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정기예금 다시 내놓는 은행들, ‘역머니무브’ 가속화 흐름 나타날까

지난해 9월 판매한 수신 상품 만기 도래, 4%대 넘는 ‘예금 상품’ 재등장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예금금리 인상하면서 수신 경쟁에 동참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 영국 등 주요국에선 은행 예금금리 ‘상향 압박’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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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하락하던 은행권 예금 금리가 4%대로 올라섰다. 2금융권도 4%대 예금 상품을 출시하며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상품을 출시한 지 1년이 도래해 가는 지금,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은행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 Sh수협은행4%대 정기예금 출시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 가운데 4%가 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4.00%) 등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정기예금 금리도 연 3.5~3.85%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월 3.45~3.75% 대비 상하단 모두 0.05%p 상승한 수치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3.5%를 하회했지만, 연속되는 시장금리 상승세에 은행권도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이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높이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최근 들어 상승한 미 국채 금리의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상승하자 예수금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355%까지 증가했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던 은행채 금리는 지난 6월 4%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말 판매된 예적금 상품들의 1년 만기가 도래하면서 기존 고객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은 강원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심화되자 유동성 조달을 위해 수신 금리를 크게 높인 바 있다. 이 밖에도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관련주에 몰렸던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들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저축은행도 질세라 예적금 금리 인상 맞불

시중은행에서 4%대 예금 금리가 재등장하자 저축은행도 금리 인상에 맞불을 놓으며 수신 확보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8일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04%를 기록했다. 한 달 전 3.98%였던 금리가 상승을 지속하면서 다시 4%대를 넘어선 것이다.

금리가 4.5%에 달하는 상품도 꽤 늘었다. 이날 정기예금 금리로 4.5% 이상을 책정한 저축은행은 △JT친애저축은행 △HB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참저축은행 △대백저축은행 등 5곳이다.

다만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저축은행이 수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약 1%p(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해 왔지만, 이날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금리차는 0.5%p 수준로 낮아졌다.

그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좁혀진 금리차가 저축은행 수신잔액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32조9,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7,070억원 증가한 반면, 저축은행의 수신잔액 규모는 지난 1월 120조7,854억원에서 5월 114조5,26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향후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은 예금 만기가 돌아오기 1~2개월 전부터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원리금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이달부터 유동성을 미리 쌓아둬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금리 상향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책금리만큼 오르지 않았다서민 분노에 주요국 일부 시중은행 압박

세계 주요국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선 정부가 은행을 상대로 예금금리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 수준에 비해 은행권 예금금리가 충분히 상승하지 않자 예금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와 의회가 나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영국 금융감독당국(FCA)은 지난달 16일 영국 대형은행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연 0.1%였던 기준금리가 최근 5%까지 인상됐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면서 “공정하고 경쟁적인 예금금리 책정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초 영국 은행권의 수시입출식 예금의 평균금리는 2.49%로 당시 영국 정책금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호주에서도 예금금리를 둘러싸고 비슷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호주 역시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불만과 은행권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자 지난달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금융당국에 “대형 은행들의 예금금리 결정이 올바른 경쟁으로부터 책정됐는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은행권의 돈잔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은행권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K 대학 경제학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은행권의 예금·대출 금리를 모두 인하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금융권의 수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채권시장 등 국내 자금시장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우려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면서 “자금 시장의 불안이 사라지고 높은 대출금리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 만큼 당국과 정치권은 은행권이 예금금리는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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