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무단결근, 손배 책임도 ‘사실상 Zero’? 직원에 울고 웃는 영세 사업장

pabii research
직원 무단결근, 피해는 오롯이 사업주의 몫?
손배 책임 인정도 쉽지 않아, "사업자도 결국은 개인인데"
제재 없는 무단결근에 영세 사업장 피해 '극심', "대책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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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업장이 직원의 무단결근·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근로자 수가 소규모인 영세 사업장의 경우 무단결근으로 인한 피해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무단결근에 사업자가 대항할 수단은 기껏해야 ‘해고’지만, 이미 떠난 직원에게 큰 타격은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여기서 사업자가 손해액을 임금에서 차감하는 순간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신고당할 뿐이라 서러움은 커져만 간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극히 일부나마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관심이 쏠린다.

법원, 무단결근 직원에 손해배상 일부 반영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2년 5월 중국집에서 근무하다 무단으로 결근한 아르바이트생 A씨와 B씨에 대해 ‘결근으로 인한 피해액 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각각 A씨에 2,500만원, B씨에 1,000만원이 청구된 것이다. 이전에도 직원들의 무단퇴사로 골머리를 앓던 사장 C씨는 채용 당시 ‘근로자는 본인의 사정으로 퇴사하는 경우 30일 이전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며, 인수인계 후 퇴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며 금전적 업무 손해를 본 데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원은 A씨와 B씨에 대해 3,500만원 중 130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원고가 그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했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들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사장과 피고들의 관계, 피고들이 담당하던 업무, 피고들의 퇴사 경위, 피고들의 급여 등을 고려해 피고 A는 100만원, 피고 B는 3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청구액 중 4% 남짓 받아들여진 것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사장님의 완벽한 승리로 보기는 어렵지만 청구 취지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손해배상 규정을 근로계약에 뒀는지 여부, 실제 손해배상이 입증됐는지 여부, 그리고 근로자들의 퇴사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도 “사실 바쁜 사장님이 굳이 손해배상 소송까지 갔다는 것은 돈을 전부 받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원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큰 경우가 더 많다”며 “사업주의 손을 일부라도 들어준 건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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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나마 손 들어줬지만, 결국 한계는 명확해”

다만 사업주들 사이에선 “일부나마 손을 들어줬다지만, 결국 한계가 명확하단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원들의 무단결근 및 퇴사로부터 사업주의 이익을 지키기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란 것이다. 현행법상 무단퇴사 손해배상 청구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업무를 강요할 수 없기에 강제로 출근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근로자의 무단퇴사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어떻게 일어났으며 얼마나 발생했는지,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입증해 낼 수만 있다면 무단퇴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사업주들은 “사업자라 해도 결국 개인에 불과한데 이를 세밀히 증명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와 관련해 한 법률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직원이 무단퇴사하면 일손 부족으로 가게 매출이 감소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정에서 직원 무단퇴사와 매출액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원 또한 사업장의 매출액 감소가 온전히 직원의 무단퇴사 탓인지 외부환경의 영향인지 알 길이 없으니 이것만으로 직원을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퇴사 이후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매출액 감소까지 직원이 독박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의 무단결근 및 퇴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실제 이번 재판의 경우에도 C씨가 ‘A씨와 B씨의 무단퇴사 이후 월평균 매출액이 9,559만원에서 4,133만원으로 감소했다’는 증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그대로 인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원의 브레이크 없는 무단퇴사로 인해 영세 사업장이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안정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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