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잘 안 낳는데” 자녀 많을수록 혜택 는다? 모호한 민주당의 ‘저출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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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저출산 공약 내놓은 민주당, 자산·돌봄 등 다방면에 초점
'결혼-출산-양육드림' 대책, 자녀 수 많아질수록 혜택도 늘어난다?
청년층 결혼·출산 기피하는 현 상황에 부적합, 출산 장벽부터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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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셋째 자녀를 출산 시 무이자에 대출 원금까지 감면하는 저출산 대책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주재로 정책 발표회를 개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4월 총선용 공약 성격으로, △주거 △자산 △돌봄 제도 △일·가정 양립 등 저출생 대책 전반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중 ‘자산’ 공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실제 도입될 경우 실효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모호한 대책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자녀 수 따라 인센티브? 민주당의 ‘출산 장려’ 정책

민주당이 제시한 ‘자산’ 공약의 핵심은 ‘결혼-출산-양육드림(dream)’이다. 결혼-출산-양육드림은 높은 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 지원을 위한 일종의 결혼 출산지원금 제도다. 민주당은 결혼 시 모든 신혼부부에게 소득이나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10년 만기로 1억원 대출을 제공한다. 저출생 대책과 연계해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해 주는 식이다. 첫째아가 태어날 경우 해당 1억원 대출이 무이자로 전환되고, 둘째아가 태어날 경우 무이자 및 원금 50% 감면 혜택이, 셋째아가 태어날 경우 원금 전액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우리아이 키움카드·자립펀드 등을 통해 총 1억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양육 지원 방안도 담겼다. 우리아이 키움카드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카드 형식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우리아이 자립펀드는 출생(0세)부터 고교 졸업(18세)까지 정부가 매월 10만원을 펀드 계좌에 입금,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부모 역시 해당 계좌에 매달 10만원을 입금 가능하며, 증여세 면제 및 펀드 수익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펀드의 원금과 운용 수익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인출해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자녀 수에 따라 차등화된 주택을 공공 임대해주는 ‘우리아이 보듬주택’ △아이돌봄 서비스의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본인 부담금을 축소한 ‘아이돌봄 서비스 국가 무한책임 보장제’ △출산·육아휴가 급여 지원을 확대하고,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육아휴가 급여를 보편 보장하는 ‘여성경력단절 방지 및 남성육아휴직 강화’ 등 다방면에 걸친 저출산 공약을 제시했다.

하나도 안 낳는데 셋이라고 낳을까

이에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결혼-출산-양육드림 제도에 큰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질적으로 정책의 최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결혼-출산-양육드림 제도의 수혜자인 다자녀 가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24만9,000명 가운데 62.7%(15만6,100명)가 첫째 아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둘째 비율은 30.5%(7만6,000명), 셋째 이상은 6.8%(1만6,800명)에 불과했다.

출생아 수 통계에서도 다자녀 가구 감소 추세를 엿볼 수 있다. 2022년 전체 출생아는 전년 대비 1만2,000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둘째아 출산은 1만5,000명(16.7%), 셋째아 출산은 4,000명(20.9%) 줄었다. 첫째아 출산은 7년 만에 8,000명이 증가했지만,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출산을 연기하던 부부들이 아이를 낳으며 발생한 ‘특수 효과’로 풀이된다. 결국 일시적인 증가세에 그친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정책 수립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당장 첫째아조차 낳지 않고 2인 가정을 이루는 ‘딩크족’ 부부가 증가하는 가운데, 둘째·셋째 아이 출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비판이다. 지금은 ‘다자녀 출산’보다 사회에 만연한 결혼·출산 기피 기조에 중점을 두어야 할 때다. 청년층의 현실을 돌아보고, 이들의 결혼·출산 장벽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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