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규제 완화’, 혁신기업 합병은 쉬워지고 우회상장 심사기준은 강화

간이합병·우회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우회상장 여부 판단 시 기업가치 평가액도 고려 연내 기업구조혁신펀드 1조원 추가 조성해 M&A 관련 유동성 투입한다

pabii research

금융위원회는 5월 8일 전문가 간담회, 정책세미나, 금융발전심의회 자본분과 회의 등을 통해 논의한 결과를 담은 ‘기업 M&A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의 사업 구조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2021년 기준 전체 M&A 거래의 1.9%에 불과한 국내 M&A 시장의 낮은 합병 건수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됐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M&A는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격동하는 시장 상황 적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의 M&A 시장은 합병(Merger)보다는 인수(Acquisition)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M&A 활동은 여러 부처에 걸친 다양한 법률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복잡한 규제 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예컨대, 사모펀드(PE) 규제와 기타 특수관계인(SI) 규제는 M&A 거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중층적인 규제 체계는 기업의 합병과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한다.

또한 공정위의 엄격한 요건도 한국에서 합병이 적은 이유 중 하나다. 합병 기업의 ‘몸값’ 산정 방식을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엄격한 접근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우회상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에 대한 우회상장 심사기준 합리화 

우회상장 심사제도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상장법인의 지배구조 및 사업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에 대해 심사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사실상 비상장법인의 상장을 유도한다. 우회상장 심사 기준은 △비상장법인의 자산, 자본금 또는 매출액 중 2개 이상이 상장법인보다 크거나 △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로 변경되는 경우다. 우회상장 심사 요건에는 외형 요건(자본금 규모 등)과 질적 요건(재무 및 경영 안정성 등)이 있다. 또한 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는 합병을 통해 상장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우회상장심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6개월간 보호예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경우 코스피 시장과 달리 간이합병은 우회상장심사 대상이 아니다. 간이합병은 △소멸법인의 총주주가 동의하거나 △존속법인이 소멸법인 주식의 9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소수의 주주가 지배하는 비상장법인의 경우 합병을 ‘총주주 동의’ 후 간이합병으로 분류해 우회상장 심사를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개선안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단순 합병을 우회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자산규모는 작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법인의 경우 우회상장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에도 우회상장 요건 심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특히 최대주주의 변동이 없는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상장법인의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개선안은 외부평가를 기준으로 비상장법인의 주식가치가 상장법인보다 큰 경우 우회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비상장법인의 합병을 보다 철저히 심사하고 상장법인의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의 기업 M&A 지원 방안

이번 개선안은 기업 M&A 규제 개선,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 강화, 산업재편 수요에 대응한 전략적 M&A 지원,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합병, 투자은행의 기업 신용공여 등 기업 경영권 시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공신력 있는 인수금융기관과 유한책임사원(LP)의 대출확약서를 자금조달 증빙으로 인정해 공개매수를 위한 사전 자금확보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분할 또는 합병 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자등록기관(예탁원)이 증권회사로부터 투자자 정보를 직접 받아 해당 증권의 전환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절차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는 분할-합병 시 기존 ‘주식’의 일부가 분할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분할비율 기준)되는 경우 전자등록기관(예탁원)이 증권회사로부터 주주정보를 수령하여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자등록기관은 주식발행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계좌관리기관(증권회사 등)에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계좌관리기관은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해야 한다(「전자증권법」 제37조).

그러나 CB, BW, 신주인수권부사채(WR)의 경우 전자등록기관이 투자자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예탁결제원은 증권회사로부터 투자자 정보를 직접 제공받아 증권의 전환 등의 업무를 수작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주식의 경우 기존 주주는 전자등록기관의 전자시스템을 통해 주식의 일부를 전환(기존 A주식의 일부를 소각하고 분할회사 B의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

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자 부문이 두산중공업과 분할합병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은 각 증권사로부터 WR 투자자 정보를 제공받아 투자자별 WR 배정 규모를 산정했다. 증권사에서 회사에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별 WR을 배분하는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상당한 비용 투자가 필요했다. 금융위의 이번 ‘기업 M&A 지원방안’은 분할-합병 시 CB와 BW도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전자등록기관을 통해 투자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전환 절차가 간소화될 뿐만 아니라, 기업이 투자자 정보를 취득하고 투자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데 필요한 수작업과 시간 소모적인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제안된 변경 사항을 시행함으로써 기업 M&A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개선하여 기업이 전략적 인수합병을 보다 쉽게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간소화된 절차는 더 많은 기업이 M&A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더 큰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업 M&A 지원 방안은 M&A 거래에 관여하는 투자은행과 금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신력 있는 인수 금융기관과 출자자(LP)의 대출 약정을 자금조달 증빙으로 인정함으로써 공개매수를 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금융기관은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과 고객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A 통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 강화

정부는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하고, 현재까지 총 4조9,000억원을 투입해 100개 기업에 3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진전이지만,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등 신속하고 효율적인 M&A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공개매수 의무화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의무공개매수 및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우 의무공개매수 시기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이번 개정으로 향후 합병이 불승인될 경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의 처분명령 등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국내 유망기업이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전략적 M&A 지원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전략산업 분야 해외 우수기업의 M&A를 지원하고 시장형성이 미흡한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사업 매각과 신사업 인수에 필요한 전용 금융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필요성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인해 전 세계 산업 경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 기업들은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고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했다. 이에 많은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크로스보더 M&A(다른 국가 기업 간 인수합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도는 M&A를 통한 혁신과 성장,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 M&A 시장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M&A 제도의 글로벌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합병 가치를 산정할 때 상장사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공시 및 외부 평가의 부재와 시장가격 중심의 경직된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합병 가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M&A에 보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만큼,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하면 더 많은 M&A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M&A 규제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금융위에 따르면 정부는 M&A 지원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하위 규제 개정을 마무리하고, 법 개정을 위한 입법 노력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 외에도 법무부와 협업해 2023년 하반기로 예정된 기업 M&A 지원방안과 관련된 추가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2022년 12월부터 ‘상법 특별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위원회 논의를 통해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M&A 규제 완화 결정은 국내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는 비즈니스와 투자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와 더욱 역동적이고 치열한 시장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여타의 중요한 규제 변화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새로운 M&A 규정에는 도전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도 있으나, 보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M&A 시장의 장기적인 이점은 단기적인 어려움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추가로 확보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M&A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장, 기술, 자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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