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 ① 판례로만 존재하는 판단 기준, 구체화해 남용 방지

입법처 ‘국회의원 면책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 보고서 발간 면책특권 제한 사유, 30여 년 전 판례로 존재 공간적 개념 → 기능적 개념 ‘국회’의 재정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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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할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일부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거나 그에 버금가는 위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면책특권을 내세워 개인의 범죄를 덮으려 하고 있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입법자에 대한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8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면책특권 범위의 한계 등을 복잡해진 정치·사회적 환경에 맞춰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한 사유에 대한 법적 근거 전무, ‘절대적-영구적’ 면책

우리 헌법은 제45조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해당 법 조항은 면책특권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의원의 발언 및 표결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책임면제제도인 점에서 단순 불체포특권과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거나 감독할 입법부 본연의 책무와 무관한 사안에까지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입법처는 우리 헌법이 면책특권의 정의만 제시하고 있을 뿐, 제한 사유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현행범이거나 국회 동의가 있으면 불체포특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과 상반된 것으로, 면책특권의 ‘절대적’ 효력을 의미한다. 또 회기 중에만 체포 및 구금을 일시 유예하는 불체포특권과 달리, 면책특권은 임기 중은 물론 임기 만료 후에도 임기 중에 있었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을 면책한다는 점에서 ‘영구적’ 면책에 해당하는 셈이다.

대법원 판례 “위원회 발언 내용 인터넷 게재, 면책 행위 포함 안 돼”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면책특권의 제한 사유는 대법원의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첫 논의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정부는 과거 제12대 국회에서 제131회 정기국회 제7차 본회의 직전에 한 의원이 작성해 배포한 대정부질문 원고가 국가보안법 처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했다. 해당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문제의 원고를 배포한 의원에 대한 구속과 재판이 진행됐다. 당시 1심은 해당 의원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들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면책특권을 근거로 공소 기각이 선고됐고, 이후 1992년 대법원에서 2심이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의원의 직무상 발언 및 표결 외에도 이에 수반되는 행위까지도 면책될 수있으며, 이는 구체적 목적, 장소,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례는 △회의의 공개성 △시간적 근접성 △장소 및 대상의 한정성 △목적의 정당성 등을 면책되는 직무 부수행위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고 해당 사건을 계기로 면책특권은 구체적 사건에 적용되며 재판 규범화됐다. 이후 대법원은 의원이 행정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를 비롯해 위원회에서 발언할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등을 개회 직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는 면책되는 직무 부수행위로 봤지만, 해당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 게재한 것은 면책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후 2005년에는 한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 대정부 질의를 하던 중 대통령 측근에 대한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을 두고 면책특권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법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2007년 면책특권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결과 함께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상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국회자료실

면책 범위의 현대화 시급

입법처는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면책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30여 년 전에 정립된 만큼 그동안 정치·사회적 환경이 복잡해지고 정보 통신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는 점을 들어 면책되는 직무 수행의 범위를 현대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45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회에서’의 정의를 물리·공간적 개념으로만 보는 대신 의정활동이 이뤄지는 기능적 개념으로 해석해 보도자료의 인쇄나 배포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 등 게재까지도 면책 대상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의기관인 의원이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활동하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면, 면책 대상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제19대 국회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행위를 면책되는 발언에 포함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진선미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안은 국회 임기 만료를 근거로 폐기됐다.

입법처는 또 법률의 규정이 법원의 판단 및 해석에 여지를 제한할 수 있는 만큼 면책되는 직무 부수 행위 범위를 규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로써 면책 대상의 범위를 축소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의정활동의 범위나 유형의 법률상 열거와 제한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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