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안 쓰면 구독 ‘일시 중지’된다? OTT ‘구독 경제’ 본질 흔들리나

구독 서비스 ‘이월’ 법안 추진한다는데, “이게 정답일까?” 구독 일시 중지,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일각선 “무작정 규제하는 건 올바른 방향성 아냐”, 부정적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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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의원의 모습/사진=윤두현 의원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 유료 멤버십이나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으나 실제로 이용하지 않았다면 혜택을 이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된다. 소비자들의 손해를 방지하겠단 취지인데, 막상 기업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두현, ‘구독 일시 중지’ 법안 발의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구독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 ‘일시 중지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결제했으나 한 결제 주기 동안 실제 이용하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을 일시 중지하도록 명시했다. 이후 소비자가 다시 이용을 재개할 경우 사업자는 그간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기간만큼 혜택 기간을 연장해야 한단 내용도 담겼다. 월 1회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에 돈을 낸 소비자가 다음 결제 시점까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은 한 달 치 서비스를 추후 추가 결제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독 서비스는 ‘전자 상거래를 통해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사업자가 재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정의됐다. 쿠팡 로켓와우,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유료 멤버십과 OTT는 모두 구독 서비스로 볼 수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윤 의원은 “구독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구독 피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이로 인한 지출 규모도 가랑비에 옷 젖듯 증가하고 있다”며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결제한 뒤 재화 등을 이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구독료를 그대로 지불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이에 현행법에 구독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에서부터 시작된 ‘구독 일시 중지’

사실 구독 서비스 일시 중지 의무 도입은 게임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닌텐도의 스위치 등 콘솔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바 있는데, 당시 소비자에게 별다른 통보 없이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계속 결제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지적됐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화제몰이를 했던 마이크로소프는 지난해 1월 자동 갱신 구독 개선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이 Xbox 멤버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독이 자동 갱신되는 시기와 비용, 고객이 실수로 갱신한 후 환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반복되는 계약을 종료하고 비례 환불을 청구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한다. 고객이 멤버십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경우엔 고객에게 연락해 지불 중지에 대한 내용을 통보하고, 만약 통보 이후에도 계속 멤버십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결제를 중단시킨다.

이 같은 일시 중지 의무는 게임, OTT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디지털 직원 경험 관리 솔루션 전문 업체 넥스싱크(NexThink)가 12개 지역 8개 산업군 600만 명 이상의 고객 디바이스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기업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와 SaaS 애플리케이션의 절반이 사용되지 않았다. 넥스싱크는 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툴 30가지와 관련 라이선스 비용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이렇게 낭비되는 비용이 한 달에 4,500만 달러(약 595억2,38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무조건적인 ‘규제’만이 정답일까?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규제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 구독 서비스의 본질은 ‘장기적으로 구독하면 더 저렴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든 말든 돈을 받아 가는 대신 보다 자유롭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OTT 등이 채택하고 있는 ‘가격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를 무작정 막으면 결국 구독 서비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시대를 역행해 다시 ‘비디오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우리는 바야흐로 ‘구독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 경제는 이미 대표 경제 트렌드로 발돋움했다. 구독 서비스는 정보는 넘쳐나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취향을 포기할 순 없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다. 그런 만큼 무작정 구독의 단점만을 부각하고 이를 억제하는 게 옳은 방향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구독은 기업의 가격 정책 중 하나이며, 기업 운영을 위해 이윤을 필수적으로 남겨야 한다. OTT의 마진을 억제한다 해서 시민의 삶의 질이 제고될 수 있을까. 오히려 사업의 확장성이 축소됨으로써 삶의 질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 보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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