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 이제 ‘만만디’ 아냐” 해외 기업에 손짓, 시장 반응은 “글쎄”

상하이시 “린강 자유무역구 외국인 투자 활성화” 공산당의 지나친 간섭,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 앞뒤 다른 중국 행보에 해외 기업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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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els

앞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사업 등록 절차와 공장 건설 등이 용이해진다. 중국이 계속되는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외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이틀 넘게 걸리던 외국인들의 사업 승인이 단 두 시간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사업 절차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민간 영역의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 사업 환경 조성, 상하이로 오세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수도로 꼽히는 상하이시 정부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린강(臨港) 자유무역구(FTZ) 내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사업 등록 절차를 2시간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 공장 건설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최소 2일이 소요되던 외자 프로젝트 등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으로, 중국 행정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관료제적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외국인 투자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7,667억 위안(약 14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4% 줄어든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 환경 최적화 및 외국인 투자유치 역량강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불합리한 제한 등을 없애 외자기업이 시장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며 FDI 회복에 집중했다.

상하이 FTZ는 중국의 각종 경제·산업 정책을 가장 먼저 시범 적용하는 곳으로, 그 가운데 2019년 운영을 시작한 린강 FTZ는 다즈허(大治河) 이남, 진휘항(金汇港)이동, 샤오양산도(小洋山岛), 푸둥공항 부지역 등을 범위로 하며 총 면적이 119.5㎢에 달한다. 린강 FTZ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공장을 유치하면서다. 2018년 전까지 미국 외 지역에 공장을 두지 않고 있던 테슬라는 첫 해외 공장으로 중국을 택했고, 2019년 가동을 시작한 린강 FTZ 내 기가팩토리3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게 소화하는 등 테슬라의 최대 생산 기지로 거듭났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가 생산한 전기차 131만 대 가운데 71만 대가 린강 FTZ에서 만들어졌다.

테슬라 생산 기지 유치로 자신감을 얻은 상하이시는 외자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상하이시는 “린강 FTZ는 상업 활동 촉진과 비즈니스 친화 환경 조성에서 글로벌 최고 기준을 고수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신에너지차, 반도체, 생명공학 등이 경제 고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창 중국 총리 역시 같은 날(21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와의 만남에서 “중국은 외국 자본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장개방 & 해외기업 옥죄기,’ 중국의 두 얼굴

전문가들은 대(對)중국 투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지나친 시장 간섭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창 총리의 ‘개방에 전념할 것’이라는 공언과 달리, 실상은 권위주의적이고 강경한 통치가 이어지며 개방에 대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유력 매체 역시 “2022년 10월 열린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은 자신의 정치적 동맹으로 구성된 새 지도부를 공개했다”며 “이들 새 지도부는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전임자를 향해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며 명백한 권력 장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구매를 제한하는 것을 비롯해 캡비전, 베인앤컴퍼니, 민츠그룹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여러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애플, 델, 테스코, 필립스 등이 중국 내 사업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시장에서 철수했다. 남아있는 기업들의 사업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서 중국 내 외자 기업의 64%는 ‘중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단속 강행 등이 현지 대형기술기업의 시가총액 중 약 1조1,000억 달러(약 1,469조원) 감소 효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대외적으로는 ‘개방’을 외치는 중국 정부가 실상은 ‘해외 기업 옥죄기’를 통해 기존 시장 참여자들마저 내쫓고 있는 셈이다.

“내 것은 내 거, 네 것도 내 거”, 누가 중국에 발 들일까

중국의 「대외관계법」 제정도 해외 자본의 중국 투자를 막는 요인이다. 지난 6월 제정된 중국의 대외관계법은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한 국내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해당 법은 중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주체는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그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외관계법은 국제 사회에서 협력을 통해 얻는 각종 이익은 유지하면서도 타국에 대한 강요와 압박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긴 신호”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눈길을 끄는 점은 중국이 대외관계법을 통해 외교 정책을 지시하는 주체가 집권 공산당임을 처음으로 공식 서면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 주석의 권력이 한층 강화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당으로, 당에서 시 주석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모습은 소수에게만 주어졌던 권력을 점차 다수가 나눠 갖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통치자의 말 한마디면 정당하게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에 칼날이 드리워지고, 시대를 거스른 이같은 행보에 대한 법적 근거까지 마련한 국가에서 ‘시장 개방, 외자 유치’를 외치는 것에 많은 기업이 등을 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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