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시장 침체, 공실률 악화되면서 잇다른 ‘공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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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물류센터 시장 침체 장기화
투자금 회수 어려워지면서 공매 매물 쏟아져
연이은 공매에 물류센터 공급 물량도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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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스앤로지스틱스가 개발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물류센터가 공매에 부쳐졌다. 준공 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대주단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한 탓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류센터의 장기 침체로 해당 물류센터 외에도 인천, 부산, 경기 등 지역에서 공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낙찰자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후순위 대주단의 온전한 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분당·평택, 부산 송정 등 물류센터 공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 물류센터에 대한 공매를 진행한다. 야탑동 물류센터는 1만4,191㎡(4,293평) 부지에 연면적 7만462㎡(2만1,315평),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의 저온 물류센터로 감정평가금액은 3,012억원, 1회차 매각가는 감정가의 150% 수준인 4,653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공매는 총 9회차로 계획됐으며 마지막 회차의 최저입찰가는 2,100억원으로 감정가 대비 68%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지난 5일에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부산신항 이아스종합물류센터’가 경매 절차에 돌입했다. 임차인 하나로TNS에 대한 퇴거 이슈가 발생하면서 대주단인 국민은행이 자금 회수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신청자인 국민은행의 청구액은 412억원이다. 이아스종합물류센터는 1만1,329㎡(3,427평) 부지에 연면적 2만4,387㎡(7,377평),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저온 물류센터로 지난 2017년 2월 ‘이지스 제114호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가 517억원에 매입했다.

‘이지스 제403호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가 보유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원 부지도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3월 12일 부지의 매입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 한국증권금융이 경매를 신청했다. 당초 10만6,406㎡(3만2,188평) 규모의 혼합형 물류센터를 건립을 목표로 2022년 8월 29일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공사에도 착수하지 못한 채 처분하게 됐다. 한국증권금융의 청구액은 417억원이며 배당종기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지난달에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이 개발에 참여한 저온 물류센터가 준공 후에도 임차인을 찾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공매로 넘어갔다. 이외에도 물류센터 전문기업 원진물류가 보유한 8만㎡ 규모의 경기도 평택 소재 물류센터 개발부지, 효제아트피에프브이(PFV)가 소유한 종로 효제동 물류센터 개발부지 등이 부동산 경기 악화와 물류센터 수요 침체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공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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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에이원 저온물류센터 조감도/사진=에이원저온물류 홈페이지

물류센터 투자심리 위축에 입찰가 반토막에도 유찰

최근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공매 절차를 진행 중인 매물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매물로 나온 인천 원창동 소재의 어반에이원 저온물류센터의 경우 최초 감정가 1,168억원의 절반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낙찰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해당 물류센터가 공매로 나온 데는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월 사용승인 이후 3월부터 임차인 모집을 진행했지만 1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인천에 물류센터가 많이 들어섰는데 그 중심지가 원창동”이라며 “공매가 진행된 어반에이원 저온 물류센터는 현재까지 공실률 100%”라고 설명했다.

원창동 물류센터의 공매 절차가 당초 계획한 7회차까지 진행되면서 가격이 최초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있다. 만약 계획된 공매 일정까지 유찰된다면 재공매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낙찰자 입장에서는 결국 임차인을 찾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매물이다. 결국 회차를 거듭할수록 최저입찰가가 낮아지면서 대주단이 온전한 투자금 회수를 하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PF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아예 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착공 신고만 하고 실제로는 착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 개발 건수는 148건 중 79.7%인 118건이 지난해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완공도 2건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의 공급 과잉 상황에서 금리도 높으니 일단은 착공 시기를 미뤄보자는 움직임들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용사·시행사 등 이해관계 얽혀 단기간 해소 어려울 듯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 투자자들은 물류센터 물량을 확보해 수익을 남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매입 계약에 나섰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우량 투자자의 선매입 약정이 있으면 개발에 따른 손실 위험 부담을 덜고 PF 자금 조달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 수년간 착공에 나선 신규 사업장이 늘어난 데다, 공매와 유찰로 인해 값싼 매물이 쏟아지면서 현재 물류센터 공급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넘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의 공급물량은 647만9,338㎡(196만 평)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연평균 공급량인 204만9,586㎡(62만 평)의 3배 수준이다.

이에 반해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연면적 3만3,000㎡ 이상) 평균 공실률은 17%로 지난해 10% 대비 7%P 늘어났다. 저온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42%에 이른다. 이에 거래액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물류센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전 지역에서 거래량이 하향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지난해 연면적 5,000평 이상 수도권 물류센터의 전체 거래액은 3조원을 밑돌았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22년 6조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문제는 물류센터 시장의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물류센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운용사들은 선매입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려 하고 이 과정에서 시행사와 대주단이 사실상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갈등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매입 약정 이행, 임차인 확보, PF 대출금 회수 등의 이슈로 매도자인 시행사와 대주단, 매수자인 운용사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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