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또 하나의 ESG, 다만 탄소 절감 실제 효과 보려면 집에서도 에너지 절감 노력해야

재택근무, 무조건 에너지 절감, 탄소 배출 절감은 아니야 근무 시간 중 차량 이동, 집 내부 전기 설비 관리 부실 등이 원인 근무 형태를 넘어 에너지 소비 감소에 많은 노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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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미국 근로자의 50%가량이 재택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데믹(일상적 유행) 선언 이후 많은 근로자가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으나 20%가량의 근로자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거나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택근무, 탄소 배출 감소로 ESG 효과 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운영하는 대중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서는 재택근무가 탄소 배출 감소, 에너지 소비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ESG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기존 연구에서는 출퇴근 중 탄소 배출량이나 집과 사무실에서 쓰는 에너지 사용량만 고려했기에 에너지 소비량의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웠다. 재택근무 중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 총량을 잘못 계산한 탓에 재택근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추정했기 때문이다.

네이처의 새로운 연구는 기존의 이러한 오류를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 내에서 재택근무가 기후 변화에 맞설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출퇴근 시간 이동, 그 외 업무 시간 중 이동, IT 기기 설비, 사무실 내 에너지 소비 효율성 및 거주지 에너지 사용량 등의 다섯 가지 변수를 제어하며 미국 근로자 1인이 재택근무를 하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지를 다시 계산했다.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가 주거지에서 에너지 소비 절감 노력을 한다면 재택근무로 최대 50%가량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코넬대학교 시스템 엔지니어인 펭키 유(Feng qi You) 연구원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 간 탄소 비용 차이를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으며, 근무 환경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고려해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을 추가했다.

유 연구원과 동료 팀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로(MS)부터 비식별 처리가 된 대량의 데이터 세트를 전달받아 기존 연구 수준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일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해 한층 진일보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MS의 재택근무 직원 관련 데이터와 기존에 알려진 사무실 내 연료 소비량 및 온실가스 배출 효과의 연관성을 추적했더니 재택근무는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설명이다.

재택근무가 무조건 탄소 배출량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야

기존의 재택근무 관련 연구들은 낮에 근로자들이 차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는 가정 하에 진행됐다. 그러나 유 연구원과 동료 팀원들은 MS에서 제시된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재택근무 중에도 근로자들이 자주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의 경우 사무실 내에서 근무할 때보다 단거리 이동을 위해 차량 이동이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재택근무를 할 경우 실내 냉난방, 식기 도구 활용 등에서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상도 확인했다. 연구에서는 재택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생활방식이 일반적으로 교외나 시골 지역보다 탄소 배출량이 낮고 중앙 집중화가 심화된 도심을 벗어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책적인 함의도 크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재택근무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고의 전략이라며 95% 이상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유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정치적인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토목 및 설계 공학자인 브라이언 칼필드(Brian Caulfield)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대학 연구원도 재택근무로 그 정도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Pinterest

에너지 절감 노력 덧붙여지면 재택근무의 탄소 절감 효과 있어

그렇다고 재택근무가 탄소 배출량 감소에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자가 노트북을 지참해 자전거로 인근 카페에 간다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재택근무자들이 에너지 절감에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한다면, 1주일에 4일 이상 재택근무 중인 근로자들이 최대 54%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며, 4일 미만 재택근무자들도 29%까지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구에서 제시한 사례는 사용하지 않는 전등 끄기, 전자제품 전원 내리기, 전기차 활용, 태양열 및 풍력 발전 활용 등이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얀치우 타오(Yanqiu Tao) 코넬대학 지속가능 개발연구원은 단순 재택근무 일수가 탄소 배출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재택 근무자의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에서는 사무실 근무 또한 재택근무 못지않게 저 탄소 실천에 동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노후화된 사무실 건물들에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전기 제품 및 탄소 저감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거나 자가용 대신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사무실에서 일하더라도 1인당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에 한정된 결과이기는 하나, 칼필드 연구원은 이같은 논리를 대부분의 선진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생활 방식과 미국 주요 도시의 생활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저자들은 재택근무가 예외 없이 친환경적인 근무 방식이 아닌, 특정 조건이 갖춰진 경우에만 사무실 근무보다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음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대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는 했으나, 재택근무가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오히려 각종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복잡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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