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국내 테슬라 판매량 ‘단 1대’? 급격한 판매 부진에 시장도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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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팔린 테슬라, 원인은 '정부 보조금 책정 시기'?
"전기차 판매 전반적으로 저조해, 아이오닉6 판매량도 97.8% 감소"
"내외부적 여건도 고려해야, 판매 부진 개연성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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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지난 1월 국내 판매량이 단 한 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 부진의 원인을 무작정 정부 보조금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판매 부진, 테슬라 차량 배터리의 동절기 효율 저하 문제 등 테슬라 판매 부진에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보다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테슬라, 아이오닉6 판매량도 ‘저조’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 1만3,083대 중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단 1대를 기록했다. 이는 롤스로이스(9대)와 람보르기니(7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달 판매량이 높았던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테슬라는 최대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중저가형 모델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 책정 시기다. 통상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책정은 매년 1~2월 중 이뤄지는데, 정부가 국고 보조금을 확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공고를 내야 보조금을 접수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보조금을 실제 수령할 수 있는 건 2~3월 중이란 의미다. 결국 전기차 보조금 공백이 있는 1~2월엔 테슬라 판매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정책으로 판매 영향을 받는 브랜드는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전기차인 아이오닉6 판매량이 단 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97.8%나 줄어든 수치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지난해 1만4,000대 정도 팔렸는데, 1월엔 1대가 팔렸다. 사실상 팔렸다고 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현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량도 급감해 국고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정책이 매년 2월 말쯤 발표되는 건 시기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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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판매 부진이 보조금 탓? 글쎄”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의 판매 부진이 마냥 보조금 때문만은 아닐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겨울철 방전 이슈가 잦은 전기차에 대한 구매 수요가 낮은 건 시기상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의 방전 문제는 미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 중북부 지역을 강타한 북극 한파에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아래까지 떨어지자 테슬라 전기차가 방전되거나 견인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 기계공학 교수 잭 브로워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를 매우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물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하의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이 더뎌지는 건 현 기술력으론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것이다. 사실상 전기차의 치명적 ‘결함’이 명백한 상황에서 굳이 전기차를 구매하겠다 나서는 이가 없는 건 순리에 더 가깝다.

여타 내외부적 원인도 산재해 있다. 우선 내부적으론 테슬라의 가격 정책을 들 수 있다. 테슬라는 앞선 지난해 10월 모델Y의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판매 신화’를 기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테슬라 모델Y는 국내에서만 4,206대가 팔려 나갔다. 8월 431대가 팔렸음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갑자기 10배 늘어난 것으로, 이는 반대로 말하면 미래 고객을 한 번에 끌어다 모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차량을 구매한 이들이 또다시 전기차를 장만할 필요는 없다. 결국 이번 테슬라의 판매 부진은 압도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찍어 누른 데 대한 반작용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산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을 들 수 있다. 실제 단순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테슬라는 이미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총 180만8,581대였다. 이는 테슬라가 연초 발표했던 목표치인 180만 대를 웃도는 수치였지만, BYD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 301만 대를 기록하면서 테슬라를 압살했다. 전기차 시장이 막 발아하기 시작하던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기차=테슬라’라는 공식이 자연스러웠지만, 현시점에선 테슬라를 전기차 시장의 완전무결한 ‘패황’이라 부르기는 다소 어려운 지점이 적지 않다. 결국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테슬라의 판매 부진엔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한다. 문제의 원인을 오롯이 정부의 보조금 책정 시기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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