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어 ‘파두’ 상장 첫날 주가 곤두박질, IPO 시장의 말뿐인 대박

하반기 IPO 대어 파두 코스닥 상장 첫날, 주가 공모가 밑돌며 ‘부진’ 공모가 산정 ‘거품’ 논란, 일반 청약 부진으로 상장 전부터 불안한 행보 공모가 제한 완화 이후 급등한 공모가, 파두 부진 이후 시장 거품 걷힐까

pabii research


올해 첫 조 단위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코스닥시장 입성 첫날부터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7일 오전 9시 30분경 파두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5,300원(17.09%) 하락한 2만5,700원에 거래 중이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던 파두가 공모가 거품 논란과 일반 청약 부진 끝에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업계에서는 IPO 시장에 낀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완화 이후 ‘따따블’을 노린 투자자들이 줄줄이 IPO 시장에 몰려들었지만, 정작 성장 가능성을 확보한 ‘진짜 대어’는 극소수라는 지적이다.

시장의 ‘파두’ 흥행 기대

2015년 설립된 파두는 지난 2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단계에서 국내 팹리스 업체 중 최초로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라섰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다. 파두는 작년 4분기부터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에 제품을 공급하며 실적을 개선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파두는 상장 전부터 IPO 대어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으며, 지난달 24~25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상장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6,000원~3만1,000원)의 최상단인 3만1,000원에 확정한 바 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에 달한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은 지난해 9월 말 더블유씨피 상장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공모가 거품 논란, 부진한 성적표

공모가 산정 이후 파두는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파두는 공모가에 2025년 이익 전망치를 할인 적용했으며, 국내 비교기업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나스닥 비교기업(Broadcom, Microchip Technology, Maxlinear)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 배수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이익 발생의 불확실성 및 수평 비교가 어려운 나스닥 기업 평균배수 적용으로 인해 파두의 기업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파두는 지난달 26~27일 일반 청약에서 79.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낮은 경쟁률로,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형주들이 1,000 대 1 이상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모인 증거금은 1조9,169억원 규모다.

코스닥 상장 첫날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장 초반에는 주가가 2만5,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파두의 주가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파두의 상장 당일 출회 가능한 물량은 상장 주식 수의 38.92%에 달한다. 기관 투자자의 한 달 보호예수 물량은 공모 후 주식 수 대비 17% 수준이다. 상장 한 달 후면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공모가 제한 완화로 ‘따상’ 수요 몰려

공모가 거품 논란은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폭을 기존 공모가의 63~230%에서 60~400%로 확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가격 제한 완화 이후 ‘따따블’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더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쓰기 시작한 것이다.

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공모가격이 줄줄이 고공행진했지만 시장은 딱히 제동을 걸지 않았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굳이 공모가를 제한할 유인이 크지 않다. 공모가격이 높아질수록 인수 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선 기관들 역시 기업의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유리하다.

반면 개미 투자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시장을 휩쓴 ‘따따블’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추락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6일 상장한 버넥트가 상장 첫날 공모가 1만6,000원을 26.9% 밑도는 1만1,700원에 장을 마치며 시장에서는 ‘공모주 거품’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차후 IPO 시장 여파는?

하반기 IPO 대어로 꼽혔던 파두 역시 상장 직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양상을 보이며 IPO 버블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후 하반기에 상장이 예정돼 있는 ▲SK에코플랜트 ▲LG CNS ▲노브랜드 등 IPO 대어들은 시장 상황에 촉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SK에코플랜트의 차후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1조원 규모 수처리·폐기물 기업 환경관리시설, 폐기물처리 기업 등을 인수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몸값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대어였던 WCP의 주가 급락으로 IPO 시장이 위축됐듯, 파두의 주가 부진이 이어질 경우 시장의 공모가 상승 추세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 스멀스멀 냉기가 감도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이들 대어의 상장 시점이 내년으로 늦춰지고 IPO 시장이 다시 한번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마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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