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KT가 점찍은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 시리즈 B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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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단 출신들이 모여 개발한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
전 세계 GPU 시장 장악한 엔비디아 SW 프로그래밍 플랫폼과 성능 비등해
공급보다 수요 많아 병목현상까지 유발한 엔비디아 GPU, 모레가 주목받는 계기될까?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출처=모레

26일 인공지능(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MOREH)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KT, AMD, 포레스트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0만 달러(약 298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모레의 투자에 KT와 AMD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양사 간 협력 보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개발 테크기업 모레

지난 2020년 9월에 설립된 모레는 조강원 대표를 비롯해 토종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한 서울대 매니코어프로그래밍연구단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스타트업이다.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AI 반도체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테크 기업으로 꼽힌 모레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SW)를 비롯한 기업용 AI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총 2,21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언어모델(LLM)의 학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해당 LLM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모델로, 모레는 올해 말까지 이를 강화해 한국어에 특화된 언어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모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브래드 맥크레디 AMD 데이터센터 GPU(AI 연산에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 반도체) 및 가속 프로세싱 사업 부문 부사장은 “모레가 AMD 생태계에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용하기 쉽고 기업에 최적화된 모레의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도 “AMD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AI 업계가 보다 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으로 차세대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AMD GPU와 모레의 SW, 엔비디아의 GPU와 쿠다 간의 성능 비교표/출처=모레

엔비디아와 대등한 성능의 모레 솔루션

모레는 AI를 구현·실행할 때 필요한 AI 라이브러리와 컴파일러, AI 반도체, 클라우드, SW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모레의 솔루션은 AMD사의 ‘인스팅트 GPU’와 함께 KT의 AI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하이퍼스케일 AI컴퓨팅(HAC)’이라는 상품명으로 상용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모레의 SW가 GPU 전문 제조사인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SW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CUDA)’가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풀스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재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의 연산 반도체 부문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GPU가 장악하고 있다. AI 서비스와 솔루션 역시 대부분 쿠다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즉 모레의 솔루션을 사용할 경우 기업에서 LLM 등 주요 AI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데 있어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들은 모레의 SW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을 엔비디아 GPU를 비롯해 다른 GPU 및 AI 프로세서에서도 코드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모레의 솔루션은 엔비디아 GPU의 품귀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AI 업계에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AMD 인스팅트 GPU와 모레의 SW를 결합한 AI 서버는 성능에 있어서도 엔비디아의 GPU 서버와 대등한 성능을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테크(VIVA TECH) 2023’에서 모리스 레비 비바테크 공동 설립자는 “모레가 소개한 내용이 진짜라면 모레의 솔루션이 엔비디아보다 더 저렴하고 더 빠르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더 알아봐야겠지만 모레가 이 전시회에 참여한 K-스타트업 중 가장 눈에 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GPU 시장 압도적 1등인 엔비디아 vs AMD 손잡은 모레

엔비디아는 GPU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 6월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엔비디아 GPU의 시장 점유율은 86%에 달한다. 경쟁사인 AMD나 인텔이 5%에 불과한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1분기 엔비디아는 인텔을 누르고 데이터 센터 부분 매출 1위로 올라섰으며, 2분기에는 격차를 벌려 인텔의 2.5배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생성형 AI인 챗GPT에 사용된 GPU 덕분이다. AI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 등장한 챗GPT로 인해 올해가 생성형 AI의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1분기 주요 글로벌 기업 어닝콜에서는 지난해 주목받던 메타버스가 아닌 AI와 챗GPT가 눈에 띄게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생성형 AI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대 수요가 AI 시장 성장을 가속할 거란 전망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엔비디아의 GPU 출하량이 각 기업이 원하는 물량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개최된 ‘WSJ CEO 카운슬 서밋’에서 “현시점에서 GPU를 구하는 것은 마약을 구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투자 전문가들은 바로 이같은 시장 상황이 엔비디아의 경쟁 기업으로 꼽히는 AMD와 모레가 엔비디아 GPU와 비등한 수준의 GPU를 개발해 배포하려는 이유라고 짚었다. 조 대표 역시 전 세계적으로 GPU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레의 AI 솔루션은 AI 개발자, 데이터 센터 운영자, AI 칩 제조업체 등 사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와 AMD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모레가 엔비디아를 능가할 만큼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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