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규모 국방 펀드 조성한 NATO, 연합체계 안정성 제고 나서나

국방 산업에 관심 갖기 시작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 유럽이 다 떠안은 꼴이다” 러-우 전쟁 장기화에 커지는 美 압박, NATO 나름의 ‘대응 전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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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애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NATO가 국방에 필수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회원국들은 총 10억 유로(약 1조4,230억원)를 NATO 혁신 기금(NIF)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기획 대상은 △AI 및 자율성 △생명 과학 기술 △양자 컴퓨팅 △우주 기술 및 초고음속 시스템 △에너지 △새로운 제조 및 소재 △차세대 통신 등이다. 자국 방산 기술력을 제고하고 연합 간 경제 순환 안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NATO, 국방 스타트업 위한 펀드 조성 나섰다

NATO가 국방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기를 아시아 등 타국가에서 구입해 사용하던 이전과 달리 아예 기전을 바꿔 국방 기업 자체에 투자금을 집어넣겠단 건데, 이는 곧 대(對)러시아 대응이 단기 전략에서 장기 전략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NIF에 참여한 국가는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터키, 영국 등이다. 스웨덴 또한 NATO에 완전히 가입한 후 투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NATO의 국방 산업 투자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기업 자체에 직접적인 투자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ATO는 사이버 보안 등 국방 기술뿐 아니라 국가의 자원 독립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층 기술까지 함께 가져갈 방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일련의 전쟁 과정을 겪은 이후 상호적으로 연결된 유럽 경제를 보다 탄탄히 지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pexels

거듭되는 우크라이나 지원, NATO는 ‘다소 난감’

러-우 전쟁에 대한 우크라이나 지원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6월 미국은 돈반스 지역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당시 우크라이나군에 10억 달러(약 1조2,959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한 바 있다. 당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NATO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NATO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미국 차원에서 NATO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한 셈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6,465만 달러(약 840억원)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영국 등 G7 국가들은 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전차 챌린저2 탄약 수천 발 및 전투-군수 차량 70여 대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NATO 국가들의 새로운 지원 약속도 이어졌다. 프랑스는 장거리 미사일을, 독일은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치와 마더 장갑차 40대, 레오파르트 1A5 전차 25대 등 7억 유로(약 1조원) 규모의 추가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 11개 나라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을 시행할 동맹을 결성하고 루마니아에 조종 훈련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NATO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이 마냥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미국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이어질수록 자국의 외교관계, 국방 상황 등은 외려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불가리아는 자국의 국방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패키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미국이 제시한 방공 체계 지원 등을 받아들인 결과인데, 일각에선 사실상 미국의 압박에 못 이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을 고집하는 건 우크라이나며, 그 비용을 유럽 전체가 부담하고 있는 꼴”이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날린 것도 이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NATO가 10억 달러나 되는 국방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한 것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NATO, 對러시아 대응 ‘장기 전략’으로 전환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NATO의 대러시아 대응은 단기 전략에서 장기 전략으로 전환됐다. 사실상 NATO는 자체적으로 신무기를 생산해 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NATO는 펀드 조성 외에도 ‘방위혁신촉진(Defense Innovation Accelerator)’ 기구를 설립하기도 했다. 스타트업과 협력해 민간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타국가의 무기를 들여오는 데엔 일정 부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중의적 의미로의 ‘로켓 배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국에서 직접 무기를 생산하는 것과는 속도 측면에서 비교조차 안 된다. 국방력 증강 차원에서도 남의 무기를 끌어다 쓰는 것보단 자국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미래지향적이다.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NATO의 이번 결정이 연합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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