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 ‘X세대’에 주목하는 유통 업계, ‘X세대 특화’ 커머스 스타트업도 투자 유치 성공

X세대 특화 신선식품 커머스 ‘팔도감’ 운영사, 35억 규모 투자 유치 성공 팬데믹 이후 급증한 모바일 쇼핑 수요, ‘디지털 친화’ X세대가 유통시장 이끈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경쟁, ‘UI·산지직송’만으로 X세대 끌어오긴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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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팔도감

X세대 고객을 위한 산지직송 식품 커머스 ‘팔도감’의 운영사 ‘라포테이블’이 35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7월 프리 시리즈 A 이후 10개월 만의 투자 유치다. 이번 투자에는 퓨처플레이의 리드 하에 기존 투자자인 소프트뱅크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라포테이블은 X세대 고객을 위한 패션 커머스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의 자회사로, X세대가 산지 직송 상품을 편리하게 모바일 커머스로 만나볼 수 있도록 돕는 식품 커머스 팔도감을 운영 중이다. 차후 퀸잇 서비스와 함께 X세대를 위한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크게 늘면서, X세대의 이커머스 서비스 이용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쿠팡, 컬리 등의 기업이 탄탄한 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X세대 고객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라포테이블의 팔도감은 시장 경쟁을 뚫고 당당히 ‘X세대 특화 커머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X세대 특화’ 이커머스 서비스

라포테이블의 팔도감은 ‘X세대’를 타깃으로 농·축·수산물부터 전국 팔도에서 생산되는 김치, 반찬, 간식 등 식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주요 타깃층인 X세대가 식재료의 맛과 품질에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 모두 내부 전문 평가위원이 진행하는 ‘상품위원회’를 통과한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팔도감은 X세대 고객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구현했다. X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큼직한 UI, 간단한 결제 과정을 앞세워 편의성을 내세우고, 고객 입맛에 맞지 않는 상품을 무조건 환불해 주는 ‘100% 환불 보장제’도 도입했다. 실제 팔도감 이용자 중 약 80%가 가구 내 주 식품 구매자인 40~50대라고 전해진다.

팔도감은 영세 농가 등 생산자의 편익 보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품질의 식품을 산지에서 바로 고객의 식탁으로 보내는 유통 구조를 통해 중간 마진을 최소화, 생산자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에 친숙하지 않은 생산자도 사용하기 쉬운 자체 ‘파트너센터’를 마련해 신선식품 판매자가 상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사진=팔도감

경쟁 치열한 ‘장보기’ 시장

신선식품 판매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통계청 ‘2022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06조원 수준이었으며, 이 중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5.53%(135조원)에 달했다. 온라인쇼핑 수요의 절반 이상이 ‘장보기’ 수요였던 셈이다.
 
지난 2월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기업은 쿠팡으로 조사됐다. 식료품을 구매할 때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비중은 32.7%에 달한다. 2위인 마켓컬리 점유율이 8.4%였으며, 이어 네이버쇼핑(7.7%), 이마트몰(6.5%), 홈플러스몰(5.8%) 순이었다.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쿠팡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로 엄청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쿠팡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배송 물류 인프라를 다지고, 이커머스 시장에 ‘신속배송’ 열풍을 몰고 온 선두 주자다. 식품부터 의류, 육아용품, 화장품 등 취급하는 상품군이 광범위해 충성 고객이 많으며, 특히 빠른 배송을 원하는 MZ세대 소비자가 쿠팡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2위인 ‘마켓컬리’ 역시 빠른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밤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주문한 물품이 문 앞으로 배송되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마켓컬리 서비스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컬리만의 색을 입히고, ‘MZ세대 감성’을 겨냥한 마케팅과 이벤트를 통해 3040 세대 여성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충성 고객층을 유치한 이들 경쟁사와 팔도감이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팔도감이 내세우는 ‘산지 직송 상품’이라는 강점은 이미 초고속 배송 인프라를 갖춘 대형 이커머스 기업 앞에서 사실상 큰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X세대 타깃’ 커머스라는 점은 어떨까. 중년층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과연 공략할 만한 타깃일까.

유통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X세대

지금까지 온라인 유통 시장의 주요 타깃은 ‘MZ세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년층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큰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경제 활동이 활성화하자, 디지털 경제 활동에 익숙해진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 활동 참여도 함께 급증한 것이다.

실제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세대별 온라인 소비 행태 변화와 시사점(2020)’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2020년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는 2019년 대비 35% 증가했다. 전반적인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중장년층이었다. 10~30대 청년층의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하는 동안 40대 결제 건수는 52%, 50대 결제 건수는 62% 각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노년층의 결제 건수도 71%나 늘었다.

결제 금액 기준으로 봐도 유사한 양상이다. 10~30대의 결제 금액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반면, 40대는 42%, 50대는 50%, 60대는 55% 각각 폭증했다.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은 40대(2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대(25.5%), 30대(21.9%), 50대(16.7%) 순이었다.

사진=pexels

‘X세대 잡아라’ 맞춤형 서비스 내놓는 기업들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자, 이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쿠팡은 노년층을 위한 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실버스토어’ 테마관을 오픈했으며,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 회원제 ‘헤리티지 엘클럽’을 선보였다.

팔도감처럼 아예 X세대를 타깃으로 설정한 커머스 서비스도 다수 등장했다. 최근 연령대별로 세분화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업계가 대표적이다. 40~50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은 퀸잇, 포스티(카카오스타일), 레이지나잇(무신사) 등 전문 패션 앱이 중장년층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구매력 있는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이들 서비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온라인 패션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X세대는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의 온라인 쇼핑 수요가 모두 팔도감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는 X세대에게 ‘X세대 친화 UI’, ‘X세대 취향 저격 상품’ 등이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든다. 방대한 상품 선택지, 신속 배송 서비스로 무장한 대형 커머스를 두고 ‘큰 폰트 크기’를 위해 특정 커머스로 이동하는 중장년층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팔도감의 서비스 성장을 위해서는 주요 타깃층의 발걸음을 돌릴 만한 차별화 전략을 고안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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