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보좌관 후보도 주한미군 철수 압박, 한미동맹에 ‘트럼프 리스크’ 가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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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압박 가중, 콜비 전 부차관보도 "미군 한국에 주둔할 필요 없어"
주한미군에 국방력 기대는 한국, 철수 압박에 흔들리는 안보
미국서도 비판 여론,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 동력 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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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사진=미 국방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아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전직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미군을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압박이 타인의 입을 통해 재차 거론된 셈이다. 다만 이들의 주한미군 철수 압박은 미국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적지 않다. 미군의 한국 주둔이 미국 안보 차원에서도 효용이 있다는 시선에서 보면, 지나친 주한미군 철수 압박은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저해하는 외교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콜비 전 부차관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 인질로 둬선 안 돼”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한 국내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비 전 부차관보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최대한 스스로 방어해야 하고, 미국은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보존하면서 중국이 한반도에 직접 개입할 경우에만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력은 여러 대규모 전쟁을 동시에 치를 만큼 강하지 않다”며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대규모로 병력을 증원하는 현재의 한미 작전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곤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미군의 상대적인 약화라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과 궤가 비슷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한 위치에 4만 명(실제론 2만8,500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는가.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적은 액수의 분담금을 내면서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동맹국에 ‘공평한 분담금’ 지불을 요청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기치를 콜비 전 부차관이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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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시 한국 국방비 부담 두 배 증가

이들이 분담금 증액 등 주한미군 문제를 거듭 언급하고 나서는 건 주한미군 철수 압박에 한국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현재도 국방력의 일정 부분을 주한미군에 기대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464억 달러(약 62조원)로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지만, 막상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7%로 1995년 이후 2%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상 높은 국방비는 불가피한데, 주한미군의 존재가 이 비용을 그나마 낮춘 것이다. 수치가 없는 북한을 제외하더라도 이스라엘(4.5%) 같은 영토 분쟁국들과 비교하면 2.7%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국방대학원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장비들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7조~31조원에 달하며 이를 대체하려면 23조~36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전쟁 발생 시 자동 개입하는 미 증원 전력의 가치만 해도 120조원 이상에 달한다.

주한미군 완전 철수 시 한국의 국방비 부담이 대략 두 배 정도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1975년 철수가 실제로 단행됐다면 1976년 7,327억원이었던 국방비는 1조4,000억원을 넘었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매해 국방비가 실제보다 2.2~2.6배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미국 내부서도 논란, “주한미군은 미국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안보 대책”

다만 주한미군 문제를 한국 압박 재료로 사용하는 데엔 미국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논란이 있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시선에서다.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국내 언론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주한미군이 가장 효과적으로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지키는 방법이란 점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철수했다가) 동북아에 유사시 미군을 재배치하려면 막대한 초기 희생을 감수하는 입장료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국의 문제를 외면하다 보면 미국에도 그 마수가 뻗치게 마련인 데다, 주한미군 철수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또 “미국 입장에선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며 동맹과 장기간에 걸쳐 협력하고, 충분한 규모로 작전을 펼치며 전쟁을 억제하는 게 더 효과적인 안보 대책”이라며 “미국인은 대부분 미군의 전진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원칙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 근거로 6·25전쟁을 언급하면서 “그해 4월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직후 6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부친은 6·25전쟁 참전 용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철수 압박이 안보 이익을 가져다주던 한미동맹에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겼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후보가 동맹관계에서조차 미국 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국가 간 동맹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시민들 사이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바 있다. 한미방위분담 특별협정 협상이 있던 2019년 12월 당시 궐기한 국민항의행동단은 한국국방연구원 앞에 모여 미국과의 협상을 즉각 그만둘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을 위한 게 아닌 미국 자체의 전략적 목적을 위한 것이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기지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어느 정도 윈-윈(Win-Win) 관계를 유지하던 주한미군 협력 문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이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글로벌 안보협력 체계를 망가뜨린 셈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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