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도 주목하는 ‘부동산 PF’ 위기, 시한폭탄 뇌관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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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에서 부동산 PF 위기 직접 언급
태영건설 사태 이후로 번져가는 불안감, 건설 업계는 '비명'
금리 인하 없이는 안 된다, 연준 기준금리 인하 오매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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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주요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국내에서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만큼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한국은행 “질서 있게 정리하겠다”

지난해 12월 28일,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시공 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것은 2013년 쌍용그룹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태영건설은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대출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비단 태영건설만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 호황기에 불어난 부동산 PF는 최근 분양 시장 침체로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부동산 PF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까지 뛰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지난 8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21개 건설사)에 달한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로 떠안게 되는 채무를 일컫는다.

한국은행 역시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주목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한국은행이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난해 발표한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계획의 세부 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경기 혹한기, 쉽게 ‘정리’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총재가 언급한 ‘질서 있는 정리’가 가능할지다. 업계는 이번 태영건설 사태는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레고랜드 사태의 경우 높은 신용도를 가진 같은 지방 정부가 나서면 ‘응급조치’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회생을 위해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를 다수 매각, 대규모 자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예고돼 있던 위기일 뿐더러, 레고랜드 사태로 도입된 시장 안정 조치도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태영건설을 넘어 여타 건설업체로 확산할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건설사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건설 업계 전체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GS건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동시에 내린 바 있다.

부동산 PF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다. 부동산 경기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PF 관련 부실은 점차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인 ‘고금리’ 문제가 버티고 있는 이상, 어떤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올해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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