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관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고 화끈한 스토리 [빅데이터 LAB]

범죄도시3, 흥행 비결은 단순하고 화끈한 스토리 주 소비층인 MZ세대 성향에 맞춰 플롯 단순화해야 먹혀들어 영화계, 영화판 성공 공식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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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가 개봉 1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운 것보다 더 ‘흥행대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 느와르 시리즈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리암 니슨의 <테이큰> 시리즈 1, 2, 3편이 국내에서 각각 238만, 231만,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후속 시리즈가 더 큰 흥행을 거두기 쉽지 않은 장르의 특성을 깨고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진=마동석 SNS

쾅·쾅·쾅 3연타석 홈런, 성공 공식은 단순함과 화끈함

극장가에서는 복잡하고 치밀한 플롯을 포기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라 오히려 더 관객들의 발길을 끌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누리꾼은 “영화 보다가 미친 듯이 웃은 것은 오랜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허점 많은 스토리의 약점을 풀기 위해 <범죄도시>만의 반복적인 유머 코드를 적절하게 활용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겠다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시리즈 영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관객들에게 자칫 ‘식상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으나, <범죄도시3>는 반복적인 패턴에서 오히려 유머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는 홍보 문구만큼 단순하고 화끈한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의 ‘먼치킨’스러운 역량이 유머 코드로 소비된 것이다. 스토리의 완성도를 위해 복잡하고 치밀한 이야기를 전개한 영화들을 소비하는 관객들이 일반적으로 식자층인 경우가 많아 흥행에 대성공하기는 어려운 반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층을 좀 더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범죄도시>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상영시간도 121분에 달했으나, 이후 상영 시간을 105분으로 줄이고 15세 관람가로 내용의 수위를 낮춘 덕분에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영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렵다는 영화계, 관객 수준에 맞춰 성공 공식 다시 찾아야

‘계속 웃다 나왔다’, ‘안 신선한데 그래도 웃긴다’ 등의 누리꾼 반응에서 영화계가 관객 수준에 맞춰 성공 공식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뒤따른다. 리암 니슨의 <테이큰>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분석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 납치’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아버지의 구출’이라는 휴머니즘으로 풀어내는 단순한 이야기 위에 먼치킨급의 액션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 역시 먼치킨으로 분류되는 형사가 관객에게 복잡한 고민을 심어주지 않고 주먹을 휘둘러서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다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한방’을 원하는 관객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MZ세대 소비 패턴에 맞춘 영화

MZ세대들은 드라마 전체를 다 보지 않고 10분 요약본 위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며, ‘OTT 시청은 1.5배가 국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속 시청을 선호한다. 그런 만큼 이러한 MZ세대의 니즈에 맞춰 영화도 빠른 속도감으로 전체 이야기를 훑어주듯 플롯을 구성하고, 관객들이 ‘속이 시원해지는’ 순간에 집중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세대가 영화관 대신 OTT를 선택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속도대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장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의 외화들만 흥행 성적을 거두고 <외계+인>, <비상선언> 등은 크게 참패하면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식상한 유머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줄 알았던 <범죄도시> 스타일의 유머에 관객들이 또다시 열광하고 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범죄도시3>가 현재와 같은 흥행 기세를 이어간다면 <범죄도시2>에 이어 천만 관객 동원도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위스AI대학 이경환 교수는 모 국내 명문대 교수가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라며 강의 내용을 매우 쉬운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맹비난 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 명문대 교수가 MZ세대의 기호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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