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류 시장 평정한 아마존, 기대의 시선은 쿠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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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올해 배송량 59억 개 추산
UPS 충성 고객에서 경쟁자로 ‘우뚝’
아마존 전철 밟는 쿠팡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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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마존

미국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물류 시장 진출 8년 만에 자국 최대 물류 기업인 페덱스와 UPS를 추월하며 미국 내 민간 최대 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업계에서는 연말께 이들 기업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우리 기업 쿠팡의 성장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페덱스 따돌린 아마존, 이번엔 UPS 추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지난해 UPS의 물류 배송량을 추월해 미국 민간 물류 기업 중 가장 많은 물류를 소화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앞서 2020년 페덱스의 배송량을 뛰어넘으며 최대 물류 기업에 한 걸음 다가선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달 23일 추수감사절 이전까지 올해에만 48억 개 이상의 배송량을 기록했다. 추수감사절 직후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대규모 세일이 잇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의 올해 총배송량은 약 59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마존의 지난해 연간 총배송량 52억 개보다 약 1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민간 최대 물류 배송량을 기록한 기업은 UPS로, 약 53억 개의 소포를 배송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선전한 올해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UPS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배송량은 약 34억 개다. 지난해 3위를 기록했던 페덱스는 지난 5월 말까지 약 30억 개의 물량을 소화했다. 아직 아마존이 연방정부 기관인 미국 우정공사(USPS)의 물류 배송량을 넘지 못한 가운데 민간 물류 시장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아마존의 물류 사업 초창기에 쏟아졌던 비관적 전망 등을 떠올리면 눈부신 성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2016년 아마존이 자국 물류 시장에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회장은 “환상적”이라는 말로 자조하며 “앞으로도 미국 내 주요 물류들은 USPS, UPS, 페덱스를 통해 배송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처럼 비관적인 일각의 전망 속에서도 아마존은 ‘2일 배송’ 등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시장 내 입지를 키웠다. 2일 배송은 자사 유료 멤버십 회원이 주문한 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물건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8월 아마존은 올해 멤버십 회원이 구매한 상품 약 18억 개가 주문 당일 또는 다음날 배송됐으며, 이는 2019년과 비교해 4배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초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배송 속도 개선은 자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하며 “빠른 배송을 경험한 멤버십 회원들의 구매 빈도 또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급부상한 물류 시장에서 페덱스와 UPS는 차별화를 모색 중이다. 페덱스는 그간 전체 사업의 일부에 불과했던 이커머스 부문을 확대해 아마존에 빼앗긴 시장 내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또 UPS는 소매 물류에 집중됐던 사업 타깃을 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옮겨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서비스 소비자에서 제공자로

현지에서는 아마존이 물류 시장 진출 전까지 UPS와 페덱스의 주요 소비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시장 재편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풀이했다. 아마존의 급성장 뒤에는 고객사로 경험한 각종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UPS와 페덱스가 아마존의 시행착오를 없애준 셈이다.

2014년 처음 물류 업계에 발을 들인 아마존은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자체 물류망을 개척했다. 동시에 ‘라스트 마일’이라 불리는 물품 전달 최종 단계를 수행하는 배송 업체 수천 곳을 자사로 편입시키며 전국 유통망을 확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아마존에는 호재였다. 비대면 쇼핑이 급증한 이 기간 아마존은 팬데믹 물류 창고와 물류센터 등 관련 시설을 2배 가까이 확대하며 배송 시간을 단축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자체 배송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9년 미국 내에서 판매된 약 45억 개의 물품 중 23억 개를 직접 배송했다. 당시 58% 수준이었던 자체 물류 비중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8월에는 66%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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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작업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쿠팡

‘아마존 닮은 꼴’ 자처한 쿠팡의 미래에 이목 집중

국내 업계에서도 아마존의 성장세에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물류로 영역을 넓히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쿠팡이 아마존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쿠팡이 발표한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전국 30여 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이를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30억 달러(약 3조8,88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당일 배송’을 강행하던 쿠팡의 고집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22년 3분기 무려 8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룬 쿠팡은 곧바로 이커머스 업계 1위를 탈환했고, 내친김에 물류 1위까지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현재 한국 인구의 70% 이상이 쿠팡 물류 인프라로부터 10분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9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는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과 물류 센터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선보인 도착보장 서비스는 이같은 협업의 결과다. 해당 서비스는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에 한해 미리 고지된 배송 예정일에 물건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별도의 멤버십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쿠팡과의 차별점이다.

재화가 오가는 모든 시장이 그렇듯 이커머스 시장 역시 가격으로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우열을 가려야 하는데,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고객과의 광범위한 접점을 배송 연합군의 힘으로 공략하는 네이버와 탄탄한 자체 인프라로 고객 만족도 최상을 노리는 쿠팡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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