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의문의 효과성

산업은행, 尹대통령 공약 따라 본격 부산 이전 절차 추진 중 산은 이전 효과성 두고 오세훈, 장제원 정책 논의 중 설전 노조위원장도 반대, 여의도 특수성 감안해야 핵심 인력 유출 막는 특혜 있어야 인구정책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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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본격 부산 이전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 해양산업금융실을 기존 1실에서 2실로 늘리는 조직개편안을 논의한다. 또한 서울 본점에서 100여 명의 직원을 파견 형태의 선발대 형식으로 부산으로 내려보낸다.

이는 부산을 해양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산업은행 이전, 장제원 주장대로 경제적 파급효과 있나?

문제는 산업은행 이전의 정책적 효과성이다. 앞서 부산으로 이전한 국책금융기관들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현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29개 금융기관이 모여 있지만, 이들 기관의 이전 이후에도 부산 내에서 금융이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부산 내 총부가가치 발생액인 76조6,000억원 중 금융 및 보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9%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같은 당 장제원 의원과의 설전 과정에서 “본사를 옮겨도 기능 절반은 서울에 남아있고 협업할 기업도 서울에 있는데 그런 비효율을 감당하면서까지 부산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인가”라고 발언했다.

장 의원은 “산업은행 이전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서울 이기주의 아니냐”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고 이에 오 시장은 “지방과의 동행도 필요하지만, 라이벌 도시와의 관계에서 서울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산은 노조 위원장, “부산 이전은 잘못된 베팅”

산업은행의 조윤승 노조위원장도 “본점 인력 1,500명 가운데 1,000명 이상이 여의도 금융권과 돈 버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근거로 부산 이전이 오히려 비용을 증가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 위원장은 산은의 ‘노른자’ 자리로 불리는 기업금융 부문과 비서실 산하의 홍보팀에서 근무했다. 한때 애사심과 자긍심이 높은 인물이었다는 관계자의 평도 있는, 특이한 이력의 노조위원장이다. 그러나 이번 부산 이전이 대두되면서 강성 노조 위원장으로 변신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서울 여의도가 아닌 지방에서 소통 문제로 업무에 제한을 받아) 산업은행이 돈을 벌지 못하면 정책금융도 지원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산업은행의 수익성과 성과를 중요시해야 할 시기에 부산으로 내려가라는 것은 “경제위기를 1차로 방어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산은 직원들 전반에 퍼진 우려도 궤를 같이한다. 산은이 담당하는 핵심 기능 대부분에서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그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네트워크 상실로 인한 자금조달 위축은 기업금융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금융이 약화하면 산업은행은 산업계 전반에 지출되는 정책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산업은행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산업은행은 정부 지원을 계속 요청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단순히 부산에 가기 싫어한다고 외부에 알려진 것과 속사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산은 이전, 인구정책 측면에서는 합리적일지도

사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정책적 효과성은 인구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타당하다. 부산은 ‘노인과 바다(부산에서는 노인과 바다 외에는 볼 게 없다)’라는 별명처럼 노령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한 도시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인구 335만380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4%(68만1,885명)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지방 광역시 가운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곳은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의 심각한 노령화는 저출산 탓도 있지만, 청년 인구의 순유출 때문인 것도 크다. 부산 청년 인구는 최근 20년간 15만5,815명이 순유출돼 한 해 1만여 명 꼴로 부산을 떠났다.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이 부산의 핵심 과제인 이유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 KDI가 2021년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부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전북을 제외한 혁신도시는 애초 계획인구에 미치지 못했고 가족 동반 이주율 또한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혹은 공공기관이 이전한 혁신도시가 광역시나 광역시급 거점도시여야만 가족 동반 이주율 등이 올라가면서 수도권으로부터의 인구 순유입 및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입 방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도 상반기 기준 혁신도시 정주 여건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광역시는 7,000명이라는 혁신도시 계획인구 목표를 7,300여 명으로 초과 달성했다. 또한 가족 동반 및 1인 가구 이주율 81.2%로, 이는 전체 혁신도시 중 1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경제적 효율성을 담보할 순 없어도 인구 정책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정책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인구 정책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핵심인력 유치와 유출을 막는 장치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 이슈가 대두되자 40여 명이 넘는 퇴사자가 나왔다. 연간 퇴사자가 4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력 이탈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이는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고 비수도권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우수 인력들의 특징에 기인한 것이다. 산업은행에 근무했다가 지금은 다른 직역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산은 퇴사자 A씨는 “지방 근무라면 다닐 이유가 없다”며 “연봉이 아주 높은 게 아니라면”이라고 잘라 말했다. 산업은행에 잔류할 우수인재에게 특별한 혜택을 줘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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