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품에서 독립하는 ‘다음’, 국내 포털 시장에서 홀로서기 가능할까

카카오 품에서 독립하는 다음, CIC 설립 통해 포털 서비스 도약하겠다는 포부 국내 포털 시장은 네이버와 구글 ‘양강 체제’, 영향력 잃은 다음의 독자 생존 가능할까 오픈AI 투자 등 자금력 앞세워 ‘빙’ 서비스 키우는 MS, 다음 인수에 매력 느낄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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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사진=다음, 카카오

카카오는 오는 15일 포털 ‘다음(Daum)’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설립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대국민 이용자층을 보유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만큼, 성장성이 부족한 인터넷 포털 사업을 과감히 분리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포털 시장의 경쟁 양상은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챗GPT(오픈AI)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포털 서비스 ‘빙’이 급부상하는 한편, 구글과 네이버(NAVER) 등 쟁쟁한 기존 사업자도 생성 AI 접목을 통한 관련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차후 다음 CIC는 검색·미디어·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포털 시장에서 다음의 독자 생존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색 서비스 부분에서는 네이버와 구글 ‘양강 구도’가 펼쳐지고 있으며, 뉴스 등 트래픽 부분에서는 사실상 네이버가 점유율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CIC 설립을 기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과 다음 간 인수 관련 협상이 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포털 ‘선두 주자’였던 다음의 몰락

다음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국내 포털 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두 주자였다. 야후와 라이코스 등 쟁쟁한 글로벌 포털들도 다음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른바 ‘닷컴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네이버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서는 다음을 추월했다. 결국 힘을 잃은 다음은 2014년 카카오에 합병됐다.

2014년 10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해 출범한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기존 다음의 주력 사업이었던 ‘포털’은 뒷전이었다. 합병 뒤 1년 동안 다음이 서비스하던 마이피플, 다음여행, 다음소셜쇼핑, 다음뮤직 등의 서비스가 종료됐으며, 합병 1년 뒤인 2015년 9월에는 아예 사명에서 ‘다음’이 삭제됐다. 2019년 1월에는 ‘대한민국 제1의 여론광장’으로 꼽히던 ‘아고라 서비스’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다음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했다.

엔에이치엔(NHN)데이터의 데이터 아카이브 ‘다이티 블로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 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CIC 설립의 본질적 원인으로 이 같은 포탈 사업의 침체를 지목한다.

한편 카카오는 CIC 분리로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AI 기술 도입 등으로 급변하는 포털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고, 기획·인사·예산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다음 사업 부문을 CIC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검색 서비스 시장, ‘네이버-구글’ 양강 체제

포털 서비스 시장의 경쟁은 크게 검색 점유율 경쟁과 트래픽 경쟁으로 나뉜다. 먼저 국내 시장의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와 구글(유튜브)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2023년 기준 네이버가 64.68%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구글이 25~3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항상 안정적으로 ‘선두 주자’ 타이틀을 유지해 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구글의 점유율이 네이버를 한 차례 추월한 바 있다. 당시 80% 이상이었던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50%대까지 하락했으며, 이후 3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점유율이 요동친 원인으로 ‘검색 품질’을 지목한다.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검색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 네이버 자체 서비스 내 검색 결과를 가장 먼저 노출하는 식이다. 자체 생태계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이 같은 방침은 오히려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소비자가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현재 대다수 소비자 사이에서는 네이버 검색이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네이버 검색 시 광고 게시글 등 검색 의도와는 무관하게 영양가 없는 포스팅이 상위 노출되며, 섣불리 믿을 수 없는 정보가 검색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평이다. 실제 네이버 사용자층 대부분이 단순 콘텐츠·생활 정보 위주의 검색 수요자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이버 자체 서비스 내 검색 결과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모습/출처=네이버 검색

정확도 높은 정보 검색을 원하는 소비자는 ‘구글’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학술 검색, 해외 검색 등이 대표적이다. 차후 카카오에서 분리된 다음이 ‘포털 서비스’로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정확도 높고 유익한 검색 결과를 제공, 네이버에서 구글로 이탈하는 수요층을 끌어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챗GPT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 빙 등을 중심으로 포털 서비스 내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래픽 경쟁

국내 포털 사이트의 트래픽 확보 경쟁은 대부분 뉴스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이 뉴스를 접할 때 포털과 같은 검색엔진, 뉴스 수집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조사를 진행한 46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나 앱에서 직접 뉴스를 본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최근 뉴스를 접하기 위해 일단 ‘검색 엔진’을 켜는 이가 대부분인 셈이다.

국내 포털 중 뉴스 서비스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네이버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20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41.6%의 응답자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밝혔다. 이는 2위를 차지한 다음(22.8%)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다음으로 구글(5.6%), 네이트(4.9%), 줌(3.5%), 빙(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상기 통계에서 알 수 있듯 포털 뉴스 트래픽 경쟁은 네이버가 사실상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네이버와의 경쟁을 위해 카카오의 도움을 받기에도 애매하다. 다음이 몸담고 있던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보다 ‘카카오 뷰’라는 자체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트래픽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다음 서비스의 독자적인 성장이 사실상 어려운 데다, 카카오와 100% 분리가 가능해진 만큼 대기업에서 인수 의사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IB 업계 관계자는 실제 2008년에 구글 등의 해외 검색 업체들이 국내 시장 포지션 강화를 위해 다음 인수를 고민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다진 구글보다 자금력을 앞세워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포털 서비스 성장에 힘을 쏟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 인수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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