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넘어 물류 산업 도전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계 향방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물류업 겸해 화물 급동량 해소에 나선다 자율주행 현주소는 3단계, 확장 가능한 관련 산업 역량 제고해야 그간 도외시 됐던 라스트마일, 자율주행으로 재도약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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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탐라자율차, (우)달구벌자율차/사진=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스타트업들이 운영하는 대구와 제주의 자율주행 여객 서비스에 생활 물류 서비스가 추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가 ‘조건부’에 머물러있는 만큼, 해당 기업들의 ‘여객-화물 운송’ 확장 전략이 시의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에 따라 ‘라스트마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모빌리티 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구·제주 자율주행차, 화물 운송도 겸한다 

지난 24일 자율주행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25일부터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라이드플럭스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생활 물류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두 기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제주 및 대구에서 여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제주도에서 자율주행 여객서비스 ‘탐라자율차’를 운영 중이다. 라이드플럭스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차량이었던 3인승 아이오닉 EV를 12인승 승합차 ‘쏠라티’로 바꾼다”며 “또한 기존 시행됐던 기존 사전 예약형 해안도로 순환셔틀과 함께 실시간 호출이 가능한 수요응답형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구역은 기존 운행 중인 제주공항 인근 해안도로와 중문 관광단지 일대다.

현대자동차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여 세운 회사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운영하던 대구 자율주행 여객서비스 ‘달구벌자율차’도 물류 서비스를 추가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앱으로 실시간 호출해 활용하는 수요 응답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달구벌자율차는 올해 7월부로 자율배송로봇도 2대를 투입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배송로봇을 통해 유통업에서 마지막 배송창고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종 배송 단계인 ‘라스트마일’까지 물류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진=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와 사업화 전략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눈다. SAE에 따르면 현재 라이드플럭스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기술 단계는 레벨3, 즉 조건부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레벨3는 AI(인공지능)가 운전대를 조작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주변 환경도 스스로 파악한다. 그러나 레벨3 단계는 말 그대로 특정 조건이 받쳐 줘야 하는 ‘조건부’ 자율 운행이다. 이 때문에 현시점의 자율 운행은 기존과 다른 도로 상황이 맞닥뜨리게 되면 사람의 개입을 요구하는 만큼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현시점에서도 레벨3에 도달한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진정한 자율주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인 레벨4로의 기술 진입은 요원해 보인다. 실제로 자율주행기술개박현신사업단(KADIF)이 지난 2월 발간한 ‘자율주행 산업·기술·정책·규제 동향’에서는 “업계에서 레벨4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으며, 업계 전반의 레벨3 달성도 벅찬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현재 기술 시점(자율주행 3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즉 ‘완전 자율주행 사회’로의 기술적 이행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더라도, 현재 기술로 확장 가능한 여러 서비스를 모색해 관련 산업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라이드플럭스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여객·화물 운송 연계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확대’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물류업의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폭증한 물동량을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로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말부터 경기도 수원 광교의 ‘광교 앨리웨이’에서 D2D(Door to Door)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사진=우아한형제들

미들마일 넘어 라스트마일까지 

소비자에게 물류가 도달하기 직전의 마지막 배송 단계를 뜻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전체 배송 과정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단계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 라스트마일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비용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대형 트럭이 한 번에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는 미들마일과는 대조적으로 소비자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라스트마일이 상대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의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라스트 마일 시장의 포화, 대중교통 및 공유 서비스로 인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라스트 마일에서의 비용을 상대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라스트마일에서 미들마일로 사업의 중심축을 움직이면서, 업무 과정 전산화 및 화주·차주 물량 매칭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실내·외 자율주행 배송로봇 사업에 뛰어들면서 최근 라스트마일 시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실례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LG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율주행을 통한 라스트마일 사업’을 점찍고 기술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경험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미 우아한형제들, 뉴빌리티, 네이버 등도 배달 로봇을 통한 ‘도어 투 도어(D2D)’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로봇 배송, 나아가 라스트마일 시장의 ‘자율주행화’는 아직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차’로 분류된 탓에 횡단보도 통행 및 공원 출입이 금지돼 있다. 또한 자율주행 로봇의 카메라는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불법 촬영 소지가 다분해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가 무색하게도 모빌리티 업계의 자율주행과 라스트마일에 대한 성공 투지는 커져가고 있다. 또한 해당 산업에 대한 잠재력을 포착한 정부도 ‘첨단로봇 산업 전략 1.0’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정부·기업의 자율주행 사업화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라스트마일 자율주행화’의 이행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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