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업용 부동산 폭락에 도이체방크 위기설, 한국 부동산PF는?

도이체방크,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에 파산 우려 전문가, 국내 부동산PF도 사정 크게 다르지 않아, 구조조정 서둘러야 금융위기 확산 전 선제대응 놓치면 자칫 정권 내내 발목 잡는 문제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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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내내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 폭락이 큰 화제가 됐다. UBS에 인수되는 것으로 결론 났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이어 도이체방크마저도 금융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미 월가에서는 도이체방크의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전체 부동산 비중의 50%가 넘는 것을 두고 대형 뇌관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표현까지 흘러나왔다.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들은 미국 국채와 더불어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이하 연준)가 빠르게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한 자산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사진=로이터

도이체방크의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과 한국의 부동산PF

실제로 도이체방크의 CDS(Credit Default Swap, 부도 위험 대비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 이자율)는 3월 말 크게 치솟아 지난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3월 24일 금요일에는 대폭락에 대비해 도이체방크와 금융거래를 맺고 있던 투자은행들이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가 거둬들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파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막후에서는 긴박한 위험 논의가 오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도이체방크는 유럽 내 최대 상업 및 투자은행을 보유한 금융기관으로, 미국에서 2008년 금융위기에 문을 닫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유사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3월 25일과 26일 도이체방크는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 일부를 공개하며 자산의 안전성을 역설했고, 일단 그 이상의 위기설로 번지지는 않은 상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만큼이나 한국 부동산PF도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난 3월 20일 국회 발언에서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미분양 주택이 늘면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건설사의 부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올 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부동산 관련 금융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선순위 채권 CDS/출처=블룸버그

한국 부동산PF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이 문제가 되는 것만큼이나 국내 부동산PF도 부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사, 제2금융권, 증권사 등이 복합적으로 묶여 있는 부동산PF에 대규모 부실이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 문제를 넘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 전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은 2,696조6,000억원으로 2021년 9월 대비 9.3% 증가했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125.9%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 중 부동산PF로 인한 위험노출액을 163조4,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역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 증권, 카드, 캐피털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금융사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은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즉, 부동산PF 부실화는 비은행권 금융사들 전체에 연쇄 부도를 야기할 수도 있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비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말 기준 3.7%에 불과했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9월 말 기준 8.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분양이 확산될 경우 자칫 집값 하락과 거래 위축이 심화돼 건설사의 부동산PF 우발채무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급증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과 대출 부실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문제가 됐던 가장 큰 이유는 평균 공실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를 넘어선 공실률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활황기에 5% 아래로도 떨어지곤 했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만큼 은행의 포트폴리오가 부실화되는 방식으로 위험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부동산PF 대출 부실화도 맥락을 같이 한다.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가 건설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건설사의 부도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주기관이었던 제2금융권 기관들 또한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부실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지속됐던 미분양 사태를 겪은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말까지 이어졌던 ‘부동산PF 붐’이 최근 같은 위기 사태를 낳을 것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만큼, 더 늦기 전 지금이라도 부실 자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대응 시기가 이보다 늦어진다면, 이명박 정권 내내 경제 성장 정책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부실처럼 이번 정권에서도 부동산PF가 각종 IT, 벤처 지원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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