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매매계약서 한 건도 못썼다” 부동산 거래 절벽에 휴·폐업하는 공인중개소 급증

pabii research
지난해 폐·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 총 1만5,817곳
2022년 부동산 매매 거래량, 2006년 이후 최저치
거래 줄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크게 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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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가 전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고금리 기조 아래 거래가 크게 줄면서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개업소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 수마저 전년보다 10만 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소 폐·휴업↑, 신규 개업↓

2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1만5,817곳(폐업 1만4,379곳, 휴업 1,438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1만1,145건)과 비교해 약 27% 증가한 규모로, 2019년(1만6,749곳)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19년 정점을 찍은 폐·휴업장 수는 2020년 1만3,860곳, 2021년 1만2,569곳, 2022년 1만3,217곳으로 1만3천여 건을 지속 유지해 왔다.

같은 기간 신규 중개사무소 개업은 1만2,223곳으로 집계됐는데 폐·휴업한 업체 수가 개업보다 3,594곳 더 많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무소도 2022년 12월(11만7,583곳)보다 2,520곳 줄어든 11만5,063곳으로 집계됐다.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거래량 감소가 지목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월세 계약의 변동폭은 크지 않지만, 매매 계약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의 없었다”며 “연말 비수기 영향으로 전반적인 거래량마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에는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01만5,171건이던 매매 건수는 2022년 50만8,790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며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0월 아파트 거래량이 2,313건으로 최저치를 찍은 이후 11월(1,792건)으로 전달과 비교해 22.5% 줄었는데, 올해 1월(1,412건)에도 재차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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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격시험 접수자 수도 1년 새 10만 명 이상 감소

줄어든 거래량은 결국 중개사무소의 수입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월 200만원 벌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 워크넷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인중개사의 연수익은 평균 3,600만~4,000만원 수준으로, 당시 주택거래량이 지금의 2배였던 걸 고려하면 현재 공인중개사의 수입은 평균 2,000만원 미만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이 낮아지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크게 식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 수는 28만7,174명으로, 전년(38만7,710명)보다 10만 명 가까이 줄었다. 1·2차 통합 접수 인원 8만5,539명이 포함된 걸 감안하면 실제 순 접수자는 20만1,635만 명으로 더 낮아진다.

결시율도 지속 25%를 넘기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제34회 1차 시험의 결시율은 25.25%로, 제33회 1차 시험(27%)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수험생 4명 중 1명은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제34회 2차 시험의 경우 결시율이 무려 39.17%에 달했다.

문제는 최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로 볼 때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선택한다는 중개업소가 늘고, 자격시험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으려는 것에 더해, 연준과 유사한 통화정책 노선을 따르는 한국은행도 고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올해 부동산 시장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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