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고, 일단 범칙금부터 내세요” 재정 말라붙은 中 지방정부, ‘꼼수 행정’ 남발

pabii research
교통위반 딱지 93%가 위조됐다? 중국 '벌금경제' 기조 심화
억지 범칙금 부과에 '범칙금 월정액' 판매, 중국 어디까지 가나
제로 코로나 지출·부동산 침체 '2연타'로 재정 말라붙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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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국 지방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교통 법규 위반 딱지를 발급·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한국의 행정부 격)은 중국 허베이성 섭현(涉縣) 교통국이 지난해 발급한 교통 법규 위반 티켓의 93% 이상에 위조 서명을 했다고 발표했다. 대다수 지방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수년 전부터 구설수에 오르던 중국의 ‘벌금경제’ 기조 역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벌금으로 재정 메꾼다? 유구한 ‘꼼수 행정’

일반적으로 중국 교통당국이 ‘교통 위반 티켓’을 끊기 위해서는 교통 법규 위반자의 서명과 지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베이성 경찰관들은 수백 건의 사례에서 위반자 서명을 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범칙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해당 지역에서 발급된 2,099건의 교통 티켓 중 1,964건이 위조됐다고 밝혔다. 일부 교통사고 사례들은 범칙금 부과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례들이었다는 설명이다. 허베이성의 또 다른 도시인 바저우(霸州) 당국 역시 2,547개의 지역 기업에 무분별하게 과징금을 부과, 6,718만 위안(약 125억4,855만원)의 수입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중국의 이 같은 ‘벌금경제’ 기조는 수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지난 2020년 각국 언론은 중국이 각지 간선도로에 속도 제한 구간을 늘리거나, 교통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검문소를 설치해 교통 범칙금 부과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속도 제한을 걸 이유가 없는 도로에 갑자기 속도제한 카메라를 설치해 트집을 잡거나, 교차로에 실선을 새로 그어 운전자의 차선 위반을 유도하는 일종의 ‘꼼수’다.

지난해 중국 허난(河南)성에선 현지 교통당국이 내놓은 월정액 교통 딱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무분별한 과태료 징수를 이어가던 당국이 급기야 “월 2,000위안(약 37만원)짜리 벌금 패키지를 미리 사서 앞으로 낼 범칙금에 대비하라”며 벌금 월정액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2022년 산둥(山东)성 허쩌(菏泽)시 청우(成武)현 역시 트럭 운전기사들이 월 1,000위안~2,000위안을 납부하면 교통 법규 위반 벌금을 면제해 주는 황당한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렇게라도 해야”, 재정난 시달리는 지방정부

중국 지방정부가 시민들에게 억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유는 극심한 재정난 때문이다. 현재 중국 31개 성·시·자치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된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다. 이들이 2022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투입한 비용만 자그마치 3,520억 위안(약 67조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기업 부진 만회를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까지 할당했다.

지출은 급증한 반면 들어오는 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의 모든 토지는 제도상 국가 소유다. 지방정부는 70년 연한의 사용권을 경매 방식으로 매각해 재정의 30~50%에 달하는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덮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토지 수요가 줄면서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 판매 수익 역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수입이 급감하고 지출이 불어나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 중국 지방정부 적자는 2022년 기준 11조6,221억 위안(약 2,198조원)으로 2010년 대비 3.5배 커졌다.

대다수 중국 지방정부가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곳곳에서는 조만간 ‘제2의 허강(鶴崗)시’가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허강시는 주요 수입원이었던 석탄 사업 쇠퇴 이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다 2022년 중국 최초로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한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차후 지방정부 채무 문제가 꾸준히 악화할 경우 중국 전반을 덮친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한층 짙어질 위험이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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