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반등 조짐”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도 시설투자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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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설투자 및 R&D 분야 등에 '역대 최대' 53조7천억 투자 
업계 최고 생산 수준 'HBM' 구축에 초점, 올해 이후에도 투자 지속할 방침
다만, 중동 전쟁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 있어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올해 시설투자에 역대 최규 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가 지나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비와 R&D 분야 투자를 지속 늘려갈 방침이다. 3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반도체 생산은 14년 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 등 동종 업체들의 3분기 실적도 회복되는 추세다.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조 단위 기록, 실적 개선 조짐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어든 67조4,047억원, 영업이익은 77.6% 줄어든 2조4,3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실적이 급감했지만, 영업이익은 올 들어 처음으로 조 단위를 기록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늘어난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 판매가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의 3분기 매출은 44조200억원, 영업이익은 3조7,300억원에 달했으며, 디스플레이(SDC) 부문도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으로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은 여전히 저조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3분기 3조7,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올해 반도체 부문의 손실은 총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다만 2분기에 비해 적자액이 6,000억원가량 줄었는데, 이는 3분기부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급락하는 추세가 주춤하고 출하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섰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는 감산 효과로 메모리 반도체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메모리 업황이 저점에 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생산 하향 조정(감산)을 지속하는 중이며 재고 수준은 D램과 낸드 모두 지난 5월 정점을 찍고 감소 중”이라며 감산 규모 확대를 예고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부품사업 역량 제고 위해 ‘53조 투자’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연간 시설투자에 약 53조7,000억원을 집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사업부문별로는 DS 부문 47조5,000억원, SDC 부문 3조1,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부품사업 역량 제고를 통해 반도체 시장 회복기에 대비하려는 의도다.

DS 부문 가운데 메모리사업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3기 공장 마감, 4기 공장 골조 투자가 예상된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를 올 3분기 양산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 5세대인 ‘HBM3E’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파운드리는 평택 기지 생산능력 확대 및 미래 대응을 위한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를, 디스플레이는 IT OLED 및 플렉시블 제품 대응을 위한 투자 위주로 집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돼 향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컴퓨팅(HPC)에 활용되는 삼성 HBM(High Bandwidth Memory) 솔루션/사진=삼성전자

4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 반등에 베팅한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린 이유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 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1.1% 늘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반도체 부문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3.7% 늘었다. 이는 반도체 생산이 14년 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한 결과로,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거란 시장의 전망과 일치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은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2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큰 폭의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PC 등 반도체 핵심 수요처의 주문이 살아나면서 지난 2년간 하락세였던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되는 반도체 기업들의 4분기 및 내년 실적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 회복이 급격한 V자 반등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과 더불어, 중동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발생할 공급망 변수 등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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