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석박사도 못 푼다는 ‘킬러문항’, 그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킬러문항들 석·박사도 못 푼다” 주장 학원가, 변별력 확보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고교 수준 벗어났단 주장 사실 아냐 교육 전문가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변별력 높은 수능 난이도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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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킬러문항’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MDSA R&D

킬러문항 관련 논의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킬러문항’을 “대학 석박사 한 사람도 못 풀겠다는 말을 한다”며 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중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킬러문항 22개 예시를 놓고 학원가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발언을 했다는 언급을 내놨다.

26일 교육부가 공개한 킬러문항 예시/출처=교육부

킬러문항, 고교 교육 과정을 벗어났다?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26일 공개한 킬러문항 22개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는 표현은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개된 문제 중 가장 정답률이 낮았던 문제 중 하나인 2022학년도 수능 수학 29번 문항은 미적분 과목에서 출시된 문제로, 삼각함수의 사인법칙 및 함수의 극한이 결합된 문제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기는 하지만 삼각함수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간추론 능력을 결합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해당 문항은 대학 이상 교육 과정에서 학습하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이용할 경우 좀 더 간단하게 문제 풀이가 가능하지만, 고교 수학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고교 교육과정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 외 정부가 공개한 킬러문항들 모두 난이도가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고 해서 고교 수학 범위 안에서 못 푸는 문제는 아니라고 단정한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진행됐던 대입 본고사 수학 시험 문제와 유사한 난이도라는 지적도 있으나, 당시에도 풀 수 있는 소수의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 본고사가 도입됐다는 반박이 따라 나온다.

학원 다닌다고 더 풀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야

학원가 관계자들은 시험문제가 유출되거나 유사한 시험 문제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학원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미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낸 고난도 문제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도전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학원가에서 유사한 문제를 풀어주며 역량을 쌓아주더라도 같은 유형이 출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학원 수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1980년대 ‘과외금지법’부터 시작, 공권력이 사교육을 막으려다 40년째 실패하고 있는 부분도 학원가의 볼멘 목소리 중 하나다. 정부가 사교육을 철폐하려고 해도 대학교들이 학생 선별을 위해 새로운 입시 제도를 만들어내거나 논술, 면접 등에서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교육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참에 본고사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지만 이미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본 명문대 입학을 위한 본고사 준비 학원들이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수능 시험 난이도를 더 낮출 경우에는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현행 입시 구조 아래 입학 면접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간 ‘킬러문항’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MDSA R&D

석·박사도 못 푼다?

윤 의원이 ‘석·박사도 못 푼다’는 발언을 꺼내자마자 국내 SNS, 커뮤니티들에는 김건희 여사의 박사 학위에 관련된 주요 키워드들과 함께 반박 발언들이 다수 언급됐다. 대학 입시에 활용되는 문제인 만큼, 우수한 학생들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여론 조장을 통해 수능 시험의 변별력을 없애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2001학년도와 2002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른 A씨는 각각의 수능이 ‘물수능’, ‘불수능’으로 불렸다며, 2001학년도에 변별력 없이 출제된 시험 탓에 수 많은 우수 학생들이 재수학원을 선택했다가 2002학년도, 2003학년도까지 적체 현상이 발생했던 점을 지적한다. 전과목 만점 학생이 1년에 1명꼴로 나오다가 2001학년도에 갑자기 66명이나 나오면서 난이도 문제로 각종 논란이 있었고, 이듬해인 2002학년도에는 거꾸로 394점(당시 400점 만점)이 최고점인 기형적인 시험이 치러져 해당학년 학생들이 또다시 재수학원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빅데이터 여론도 ‘변별력’에 대한 우려가 큰 모습이다. ‘킬러문항’, ‘사교육’, ‘출체'(이상 하늘색 키워드) 등의 주요 관련 키워드에 직접 관련된 키워드로 ‘변별력’과 함께 ‘카르텔’, ‘배제’, ‘혼란'(이상 붉은색 키워드) 등의 키워드가 언급된다. 학원가 카르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와중에도 변별력이 사라진 수능 시험이 낳을 혼란을 두려워하는 여론을 엿볼 수 있다.

이경환 스위스AI대학 교수는 국내 학생들이 수학 교육을 부실하게 받고 대학, 대학원을 진학하고 있는 현 상황을 봤을 때 수능 변별력을 떨어뜨리는 문항 조절을 자칫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쇠퇴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국의 공교육이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만들어 내는 교육이라며 재임 기간 내내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미국 공교육 수준으로 한국 수학 교육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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