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재도전 성공한 밀리의 서재, 이제 ‘IPO’ 아닌 ‘IP’에 집중할 때

지난해 ‘상장 철회’ 쓴맛 본 밀리의 서재, 몸값 낮추며 IPO 흥행 성공 다양한 독서 콘텐츠 월정액으로 제공, 일부 소비자는 ‘볼 것 없다’ 불만 제기 “전자책에만 갇혀 있으면 경쟁 뒤처진다”, 오리지널 IP 확보 전쟁에도 뛰어든 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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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밀리의 서재

오는 27일 도서 지적재산권(IP) 기반의 콘텐츠 정기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이하 밀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공모 실패의 쓴맛을 본 가운데, 몸값을 낮추는 등 시장 친화적인 공모 전략을 내세우며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 상단인 2만3,000원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밀리가 방심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IPO 역시 흥행했지만, ‘전자책’ 사업에만 갇혀 있어서는 추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밀리는 최근 웹소설 등 자체 IP 사업으로의 확장을 고려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몸값 낮추자 기관·일반 투자자 모두 ‘환영’

앞서 밀리는 지난해 11월 이미 한 차례 공모가 결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밀리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 선정 오류, 일회성 수익을 반영한 몸값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시장의 비판을 샀다.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자 기관투자자는 밀리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결국 상장은 철회됐다.

밀리는 IPO에 재도전하며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폈다. 밀리는 IPO 실패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5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억원) 대비 무려 5배가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오히려 1년 전보다 낮은 몸값을 내걸고 IPO를 진행했다. 목표 시가총액 역시 전년 목표치(2,059억원) 대비 약 10%가량 낮춰 잡았다.

기관과 일반투자자는 밀리의 재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지난 7~1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619.24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은 5.76%다. 기관 청약 금액은 16조원에 달하며, 참여 기관 수는 1,900개를 넘어섰다. 저렴한 IPO 몸값에 기관들이 호응하며 첫 도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밀리가 수요예측 흥행 이후에도 공모가를 상향하지 않자, 일반 투자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청약 뛰어들었다. 지난 18~19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밀리는 1조9,387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청약금의 50%)을 모았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449.56대 1을 기록했으며, 비례 경쟁률은 899대 1이다.

사진=밀리의 서재

‘쉬운 독서’ 내세운 밀리, 정작 소비자는 “읽을 것 없다”?

9,900원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밀리는 2016년 설립된 이후 2021년 9월 지니뮤직에 인수되면서 KT그룹에 편입됐다.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15만 권에 달하는 독서 콘텐츠를 보유 중이며, 파트너 출판사는 1,900여 개를 웃돈다.

밀리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독서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일례로 ‘챗북’은 독서 장벽이 높은 전공 서적 등을 10~15분 분량의 대화 형식으로 요약, 채팅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뒤 성우, 일반인, 유명인, 작가 등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콘텐츠 ‘리딩북’ 등도 대표 서비스로 꼽힌다.

하지만 무조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밀리는 신작, 베스트셀러 도서 등 인기 콘텐츠 추가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다.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에 구독을 시작했지만, 정작 ‘읽고 싶은 책’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전자책 추가를 요청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사용자는 신청한 책의 차후 추가 여부조차 명확히 알 수 없다.

이 같은 비판을 받는 것은 리디셀렉트, 예스24 북클럽 등 여타 전자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인기를 끄는 도서는 무제한 구독 서비스에 탑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로 읽고 싶은 전자책을 플랫폼 내에서 추가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술’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쾌한 경험을 안겨주고,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사진=밀리의 서

전자책의 한계, IP 사업으로 발 넓힌다

밀리는 최근 리디북스 등 ‘IP 사업’을 중점에 내세운 유사 플랫폼과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밀리 역시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 IP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전자책에만 골몰해서는 눈에 띄는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밀리는 출판을 중심축으로 삼아 ‘콘텐츠 IP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선보인 참여형 출간 플랫폼(밀리로드)사업은 대표적인 밀리의 ‘변신 시도’로 꼽힌다. 밀리로드는 신인 작가 발굴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창작 플랫폼으로, 누구나 작가가 돼 자유롭게 글을 집필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밀리로드를 통해 공개된 작품은 570만 명의 밀리 회원에게 노출되며, 독자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밀어주리’ 투표로 추천할 수 있다.

밀어주리를 많이 받으며 인기를 끈 작품은 내부 심사를 거쳐 밀리 오리지널 콘텐츠로 정식 연재된다. 예비 작가들에게 등단 기회를 제공하고, 일종의 자체 웹소설 IP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이 밖에도 밀리는 연내 웹소설 전문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점차 IP 사업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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