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구할 곳이 없다’ 위기의 저신용자들, 카드론·인터넷은행 등 ‘급전 마련’ 혈안

“대출이 안 나온다” 카드사 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등 고금리 상품 수요 급증 금리 오르고 연체율도 뛴다, 고금리 상황 속 건전성 위기 심화 카드사뿐만 아니다, 제2금융권 전반 덮친 연체율 폭증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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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현금서비스를 비롯한 ‘급전 마련용’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연 이자가 연 15%를 웃도는 고금리 상품임에도 불구, 돈을 구할 곳이 없는 저신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 외에도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 이용자와 연체율이 동시에 뛰는 가운데, 금융권의 건전성 우려는 점차 커지고만 있다.

고금리 카드사 대출 상품 잔액 불어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대출을 비롯한 자금 조달 장벽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대출 장벽이 높은 중·저신용자들은 낭떠러지에 몰렸다. 급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수요는 최후의 보루인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등 비교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드사 대출에 몰렸다.

지난달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5조8,636억원으로 전월 대비 4,684억원 증가했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4,790억원으로 전월 대비 712억원 늘었으며,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3,782억원으로 전월 대비 692억원 불어났다.

문제는 카드사 대출 대부분이 연 15%를 웃도는 고금리 상품이라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가 8월 신규 취급한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연 17.46%에 달했다. 현금서비스 금리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하나카드(18.23%)였으며, 이어 KB국민카드(18.13%), 롯데카드(17.79%), 신한카드(17.67%) 등이 뒤를 이었다.

카드론 금리는 삼성카드가 15.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BC카드(14.69%), 하나카드(14.53%) 등의 순이었다.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17.76%)였으며, 이어 KB국민카드(17.5%), 신한카드는(16.82%) 등으로 높았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청구 대금 중 일부분만 갚고, 나머지 결제 금액을 이월해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사 고금리 대출 상품 수요가 폭증하자,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간 리볼빙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조정에 나섰다. 아울러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리볼빙과 함께 각 카드사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등의 금리를 신용점수별로 매월 20일 공시하도록 했다.

사진=unsplash

‘금리 더 뛴다는데’ 연체율 상승세 매섭다

카드사 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연체율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1.20%) 대비 0.38%p 상승했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비롯한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같은 기간 0.69%p 급증했다. 그만큼 대출 상환 여유가 부족한 차주들이 늘어난 셈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금리에도 카드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원인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의 ‘공급난’에 있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저축은행 업권은 올 상반기 적자 전환했으며, 이어지는 수익성 악화 문제로 인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상품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에서는 카드사 대출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반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주로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달 비용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3%대 후반까지 하락했던 여전채 금리가 4%대 중반을 넘어 5%대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조달 비용이 확대되면 카드사들은 그만큼 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저축은행에도 저신용자 수요 몰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을 늘린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상황 역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8일 인터넷은행 3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20%에 달했다. 2021년 연체율이 0.3% 수준에서 유지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은행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토스뱅크가 1.5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케이뱅크 1.57%, 카카오뱅크 0.77% 순이었다.

중·저신용대출만 따로 살펴보면 연체율 증가세가 한층 가파르다. 지난달 말 기준 3사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2.79%로, 1년 전(0.84%) 대비 2.9배 급등했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가 4.13%로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토스뱅크 3.40%, 카카오뱅크 1.68% 순이었다. 3사 합산 연체율도, 각 사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동안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터넷은행 건전성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 대출 공급’이라는 인가 취지에 따라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8.4%, 케이뱅크 25.4%, 토스뱅크 35.6%로 집계됐다.

대출 문턱이 비교적 낮은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수는 184만8,000명을 넘어섰다. 개인신용정보 보관이 가능한 기간(5년) 내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고금리 상품에 몰려드는 가운데, 금융권의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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