초기부터 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가 가파르게 뛰어오르자, 미국 정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며 물가에 대응했다. 당시 폴 크루그먼 등의 주요 소장파 경제학자들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까지 나서 “공급 충격을 해결해야지 통화 정책으로 문제를 풀어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으나, 올해 3월까지 지속적인 이자율 상승으로 미국 기준 금리는 0~0.25%에서 4.5~4.75%까지 뛰어올랐다.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부담은 결국 은행 보유 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해 지난 3월 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시작으로 미국 주요 은행들이 파산했거나 파산 위기에 빠지게 되자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석유 감산으로 원자재 등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승에 미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물가가 뛰고 있지만 더 이상 금리 인상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 및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러시아와 전쟁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 됐다.

지난 7일간 ‘러시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물가 부담, 에너지 가격, 경기 침체, 3중고(苦)에 직면한 한국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무역수지 적자 폭인 46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적자 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올 1월은 126억9천만 달러, 2월은 53억 달러이며, 지난달 10일까지의 잠정 집계에 의하면 3월도 49억9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단 70일 만에 기록한 것이다.

주원인은 대(對)중국 수출이 사실상 막힌 데다 강세를 보여왔던 반도체 수출마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수지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어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기에 핀란드, 사우디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미국 간의 대리전 양상이 가속화될 경우 지난해 정권 인수 후부터 윤석열 정부가 계획해왔던 각종 기술 도전들이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언론, SNS 등의 빅데이터 여론 분석에서도 러시아에 대항해 NATO가 핀란드를 끌어안은 것(이상 하늘색 키워드)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 데 이어 물가, 수출, 무역수지 적자, 부동산 가격(이상 붉은색 키워드) 등의 각종 대내외 경제 문제가 연이어 따라 나온다. 국제전 양상으로 확산되는 전쟁이 국내 경제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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