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계속 커지는데, 미국 ‘고금리 장기화’ 기정사실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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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은 인플레이션 열기, 미국 정부 부채 증가가 미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의 이유
기준 금리 한 차례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미국채 금리에 선반영돼
우리나라는 한은 통화 정책과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 엇박자로 금융 불균형 리스크↑
사진=GettyImages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건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미국 국가 통계가 속속 등장하자, 일부 미국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올 연말에 연준이 기준 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고금리에도 불구, 여전히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을 가계 부채 증가세의 이유로 꼽는다.

월가 “미국 장기채 금리 5% 훌쩍 넘을 것”

최근 월가에선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강하게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01%로 5% 지지선을 돌파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을 뚫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5%라는 심리적 저항선에 부딪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락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추가 상승의 여지는 크다는 게 월가 금융권의 공통 의견이다.

실례로 프라빈 고라파티(Praveen Korapaty) 골드만삭스 최고 금리 전략가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MMF(머니마켓펀드)를 비롯한 단기자금 시장 금리와 맞먹는 수준인 5.1~5.2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부담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 현금 보유에 비해 확실하게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러-우 전쟁, 이-팔 전쟁 지원과 내년 대선으로 인해 늘어날 수 없는 미국 정부부채가 미국채 금리를 위로 떠받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회계연도 기준의 미국 정부의 적자 규모는 직전년도 1조4,000억 달러(약 1,901조원)에서 3,000억 달러 늘어난 1조7,000억 달러(약 2,308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3 회계년도 기준 미국 GDP의 6.3%에 상응하는 수치다. 같은 맥락으로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9월 종료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미국 정부의 모든 재정적자 규모를 합치면 오는 2024~2025년 GDP의 7.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준, 올해 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존재

당초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현재 요원하다는 점도 미국채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미국의 견조한 고용 흐름과 뜨거운 내수 시장 지표가 나타내듯 인플레이션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일례로 미국의 노동시장은 고금리에도 불구, 올 3분기 되레 강세를 보였다. 9월 한 달간 증가한 일자리수는 33만6,000개로, 7월 23만6,000개, 8월 22만7,000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매 판매 또한 지난 5월엔 고작 0.2%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이후 7~9월부턴 각각 0.6%, 0.8%, 0.7%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은 미 연준이 오는 12월에 재차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BofA 증권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일 자 보고서에서 “9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 등 여러 연준 관계자들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대해 우려했고, 특히 윌러 이사는 주택서비스 가격 상승의 재가속 위험을 크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대비 3.7%올랐는데, 이는 경제 전문가 컨센서스인 3.6%를 웃도는 수치다.

이어 가펜은 “현재 연준이 데이터에 따라 추후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9월 FOMC에서 파월 의장과 윌러 의사는 확실히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뒀으며, 최근 경제지표 흐름도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12월에 마지막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Fed

고금리 압박 무색하게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여전히 증가세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가계 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은행·하나·신한·NH농협·우리)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보다 3조4,027억원이나 더 커졌다. 이는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증가 규모다. 특히 주담대가 2조6,814억원(517조8,588억원→520조5,402억원) 늘어난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 및 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또한 이를 막기 위해 우리 금융 당국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유인이 커진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도 미국을 따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 가계 부채는 이와 무색하게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은행과 달리,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LTV(매매가 대비 대출액)를 70%로 상향 조정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소득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가계 대출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 대출 증가세의 대부분을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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