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2억 대출·출산하면 빚 탕감, ‘헝가리 저출산 대책’ 다시 꺼내든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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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저출산고령사회위 민간 부위원장 해촉 빌미됐던 '헝가리 저출산 대책'
1년 만에 다시 꺼내든 헝가리 출산 정책 카드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한국과 정반대, ‘출산율 29% 급등’한 헝가리, 다만 지속 가능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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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나경원 의원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출신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헝가리 모델 저출산 대책을 이제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헝가리는 청년층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는 파격 정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책이 일부 계층엔 효과일 수 있으나, 장기적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헝가리 저출산 대책, ‘한국형 모델’로 진화시켜야

나 전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헝가리 모델에 제가 주목했던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성공적인 정책이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2011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1.23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헝가리는 10여년 만에 1.52명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며 “최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또는 정치권에서 우리가 헝가리 모델에 뒤늦게 주목했다고들 말하지만 아니다. 아직 많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헝가리 모델 저출산 대책을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모델 저출산 대책을 ‘한국형 모델’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나 전 의원은 “결혼 시 2억원을 20년 동안 연 1% 수준 초저리로 대출해 주고, 자녀를 1명 낳을 때마다 3분의 1씩 원금을 탕감해 주자는 것이 내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2대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신다면, 당연히 나의 1호 의정 활동은 파격적이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 마련이 될 것”이라며 “그것만큼은 내가 책임지고 여당과 야당을 설득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대책을 밝혔으나, 대통령실 참모가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초저리 대출, 빚 탕감 등 집값 걱정 덜어주자 출산율 1.52명 ‘껑충’

나 전 의원이 강조한 ‘헝가리식 지원 대책’은 헝가리 정부가 지난 10년간 시행하고 있는 대대적인 출산 장려책을 말한다. 2011년 1.23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합계출산율은 2022년 1.52명으로 23.6% 올랐다. 2011년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헝가리보다 높았던 우리나라가 2022년 0.78명으로 40% 가까이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헝가리 ‘가족 주택 지원금 제도(CSOK·Csaladi Otthonteremtesi Kedvezmeny)’는 40세 이하 기혼 여성이 있는 가정이 집을 구매할 때 자녀 수에 따라 1,500만∼5,000만 포린트(약 5,700만∼1억9,000만원)를 저금리(상환 기간 최대 25년)로 빌려주는 제도다. 둘째를 낳으면 1,000만 포린트, 셋째를 낳으면 추가로 1,000만 포린트를 원금에서 차감해 준다.

여기에 2019년 ‘출산 예정 대출’도 추가했다. 용도를 묻지 않고 최장 20년 동안 1,100만 포린트(약 4,180만원)까지 빌려주는데, 대출 후 5년 안에 첫 아이가 태어나면 이자가 면제되고 원금 상환도 3년간 유예된다. 둘째가 태어날 경우 원금의 30%가 탕감되고 상환은 3년이 더 늦춰진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 원금 전액이 탕감된다. CSOK와 출산 예정 대출을 동시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세제 혜택도 다양하다. 자녀가 2명이면 월 4만 포린트(약 15만원), 3명이면 10만 포린트(약 38만원)의 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4인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약 59만 포린트(약 220만원)인 헝가리에선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자녀가 4명 이상인 여성의 경우 평생 소득세(15%)가 면제된다.

헝가리 국민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육아휴직 중인 케셰르 번더(34)는 2021년 1월 출산예정대출로 1,000만 포린트를 빌렸다. 첫아이가 2022년, 둘째가 지난해 태어나면서 원금의 30%가 탕감됐고, 상환은 6년간 유예됐다. 케셰르는 “최근에 헝가리도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대출 덕분에 새집을 마련했다”며 “셋째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헝가리 방식 두고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헝가리의 지난해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9%에 달했는데 상당 부분이 저출산 대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경제학부 교수)은 “현금성 지원은 출산을 고민하는 일부 계층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며 “헝가리 정책을 참고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저출산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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